롯데와 2년의 동행을 마친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와 2년의 동행을 마친 마차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스포츠춘추]

자칫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되는 것은 아닐까. 강민호가 떠난 뒤 포수진에서 벌어졌던 사태가 이번엔 유격수 자리에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까.

롯데 자이언츠는 11월 26일 구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 앤더슨 프랑코와 결별 소식을 알렸다. 롯데는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준 마차도, 프랑코에게 감사를 전하며, 미래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단 두 줄의 문장으로 작별 인사를 갈음했다.

마차도도 개인 SNS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팀 합류 첫날부터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년 동안 롯데에서 쌓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리울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프랑코의 재계약 불발은 누구나 예상했던 시나리오. 37경기 9승 8패 1홀드 평균자책 5.40의 외국인 투수를 1년 더 기다려줄 구단은 없다. 컨트롤이 동반되지 않은 150km/h 후반대 강속구는 빠른볼에 강한 국내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구속에 비해 회전력이 떨어져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프랑코는 고질적인 변화구 커맨드 문제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승부를 내는 데 애를 먹었다. 시즌 후반엔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해 ‘기론’ 역할도 해봤지만 구단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다. 롯데는 프랑코를 영입하며 ‘저비용 고효율’을 자신했지만, 결국 좋은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려면 충분한 비용을 들여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2021시즌 롯데 유격수 출전 선수 기록(통계=스탯티즈)
2021시즌 롯데 유격수 출전 선수 기록(통계=스탯티즈)

프랑코와 달리 마차도와의 작별은 쉽지 않았다. 마차도는 롯데에 합류한 2020년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에 12홈런 15도루 OPS 0.778을 기록했다. ‘수비형 외국인 타자’라는 예상과 달리 수준급 타격을 보여줬고, 수비에서는 매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을 쏟아내며 롯데 내야 안정과 투수력 안정에 기여했다. 리그 최약체였던 롯데 유격수 수비는 마차도 합류로 단숨에 리그 1위로 뛰어올랐다.

1+1 재계약을 맺고 맞이한 2021년엔 타격 성적은 다소 하락했다.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9에 5홈런 8도루 OPS 0.719를 기록했고 첫해 102.4로 평균 이상이던 wRC+(조정득점창출력)가 98.3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래도 화려하고 견고한 수비력은 여전했고, 시즌 후반 맹활약으로 롯데가 끝까지 5강 싸움을 펼치는 데 기여했다.

롯데는 마차도와 +1 구단 옵션 실행과 새 외국인 타자 영입을 놓고 고민했다. 롯데는 올겨울 사직야구장 확장 공사를 앞두고 있어 외야 수비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 낮은 포크볼 위주였던 투수진의 피치 디자인도 하이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위주로 새롭게 디자인해 내야 땅볼보다 외야 뜬공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외야 수비력과 타선의 파워 강화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 타자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구계에서는 롯데가 새 외국인 타자로 수비범위가 넓은 외야수를 영입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새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은 특정해서 밝힐 수 없다.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마차도 없는 롯데, 유격수 공백 정말 괜찮은가

유격수로 입단해 주로 3루, 2루수로 뛴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유격수로 입단해 주로 3루, 2루수로 뛴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문제는 마차도가 없는 롯데 유격수 자리다. 마차도 합류 직전인 2019년 롯데 유격수는 리그 최약체였다. 그해 롯데 유격수들이 합작한 타격 성적은 타율 0.248에 2홈런 OPS 0.590으로 비참했고, 수비 기록도 최다실책(31개)에 타구처리율 9위(86.17%, 10위 한화 85.86%)로 바닥을 기었다.

2년이 지난 현재 상황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올해 마차도 외에 롯데가 유격수로 선발 기용한 선수는 3명. 배성근이 14경기, 김민수가 2경기, 이주찬이 1경기를 책임졌고 신용수는 1이닝만 교체 출전했다. 14경기에서 실책 4개를 저지른 배성근의 유격수 수비율은 0.946, 타구처리율은 85%로 평균 이하였다. 김민수가 타구처리율 100%에 무실책을 기록하긴 했지만 6경기 23이닝으로 표본이 적어 큰 의미는 없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 하나가 마차도처럼 1년 140경기 1천이닝을 책임지면서 리그 평균 이상의 타율과 OPS를 기록하고, 매경기 CG로 연출한 듯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생산하고, ‘좌익수 땅볼 병살타’의 일대 혼란 속에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 내야 수비를 이끌어주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상당한 시행착오와 혼란이 불가피하고, 내야진을 넘어 투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롯데 관계자는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대안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내부 자원 기용부터 외부 영입까지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과연 마차도를 떠나 보낸 롯데가 유격수 자리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는지, 과도한 만용이었는지는 2022시즌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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