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좌절 딛고, 프로축구단 창단 준비 끝낸 청주 FC

-김현주 이사장 “프로팀 필요성, 시민들 사이 공감대 커져…2년 전보다 긍정적”

-“볼거리, 즐길 거리 없는 청주 청년들 보면 안타까워…프로축구로 건강한 여가 선용의 장 만들 것”

-“프로는 자생력이 가장 중요, 5년 내 자생의 길 들어설 자신 있다”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위해 직장팀 축구팀 만들었던 김현주 이사장. 축구 선수 80여 명을 직원으로 채용해 '축구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

-“청주에 묻힐 때 '청주에 프로축구단 선물한 축구에 미친 남자'로 기억되는 게 꿈”

직원 1천200명, 연매출 600억 원 이상의 '반도체 기업'을 운영하는 김현주 청주 FC 이사장의 꿈은 '청주에 프로축구단을 선물한 축구에 미친 남자'로 기억되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직원 1천200명, 연매출 600억 원 이상의 '반도체 기업'을 운영하는 김현주 청주 FC 이사장의 꿈은 '청주에 프로축구단을 선물한 축구에 미친 남자'로 기억되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관련 기사] ‘준비된 프로’ 청주 FC “충북 첫 프로축구단 창단한다”

[엠스플뉴스=청주]

청주 FC 김현주 이사장은 직원 1천200명, 연매출 600억 원 이상의 중견 기업 'SMC 엔지니어링' 대표이사다. 재계에선 '반도체맨'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축구계에서 그는 ‘축구에 미친 남자’로 더 유명하다.

노사문화 개선을 위해 직장인 축구팀을 창단해 해마다 수천만 원을 투자했던 그는, 청주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K3 팀을 창단해 다시 해마다 10억 원의 돈을 쏟아 부어왔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선수 출신 80명 이상을 데려와 기술을 가르치고,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우리 구단 대표라서가 아니라,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축구인 출신도 아닌데 연간 수 억원의 사재를 털어 축구에 투자하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이런 분이 몇 명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저만 느끼는 게 아닐 겁니다.서원상 청주 FC 감독의 말이다.

김 이사장은 축구뿐만 아니라 '청주에 미친 남자'이기도 하다. 그의 청주에 대한 애정은 가족애 이상이다. 여기서 재미난 건 그가 청주 태생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니던 회사(LG 반도체) 연구소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정착해 살게 됐어요. 어느새 34년째 청주에서 살고 있네요. 아이들도 모두 청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회사 직원들도 거의 청주 출신이에요. 누가 저더러 ‘외지인’이라고 하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김 이사장의 얘기다.

청주는 인구 80만 명을 넘어 100만 명을 바라보는 큰 도시다. 하지만,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 공간이 태부족하다. 특히나 청주가 대학이 많고, 젊은 세대 비율이 높은 도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마땅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태부족한 현실은 많은 사회적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이 해마다 사재를 털어 축구팀을 운영하고, 온갖 반대 속에 프로팀 창단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2017년까지 프로팀 창단을 몇 차례 시도했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다. 프로축구 디비전 개편을 앞둔 올해는 신규 창단 팀이 K2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이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김 이사장은 지난 2년간 모든 준비를 마쳤다.

청주 SMC 엔지니어링 사옥에서 엠스플뉴스가 '축구와 청주에 미친 남자' 김현주 이사장을 만났다.

“건강한 노사문화 위해 직장인 축구단 창단, K3 팀 거쳐 이제는 프로팀 창단 꿈꾼다”

K2리그 팀들보다 관중 동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청주 FC(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K2리그 팀들보다 관중 동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청주 FC(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요즘 프로축구단 창단 준비로 한창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이사장님은 청주 지역에선 꽤 유명한 기업인이지만, 일반 축구들에겐 다소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할 거 같네요. 안녕하세요. K3리그 청주 FC 이사장 김현주입니다. 반도체 설비유지관리 전문업체 SMC 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입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사업을 하면서 직장인 축구팀과 K3팀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얘길 하려면 처음 직장인 팀을 창단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사실 처음 직장인팀을 만들 때만 해도 프로팀 창단은 생각지도 않았어요. 축구가 건강한 노사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팀을 만들었습니다. 경영진과 직원, 직원끼리 함께 땀 흘리고 도우면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접지점이 운동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워낙 축구를 좋아했던 것도 있고(웃음). 그러다 축구인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현실?

프로에 못 간 축구인들을 보니까 오갈 곳이 없는 거예요. 축구 외 다른 기술은 없고, 학교 다닐 때 수업을 받았던 것도 아니라, 갈 곳이 없던 거죠. 착실하게 열심히 사는 선수 출신도 있지만, 오갈 데 없이 방탕하게 생활하는 선수도 적지 않았어요. 축구선수 출신을 회사에 입사시켜 반도체 기술을 가르치게 된 계기입니다. 우리 회사에 축구선수 출신만 거의 80명 정도가 돼요. 지금은 다들 성실하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큰 보람이죠(웃음).

선수 출신들이 합류하면서 직장인 축구팀의 전력이 막강해졌을 듯싶습니다.

정확해요(웃음). 여러차례 전국 우승을 차지했고, 대학과 K3팀을 이길 정도로 전력이 좋아졌습니다. 그걸 눈여겨 본 축구계 인사들과 원로들로부터 '청주 지역 축구 활성화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K3 팀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K3 팀도 첫해 준우승, 이듬해 2년 연속 준우승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올해 초엔 FA컵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팬, 선수, 감독, 프런트가 모두 고생한 덕분이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니까 확실히 지역 축구팬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프로축구팀에 대한 염원이 커지더군요.

축구하다가 꽤 자주 다쳤단 얘길 들었습니다.

조기축구 하다가 무릎 수술만 네 번이나 했어요. 수술 전에는 제법 빠른 편이었어요. 공도 선수들 못지않게 잘 찼다고 자부합니다(웃음). 하지만, 이제는 직접 뛰지는 못해요. 축구팀 운영하면서 선수들 뛰는 걸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웃음).

몸이 근질근질하겠습니다.

직장인 조기축구 회장을 7년 동안 했고, 생활체육에서 3년 동안 감독하면서 충북 지역 우승도 경험해 봤어요. 지금도 취미가 직접 경기 보면서 전술 전략 공부하고, 집에 와서 복기하는 거예요. 축구단 대표부터 공부하지 않으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오랜 지론입니다.

왠지 가족이 축구를 싫어할 듯합니다.

(양손을 흔들며) 아이고, 말도 마세요. 아내한테 이혼을 몇 번 당할 뻔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까 제가 주말에 축구장 가면 아내가 성당 가서 저와 팀을 위해 기도해주더군요. 지금은 가족 모두 축구 관심이 높아져서, 경기장에 함께 가곤 합니다. 고맙죠(웃음).

“2017년 창단 좌절, 2년 지난 지금 프로축구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커졌다”

청주 FC 선수단 버스. 청주 선수들은 구단의 지원이 여느 프로팀 못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주 FC 선수들은 경기도 지역에서 경기를 치를 때면 전날 구장 인근에 도착해 호텔에서 묵은 뒤 경기를 치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청주 FC 선수단 버스. 청주 선수들은 구단의 지원이 여느 프로팀 못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주 FC 선수들은 경기도 지역에서 경기를 치를 때면 전날 구장 인근에 도착해 호텔에서 묵은 뒤 경기를 치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청주 시티 FC 시절인 2017년 프로팀 창단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2년 만의 재도전인데요. 청주 분위기, 어떻습니까.

2017년엔 청주시에선 승인했는데 마지막에 시의회에서 부결됐어요. 될 거로 생각했는데 표결에서 찬성 3표, 반대 3표에 기권 1표로 과반이 안 돼 부결됐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올해 초엔 청주 FC와 통합을 이뤘고. 그새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당선된 새 시장님(한범덕 시장)이 축구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도 밝으시고. 시의회 의원님들 사이에서도 이전보다 프로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습니다.

시의회를 설득하려면 '지역 내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입니다.

2016년 10월부터 청주 시민들과 기업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프리젠테이션을 했습니다. 프로축구팀이 청주에 왜 필요한지, 탄생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계속 설명하고, 설득했어요. 충북경제포럼에 200여 기업 회원들, 미래경영포럼100여 개 기업 회원들, 오송클럽 100여개 기업 회원들을 다 찾아가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다들 좋은 반응을 보였어요.

청주에서 오랫동안 사업체를 경영한 게 강점으로 작용했겠습니다.

그런 측면이 분명 있죠. 기업뿐만 아니라 청주지역 체육회, 요식업 협회, 숙박업소 연합회, 변호사협회 등 온갖 단체를 상대로 동영상 설명회를 하고, 협약식도 맺었습니다. 이제는 공감대 부족이나 시기상조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봐요. 지역 언론과 방송사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봐주시는것 같고.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축구단 창단을 눈 앞에 둔 청주 FC 선수들(사진=청주 FC)
프로축구단 창단을 눈 앞에 둔 청주 FC 선수들(사진=청주 FC)

프로팀을 창단하려면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예산 문제,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그간 K3 팀을 운영하면서 연간 10억 원, 4년 동안 40억 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프로팀을 창단하면 더 과감히 투자할 예정입니다. 여기다 지역 기업들과의 후원 협약을 통해 최소 12억 원 정도를 확보할 예정이에요. 메인스폰서비, 입장료, 마케팅 등을 통해 얻는 수익까지 합하면 30억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청주시로부터 창단 첫 5년간만 연간 20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계획입니다. 다 합해서 연간 최소 50~60억 원의 예산으로 구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지역 기업들과의 후원 협약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압니다.

제가 사업한 지 올해로 35년째에요. 무슨 일을 하든 잘 될 때보단 잘 안 될 때를 먼저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을 정말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2년 전 창단 준비 때도 지역 기업들과 10억 원대 사전 후원 협약을 맺었습니다. 지금도 서브스폰서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지역 기업들과 병원이 많아요. 프로팀 창단 시 유소년 클럽 스폰서를 하겠다는 업체도 있고. 지금 한일 관계 때문에 잠시 논의가 중단되긴 했지만, 일본 기업 중에서 메인스폰서에 관심을 보인 곳도 있습니다.

언급하신 일본 기업, 매우 유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압니다.

맞습니다. 얼어붙은 한일관계로 그 기업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지금 국내 대기업 두 곳과 메인스폰서 문제로 접촉 중입니다. 프로팀 창단이 확정되면, 바로 발표할 예정이에요.

일부 축구계와 축구팬 사이에서 시도민 구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소수 의견입니다만, "청주 FC가 청주 시민구단도 아닌데 왜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는 얘길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자체의 지원 약속이 있어야만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프로축구단 창단 승인을 받을 수 있어요. 우린 여느 시·도민 구단처럼 해마다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겠다는 욕심 자체가 애초부터 없었어요. 지원을 받는 것도 창단 첫 5년 동안만 시의 도움을 받겠다는 겁니다.

프로야구단이나 축구단을 창단한 지자체는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립니다. 몇 년 전 프로야구 9, 10구단 창단을 위해 지자체들이 열띤 유치전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우린 허황한 '경제 효과 유발' '경제적 가치 효과' 같은 걸 홍보할 생각이 없어요. 보다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다 실질적인 효과?

프로팀을 창단하면 유소년 축구에 5억 원을 지원해야 합니다. 만약 창단 첫 5년 동안만 청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면 그 보조금 가운데 4분의 1이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쓰일 겁니다. 네, 지역 축구 발전에 세금이 사용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청주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축구단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청주시 '예술의전당'을 운영하는 데 연간 8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민 가운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축구팀에 연간 20억 원의 지원금을 투자하는 걸 과연 혈세 낭비라고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축구팀 창단을 준비하면서 ‘돈 벌려고 창단하려는 것 아니냐’ ‘나중에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프로축구단 운영해서 흑자 낸 구단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K3 팀도 해마다 적자 내면서 운영해 왔습니다. 4년 동안 쓴 돈만 40억 원이 넘습니다. 직장인 팀에도 연간 6천만 원씩 투자했어요. 전국 직장인 팀 중에 가장 많은 돈을 써가며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영인이 정치는 무슨 정치입니까. 솔직히 지난 몇년간 프로축구단 창단을 추진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때문에 상처도 많이 입었고, 좌절도 했습니다(한숨). 하지만, 제겐 축구와 청주에 대한 꿈이 있어요. 어떤 오해도 그 꿈의 성장을 가로막진 못할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프로팀을 운영해 흑자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맞습니다. 시 보조금을 받는 동안 반드시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언제까지 시 보조금에 의존할 수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축구단 안에 자사브랜드를 만들어, 거기서 나오는 이윤 전액을 축구단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인삼 열매 유통공사'라고 해서, 10억 원을 투자해 농협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인삼 관련 제품이 있어요. 이번에 특허도 나고 해서, 올 추석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또 베이커리 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빵과 커피 사업을 진행할 1,200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알아봐둔 상태에요. 여기서 나온 수익을 축구단에 재투자할 계획입니다.

반도체 설비 회사에서 축구 때문에 인삼과 제빵 사업까지 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본업인 반도체 관련 사업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꾸준히 잘 됩니다(웃음). 우리 회사 직원만 1,200명이 넘어요. 연 매출도 600억 원이 넘고. SK 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협력사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름 건실한 회사입니다.

30년 넘게 청주에 살았는데도 여전히 외지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더군요.

그런 시선 받으면 속이 많이 상하죠. 하지만,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뭡니까.

제가 청주에 태어나지 않았어도 제가 묻힐 곳은 청주가 될 거라는 점입니다.

“청주 사람이 청주에 축구팀 만드는 거 당연한 일 아닌가요?”

훈련을 준비하는 청주 FC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훈련을 준비하는 청주 FC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얘길 들어보면 볼수록 건실한 기업인이 축구 때문에 사서 고생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잖아요. 저와 청주 시민들에겐 꿈이 있습니다. 프로축구팀 창단이에요. 청주대학교 학생들이 2년전에 시민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1029명 중 962명이 프로팀 창단에 찬성의견을 주셔서 92.2%의 지지율이 나왔습니다.

절대적인 지지였군요.

우리 청주시 인구가 85만 명에 가깝습니다. 청주시와 인근 충청북도에만 1,800여 곳의 기업체가 몰려 있고요.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주말이면 어디 갈 곳이 없습니다. 젊은이들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요. 과도한 음주와 그에 따른 사건·사고가 자주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청주 연고 스포츠 팀이 여자농구팀 하나가 전부 다 보니, 그리고 공원이나 이렇다 할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 없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해마다 청주에서 7경기를 치르는 데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마다 1만 관중석이 가득 찼습니다.

원래 5경기 하다가 경기수가 늘었죠. 한화 경기 있는 날이면 청주 구장 주변이 인산인해가 됩니다. 그만큼 청주 시민들이 프로스포츠 볼거리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입니다. 며칠 전에도 우리 팀 K3 홈경기에 1,065명의 관중이 찾아왔어요. 프로팀 못지않게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와 주셨습니다. 경기 끝난 뒤 선수들이 1시간 넘게 팬들께 사인을 해드렸어요.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까 제가 다 흐뭇하더라고요(웃음).

청주에 프로팀이 생기면 청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축구팬들도 경기장을 찾게 될 텐데요.

청주는 프로스포츠팀이 성공할 수 있는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업도 많고, 시내 주변에 대학교만 7곳이 있습니다. 또 인근 시·도지역에서 30분 내외로 닿을 거리에 있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태안군, 진천군, 음성군, 세종시는 물론 대전도 40분이면 충분해요. 천안도 아무리 늦어봐야 40분 정도고, 세종시는 25분이면 닿을 거리에요. 프로팀이 생기면 청주 뿐만 아니라 충북 전체가 축구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강한 어조로) 무엇보다 지역 유소년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요.

청주 FC 경기가 열리면 덩달아 지역 상권도 춤을 춘다. 김현주 이사장은 “소상공인들과 함께 하는 프로축구단 운영이 목표“라고 말하는 이다(사진=청주 FC)
청주 FC 경기가 열리면 덩달아 지역 상권도 춤을 춘다. 김현주 이사장은 “소상공인들과 함께 하는 프로축구단 운영이 목표“라고 말하는 이다(사진=청주 FC)

프로팀이 생기면, 지역 축구 유망주들이 성장해 지역 프로팀에 입단하는 그림을 기대할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우리 지역에 우수한 선수가 많은데, 프로팀이 없다 보니 타 지역으로 스카우트돼 청주를 떠나는 게 일상이에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구자철을 비롯해 이운재, 최순호가 다 청주 출신이지만 다른 지역에 가서 축구생활을 했어요. 축구 선수를 자식으로 둔 청주 지역 학부모님들이 다 아쉬워해요. '왜 우리 지역에는 프로팀이 없느냐'고. 청주 지역 축구 소년들이 계속 청주에 남아 축구를 하고, 프로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게 청주와 시대가 제게 내린 사명이라고 봐요.

청주가 아닌 프로축구팀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와 협의해 창단을 모색하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그건 아닙니다.

왜지요?

실제로 다른 지자체에서 제게 '우리와 프로팀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기존 축구팀을 인수해달라'고 한 적도 있고. 하지만, 저는 계속 청주를 고수했어요. 또 말씀 드리지만, 반드시 프로팀을 만들어 우리 청주 시민들과 젊은이들에게 주말에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게 시대가 제게 내린 사명이자 의무입니다. 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청주와 시대가 도와줬으니 이젠 제가 청주와 시대의 뜻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진심입니다.

“시민들에게 즐거움 주는,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축구단 꿈꾼다. 훗날 청주에 묻힐 때 '청주에 프로축구단 선물한 축구에 미친 남자'로 기억되는 게 진정한 꿈”

청주 FC 홈구장인 청주종합운동장. 프로팀 창단시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팬 친화적인 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청주 FC 홈구장인 청주종합운동장. 프로팀 창단시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팬 친화적인 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창단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창단 이후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구단 운영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구단 창단 초기엔 50억 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선수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체 예산의 50%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나머지 30%는 사무국 운영에, 그리고 20%를 마케팅과 홍보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K3 팀을 운영하면서도 마케팅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마 홍보는 K3 구단 가운데 우리가 제일 많이 했을 겁니다(웃음). TV 광고도 하고, 버스 광고도 했어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플러스 친구'를 합치면 7천 명이 넘습니다. K리그2 프로팀 중에서 플러스 친구가 우리보다 많은 팀이 한 팀밖에 없습니다.

50억 원이면 프로팀 연간 예산으로 큰 액수라고 할 순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창단한 뒤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있습니다. 유소년 지원금 5억 원을 내야 하고, 5억 원의 프로축구연맹 가입 비용도 내야 합니다. 만약 시로부터 20억 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절반 정도가 거기에 들어갈 겁니다. 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위해 여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축구단에 대해 ‘돈 먹는 하마’란 느낌을 갖지 않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이고, 리스크가 없는 구단 운영을 펼칠 겁니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곳엔 과감하게 투자하고, 필요 없는 비용은 확실하게 절감할 계획입니다.

예산 절감 방안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숙소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매입한 부지가 있는데, 여기에 숙소를 지어 활용할 예정이에요. 선수단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우리가 프로 출신 선수를 여럿 영입했는데, 국내에서 잘 찾아보면 좋은 선수가 얼마든지 많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 우리팀 주정인 유재호 선수만 해도 국내외 프로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 훌륭한 선수에요. 이런 좋은 선수들로 팀을 잘 꾸리고, 적절한 동기부여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봐요. 시민들이 세금 20억 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축구단이 시민의 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축구단이 생기면 시에서 지원받는 2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무슨 무슨 경제 효과보다 고용창출 효과에 가장 큰 의무감을 느낍니다. 프로팀이 생기면 경비업체는 물론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유통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관중들이 축구장 주변에서 먹고 마시면 지역 상권이 덩달아 좋아질 거에요. 청주시의 매스컴 노출이 늘고, 청주가 자랑하는 화장품이나 직지를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또 프로축구단은 물론 유소년 팀에서 선수 출신들이 감독과 코치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축구인들의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청주 FC 선수들은 팬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사인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 의식만은 이미 프로인 청주 FC 선수들. 김현주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팬이 곧 구단주이고, 팬이 바로 구단“이라고(사진=청주 FC)
청주 FC 선수들은 팬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사인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 의식만은 이미 프로인 청주 FC 선수들. 김현주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팬이 곧 구단주이고, 팬이 바로 구단“이라고(사진=청주 FC)

얘길 듣다 보니 축구단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입니다.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축구단이 되길 꿈꿉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단 모두가 청주 시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시간 날 때마다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구단이 되는 게 목표에요. 실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2017년 수해 때는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전원이 수해 복구 현장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물에 잠긴 고추를 따느라 다들 어찌나 눈물을 흘렸는지. 지역내 초등학교, 중학교는 물론이고 보육원 학생과 장애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 교실도 진행하고 있어요. 아마 우리 청주 FC가 어지간한 프로팀보다도 지역 공헌 활동은 더 많이 했을 겁니다(웃음).

그동안 프로팀 창단을 시도하면서 숱한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열정적이고 즐거워 보이십니다.

제가 겉으론 이렇게 웃지만, 사실 속으로는 애가 탑니다. 프로팀을 창단하려면 정말 올해가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에요. 대한축구협회가 K1부터 K7까지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만약 올해도 프로축구단을 창단 못 하면, 나중에 창단하더라도 K3나 K4부터 시작해 승격을 노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K리그 2 무대를 밟는데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축구단 창단에 온 힘을 쏟아 붓는 이유입니다. 청주 시민 여러분과 축구팬 여러분께서 응원해 주시면, 아이들부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함께할 수 있는 프로축구단을 반드시 만들어 보겠습니다. 저 보고 '축구에 미친 남자'라고 하는데...제가 청주에 묻힐 때 '청주에 프로축구단을 선물한 축구에 미친 남자'라는 비석명이 새겨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제 마지막 꿈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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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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