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방마님 최재훈, 2019년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

-규정타석과 100안타, 4할대 출루율까지…한용덕 감독 “한계 뛰어넘었다”

-프레이밍 솜씨는 명불허전, 올 시즌도 리그 포수 1위

-개인 성적 기쁨보단 팀 성적에 아쉬움…“투수들에게 미안하다”

리그 정상급 프레이밍에 이제는 출루 능력까지 장착한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리그 정상급 프레이밍에 이제는 출루 능력까지 장착한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은 KBO리그에서 프레이밍(framing) 최고수로 통한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포구 기술이 최재훈의 주특기다. 위치 선정 좋고, 낮은 자세 좋고. 여기에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빠지는 볼을 정확한 타이밍에 존 안으로 끌어들인다. 심판들은 마치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스트라이크를 외친다. 최재훈이 홈플레이트 뒤에 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올 시즌 최재훈은 새로운 특기 하나를 추가했다. 0.405(9월 19일 현재)의 높은 출루율로 드러나는 선구안이 최재훈의 새 콘텐츠다.

타석에서 최재훈은 인간 자석 같은 존재다. 그가 타석에 서면, 투수가 던진 공이 자꾸만 존으로부터 멀리 벗어난다. 같은 극 자석끼리 밀어내는 모습이 연상된다. 아니면 서로 다른 극끼리 찰싹 달라붙듯이, 최재훈의 몸을 향해 공이 날아오곤 한다(몸 맞는 볼 13개).

유인구는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는 파울로 걷어내다가 끝내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간다. 프레이밍 머신에 ‘출루머신’이란 새 기능까지 장착한 최재훈이다. 원래 좋았던 수비력에 이제는 공격력까지 장착하면서, 공수를 한 몸에 갖춘 당당한 주전포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보기 드문 출루율 4할대 포수…‘출루머신’으로 거듭나다

올 시즌 출루를 비롯한 타격에서 큰 발전을 이룬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출루를 비롯한 타격에서 큰 발전을 이룬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올해 최재훈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이인 128경기에 출전해 첫 세 자릿수 안타(104안타)를 때려냈고 3할에 가까운 타율(0.296)과 4할대 출루율(0.405), 한화 팀 내 야수 1위에 해당하는 WAR 3.49승을 기록하고 있다. 김태균보다, 이성열보다, 송광민보다 더 많은 승수를 팀에 가져다준 타자가 최재훈이다.

한용덕 감독은 최재훈이 장타 욕심을 버리면서, 당겨치기만 하던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고 평가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격이 좋았다. 그동안 봤던 모습과 뭔가 달랐다. 시즌 내내 꾸준히 잘해주고 있다. 타격에서 자신의 한계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 감독의 평가다.

특히 최재훈의 높은 출루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출루율 0.405는 리그 규정타석 타자 가운데 5위 기록이다. 최재훈보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NC 양의지(0.443), KT 강백호(0.423), KIA 최형우(0.413),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406)까지 4명뿐. 하나같이 장타력과 타격 정확성을 겸비한 강타자들이다.

2019시즌 리그 출루율 Top 5(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9시즌 리그 출루율 Top 5(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포수들은 대체로 타석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KBO리그 역사상 포수가 최재훈보다 높은 출루율로 시즌을 마친 사례는 딱 10차례뿐. 박경완, 양의지, 강민호, 이만수 등 ‘레전드’ 포수들이 여기 해당한다. 하나같이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릴 능력을 갖춘 거포로, 투수가 정면 승부를 피할 법한 타자들이다.

반면 역대 포수 시즌 출루율 11위에 이름을 올린 최재훈의 통산 홈런 수는 9개에 불과하다. 올 시즌 홈런도 3개뿐이다. 4할대 출루율이 순수하게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으로 만든 기록이란 얘기다.

실제 최재훈은 타석당 볼넷% 리그 6위(12.7%),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 최소 14위(9.2%), 볼에 스윙한 비율 최소 6위(23.1%) 등 ‘참을성’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타석당 투구 수도 4.09개로 리그 5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최재훈은 상대 투수가 하나라도 더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승부하다 보니 볼넷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또 “출루를 위해 가급적 몸쪽 볼을 피하지 않다 보니 출루율이 높아진 것 같다. 장타 욕심을 버리고 팀에 도움이 되는 출루 쪽에 신경을 쓰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물론 주특기인 신기의 프레이밍 솜씨도 여전하다. 한화 관계자는 올 시즌 볼을 스트라이크로 바꾼 횟수 기록에서 최재훈이 리그 포수 1위를 기록했다. 프레이밍 좋기로 유명한 다른 팀 포수들과 비교해도 최재훈의 기록이 훨씬 좋았다고 홍보했다.

최재훈에게 프레이밍은 “투수를 도와주는 기술”이다. 그는 올해 초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비슷한 공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든 투수를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볼이 될 게 스트라이크가 되면 투수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우리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 힘줘 말했다.

이런 최재훈에게 한화 투수들은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외국인 투수 채드벨은 키움 히어로즈 상대 8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뒤 “최재훈은 정말 좋은 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상대 전력분석을 하는데 최재훈이 큰 도움이 된다. 또 워낙 센스가 좋은 선수라 경기 시작한 뒤엔 상황에 맞게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 앞으로도 계속 호흡을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 채드벨의 말이다.

“개인 성적,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투수들에게 미안하다”

최고의 개인 성적에도 팀과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는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최고의 개인 성적에도 팀과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는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개인 성적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팀의 주전포수다 보니 마음껏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부진한 팀 성적과 마운드 기록 때문이다. 최재훈은 기쁨과 즐거움보단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야 규정타석, 100안타 등 소중한 것을 이룬 시즌이지만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결국 팀 성적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훈의 말이다.

최재훈은 개인 성적보다 팀과 투수들의 성적을 우선시하는 선수다. 지난해에도 시즌 목표를 묻자 ‘정우람의 세이브왕’과 ‘투수들의 좋은 성적’ 그리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얘기했던 최재훈이다.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최재훈이 주전포수로서 전하는 사과의 말이다. “제가 좀 더 신중하고 더 잘했더라면,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었을 텐데…포수 책임이 많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투수들에게 미안합니다.”

물론 후회만 하며 제자리에 머무를 생각은 없다. 최재훈은 “그래도 앞으로 내가 포수로서, 타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된 시즌”이라고 2019년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올 시즌을 계기로 내가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더 고민하고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다음 시즌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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