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소속 선수의 ‘여성 상대 폭행’ 범죄 숨기고 임의탈퇴 처리…KBO에 보고도 안 해

-3년 뒤 슬그머니 임의탈퇴 해제, 5개월 뒤 다시 임의탈퇴 처리

-NC 선수단 내부 “폭행 사건이 아닌 성폭행 사건으로 소문 퍼졌었다”

-NC 수뇌부, 임의탈퇴 제도 악용해 선수 ‘폭행 사건’ 은폐했나

-NC 수뇌부가 진행한 모든 선수 방출, 임의탈퇴 사례 전수조사해야

NC가 2013년 신인 선수의 여성 대상 폭행 사건을 KBO에 보고하지 않고 임의탈퇴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새 구장 시대를 여는 NC에 또 하나의 악재다(사진=엠스플뉴스)
NC가 2013년 신인 선수의 여성 대상 폭행 사건을 KBO에 보고하지 않고 임의탈퇴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새 구장 시대를 여는 NC에 또 하나의 악재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가 소속 선수의 '여성 폭행 범죄'를 은폐하고, 조용히 임의탈퇴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NC는 이 선수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 슬그머니 임의탈퇴를 해제했다가, 5개월 뒤 다시 임의탈퇴 처리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두 차례 임의탈퇴 과정에서 선수의 범죄 사실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덕성이 바닥까지 추락한 NC 수뇌부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유망주 K 선수 ‘여성 폭행’으로 재판받자 슬그머니 임의탈퇴 처리한 NC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K는 2013년 조용히 임의탈퇴 선수로 처리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K는 2013년 조용히 임의탈퇴 선수로 처리되면서 그라운드를 떠났다(사진=엠스플뉴스)

NC는 2013년 2월 26일, 신인 선수 K의 임의탈퇴를 신청했다. 당시 K는 갓 학교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으로 NC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K의 갑작스러운 임의탈퇴를 두고 구단 주위에서 의문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NC는 정확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K의 임의탈퇴 사유는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당시 NC 선수단 내에도 소문이 퍼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선수단 내부 제보자는 “2012 마무리캠프가 끝난 뒤, 휴가 기간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폭행한 사건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단에선 지금도 단순 폭행이 아닌 성폭력 사건으로 아는 이가 적지 않다.

조용히 사라졌던 K가 다시 NC에 등장한 건 2016년이었다. 그해 5월 2일 NC는 돌연 K의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선수단에 등록했다. 당시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날부터 3년 이상 지난 시점으로, 그 사이 K는 폭행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서 군 복무를 해결한 뒤였다.

NC 김종문 단장은 1심 재판부가 K 선수에게 ‘프로야구 선수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집행유예를 줬다.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고, 선수 본인도 강력하게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당시 NC는 K에게 5개월간 급여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K는 피해자와 일부 합의에 도달했지만, 폭행 부분에서 유죄가 인정되면서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NC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 KBO에 임의탈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을 조용히 덮었다. 실제로 NC는 KBO에 K의 임의탈퇴 신청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를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KBO도 엠스플뉴스의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K 선수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

K 선수는 2016년 돌연 임의탈퇴 상태에서 복귀했다, 5개월 뒤 다시 임의탈퇴 처리됐다(사진=엠스플뉴스)
K 선수는 2016년 돌연 임의탈퇴 상태에서 복귀했다, 5개월 뒤 다시 임의탈퇴 처리됐다(사진=엠스플뉴스)

K와 NC의 재결합은 오래가지 않았다. 임의탈퇴 해제 후, 불과 다섯 달 뒤 NC는 다시 K를 임의탈퇴 선수로 묶었다. 김 단장은 K 선수가 ‘오래 쉬었다 운동을 하니 도저히 훈련을 못 따라가겠다. 체중 조절도 안 되고 기량이 안 된다’며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래서 임의탈퇴 처리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2016년 K의 두 번째 임의탈퇴가 처리될 때 NC는 창단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엠스플뉴스 단독보도로 그해 7월 20일 NC 이태양의 승부 조작 사건이 처음 알려졌고, 검찰은 NC 이성민의 승부 조작과 구단 관계자의 은폐 의혹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같은 해 9월 29일엔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다.

제보자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가운데, 만약 K의 여성 상대 폭력과 임의탈퇴 후 복귀 사실까지 드러날 경우 구단을 향한 비난이 더 커질 우려가 있었다"며 "이런 부담 때문에 K를 복귀 5개월 만에 다시 임의탈퇴 처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임의탈퇴 제도, 선수 범죄 은폐에 악용한 NC

2013년 당시 KBO 규약. KBO 규약은 유해행위 신고 의무와 은폐 시도에 대한 제재를 명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3년 당시 KBO 규약. KBO 규약은 유해행위 신고 의무와 은폐 시도에 대한 제재를 명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NC는 임의탈퇴를 해제할 때도, 두 번째 임의탈퇴를 신청할 때도 KBO에 구체적인 사유나 K의 범죄 사실을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KBO 역시 임의탈퇴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져 묻지 않고 순순히 NC의 요구를 수용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2013년 당시 갓 입단한 신인 선수를 임의탈퇴 처리한 것부터가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 선수를 3년 만에 등록했다가 다시 임의탈퇴 처리했는데, KBO가 아무 의심 없이 구단의 요구를 받아줬단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고갤 갸웃했다.

“더구나 두 번째 임의탈퇴 당시 NC는 승부 조작 사태로 한창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구단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의심을 품고 자세히 들여다봤어야 했는데, KBO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KBO의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NC의 이런 행태는 KBO리그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처사다. 운동선수가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건 2013년 당시 KBO 규약 제143조 [품위손상행위] 3항의 ‘기타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 규약 제144조 [유해행위의 신고]엔 ‘구단이 자신의 소속선수가 제140조 또는 제143조 각호의 행위를 하였음을 인지하였음에도 그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그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경우 총재는 그 구단에 대하여 제142조 제1항 각호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규약대로라면 NC는 경고부터 1억 원 이상의 제재금, 최고 제명까지 받을 수 있다.

NC는 의무를 지키는 대신 임의탈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쪽을 택했다. 2013년 KBO 규약 제40조 [임의탈퇴선수] 조항엔 ‘선수가 참가활동기간 중 또는 보류 기간 중 선수계약 해제를 신청하여 구단에서 이를 승낙할 경우 혹은 선수가 계약의 존속 또는 갱신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경우 구단은 제59조의 복귀 조건부로 선수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선수는 총재에 의해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된다’고 나와 있다.

선수 본인의 신청 혹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임의탈퇴 제도의 특성상, 선수 본인 동의만 확인되면 대부분 승인이 이뤄진다. KBO 전직 관계자는 “당시 K의 임의탈퇴 서류에는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나와 있었다. 선수 본인이 연락이 되지 않아 선수 아버지가 대신 임의탈퇴를 신청했다. 서류에 별지 형태로 ‘재판을 받을 일이 생겨서 신청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 임의탈퇴가 이뤄진 시기에 대해 “당시 타이완에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진행 중이라, 핵심 실무 담당자들이 국외 출장 중이었다. 아무래도 실무 아랫선에서 신청을 받아준 것 같다. 또 ‘일신상의 사유’라고 하면 사생활 문제도 있을 수 있기에, 세밀하게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선수가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어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선수 본인만 입을 다물면 구단이 임의탈퇴 제도를 악용해 얼마든지 ‘유해행위의 신고’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NC의 방식대로면 거의 모든 유해행위를 은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NC 김종문 단장 "임의탈퇴 한번일 것이다."...알고보니 사건 후 K와 직접 면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창원NC파크 공사 현장에 팬들이 부착한 현수막(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창원NC파크 공사 현장에 팬들이 부착한 현수막(사진=엠스플뉴스)

이 시도는 거의 성공할 뻔했다. 엠스플뉴스가 K 선수 사건을 처음 문의하자 NC 김종문 단장은 ‘기억이 확실하게 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김 단장은 “임의탈퇴는 두 번이 아닌 한 번일 것이다. 아마 신인 입단 전 일일 것이다. 성폭력이 아닌 폭행이었을 거다. 임의탈퇴 해제를 한 게 아니라 (선수가) 군대를 다녀왔나 그랬을 것”이라며 마치 기억에 없는 오래전 일인 것처럼 답변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김 단장은 불과 몇 주 전 K와 직접 만나 면담을 진행한 장본인이었다. ‘임의탈퇴를 풀어 달라’는 K 선수에게 김 단장은 2013년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불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김 단장은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문의 전화를 받고 나서 지나간 자료를 살펴봤다. (임의탈퇴가) 한 번인지 두 번인지 헷갈렸다”고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내놨다.

당시 면담에서 K 선수는 ‘임의탈퇴 해제가 어렵다면, 방출이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정식 방출을 하려면 과거 폭행 사건에 대해 (KBO에) 리포트를 해야 한다. 그렇게 돼도 괜찮을지 판단은 본인이 해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임의탈퇴와 달리 방출은 유해행위 보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실토한 셈이다.

NC 수뇌부가 진행한 모든 선수 방출, 임의탈퇴 사례 전수조사해야

승부조작 사태 당시 수뇌부가 계속 자릴 지키는 동안, NC는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 사고로 구단 이미지 손상을 겪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승부조작 사태 당시 수뇌부가 계속 자릴 지키는 동안, NC는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 사고로 구단 이미지 손상을 겪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NC 수뇌부의 이런 행태는 처음 드러난 게 아니다. 2014년 NC 소속 투수 B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던 중 동료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제안했다. 동료들의 거부로 실제 승부 조작은 이뤄지지 않았다. NC는 B의 승부 조작 제안 사실을 인지하고도 KBO에 보고하지 않은 채 방출했다.

나중에 B가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때도 KBO는 물론 한화 구단에도 알리지 않은 채 함구했다. 사실을 모르는 한화는 B를 퓨처스리그 실전에 여러 차례 등판시켰고, 구단 홈페이지에 인터뷰 기사까지 실었다. B의 사건 당시 NC 단장은 배석현 현 경영본부장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내야수 강민국의 음주운전 전력을 KBO에 보고하지 않은 채 KT로 트레이드했다가 구설수에 휘말렸다. 당시 김종문 단장은 단장대행으로 구단 프런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배석현-김종문 콤비는 K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2013년 K 선수의 임의탈퇴 당시 배 본부장은 NC 단장, 김 단장은 NC 운영부장을 맡았다. 2016년 임의탈퇴를 잠시 풀었던 기간에도 둘은 단장과 운영본부장으로 선수단 관리를 책임졌다. 두 이는 그해 승부 조작 은폐 의혹으로 나란히 검찰에 송치되고,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과거 NC의 ‘뒷돈 트레이드’ 사실이 드러나자, 야구계에선 “NC를 비롯한 구단들의 모든 트레이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제는 그동안 NC의 선수 방출, 임의탈퇴 사례도 전부 다시 되돌아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배석현 본부장과 김종문 단장은 그간 숱한 논란과 의혹에도 여전히 NC 구단 최고위 인사로 자릴 지키고 있다. 그리고 NC는 새 구장에서 새 출발하는 올 시즌에도 시작부터 직원의 일탈 논란, 선수 폭력 사건 은폐 의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승부 조작 사태 당시 책임자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후유증이 두고두고 NC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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