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대표팀, 양의지 리드 아래 2연승 달성
-양의지의 ‘여우 리드’, 대표팀 에이스 양·김의 마음을 홀리다
-완벽한 리드에도 타격 아쉬움이 큰 양의지 “안타가 안 나와서…”
-투수들과 양의지의 굳건한 신뢰, 대표팀 최고의 무기다

한국은 양의지 보유국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한국은 양의지 보유국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대투수’들이라 제가 한 게 없어요.

그의 한마디에서 겸손함이 묻어나왔지만, 그를 향한 칭찬을 빼놓을 수 없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포수 양의지의 ‘여우 리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국제 대회에서도 상황에 따른 양의지의 맞춤 리드는 신들린 듯 제대로 통했다.

대표팀은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을 연이틀 내세워 C조 예선 2연승을 달렸다. 1차전 호주전(5대 0 승리)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2차전 캐나다전(3대 1 승리)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6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양현종의 10K 속 빛난 양의지의 정석 리드

양의지의 리드는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사진=WBSC)
양의지의 리드는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과 김광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사진=WBSC)

첫 경기에서 양현종을 리드한 볼 배합부터 호평이 쏟아졌다. 양현종은 이날 속구(35개)와 체인지업(25개)으로 호주 타선을 상대했다. 커브(4개)와 슬라이더(3개) 사용은 극히 적었다. 특히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호주 타자들에게 생소한 양현종의 체인지업이 주로 사용됐다. 양현종의 10탈삼진 달성 속엔 양의지의 ‘정석 리드’가 있다.

양의지는 (양)현종이 정말 잘 던졌다. ‘대투수’ 현종이를 믿었기에 나는 던지는 대로 받았을 분이다(웃음). 상대가 떨어지는 변화구가 약하다는 전력 분석에 따라 체인지업을 과감하게 자주 사용했다. 유리할 때 변화구로 존 아래에 떨어뜨리는 정석 사인을 주로 냈다. 경기 초반에 보니까 상대 타자들이 현종의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전혀 못 맞추더라. 굳이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던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1차전 볼 배합 선택을 설명했다.

양의지는 국제 대회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 파악에도 신경 썼다. 양의지는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과 비교하면 살짝 넓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닌 듯싶다. 영어를 못하니까 구심과 대화 길게 할 일은 없다(웃음). 구심의 성질만 안 건드리면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줄 거로 본다며 웃음 지었다.

김광현의 고갤 두 번만 흔들게 한 양의지의 리드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공을 던진 양현종(왼쪽)과 김광현(오른쪽). 김광현은 양의지의 사인에 단 두 번만 고갤 흔들었다고 밝혔다(사진=WBSC)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공을 던진 양현종(왼쪽)과 김광현(오른쪽). 김광현은 양의지의 사인에 단 두 번만 고갤 흔들었다고 밝혔다(사진=WBSC)

김광현과 호흡을 맞춘 2차전은 경기 초반 구심 부상 변수가 문제였다. 2회 초 양의지의 타구에 맞은 구심이 뇌진탕 증세를 호소하며 2회 말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빠져 나갔다. 약 10분간 중단된 뒤 1차전을 맡았던 구심이 다시 2차전 구심 마스크를 썼다. 2회 말엔 국제 대회에서 보기 힘든 3심제 경기가 임시로 진행됐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양의지는 당황하지 않고 투수 리드를 이어갔다. 양의지는 최대한 (김)광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1차전 구심이 갑자기 마스크를 썼길래 ‘어제 보고 오늘 또 본다’고 짧게 얘기했다(웃음). 1차전 때 존을 다시 생각하며 리드했는데 광현이의 전 구종이 잘 들어와 모든 사인이 잘 맞아떨어졌다며 고갤 끄덕였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김광현은 총 77구 가운데 56개의 스트라이크를 기록하는 안정감을 보여줬다. 김광현은 최고 구속 151km/h 속구(28개)와 더불어 최고 구속 140km/h 고속 슬라이더(28개), 그리고 체인지업(12개)과 커브(9개)를 섞어 캐나다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김광현은 양의지와의 호흡과 관련한 질문에 (양)의지 형의 리드 덕분에 경기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경기 초반에 속구를 많이 보여주면 경기 중반 변화구 효과가 더 커질 거로 생각했다. 속구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인데 커브가 제구만 되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결정적일 때 커브를 종종 던졌다. 오늘 마운드에서 고개를 두 번 정도만 흔든 듯싶다. 의지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니까 안 믿을 수가 없다. 100% 신뢰하고 던졌다고 답했다.

투수들과 양의지의 굳건한 신뢰, 대표팀 최고의 무기다

양의지는 타격에서 잘 풀리지 않은 아쉬움을 계속 내비쳤다. 공-수에서 더 완벽한 포수로서 활약을 보여주고 한다(사진=WBSC)
양의지는 타격에서 잘 풀리지 않은 아쉬움을 계속 내비쳤다. 양의지는 공·수에서 더 완벽한 포수로서 활약을 보여주고 한다(사진=WBSC)

투수들의 신뢰만큼 벤치에서도 양의지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 대표팀 진갑용 배터리코치는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때도 (양)의지와 함께했지만, 의지가 있으니까 전혀 걱정할 게 없다. 오히려 내가 할 일이 거의 없다(웃음). 알아서 잘하니까 대부분 다 믿고 맡긴다고 전했다.

이렇게 투수 리드만 완벽하게 해도 칭찬이 쏟아지지만, 양의지는 타석에서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공·수에서 모두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에 경기 뒤 만난 양의지의 얼굴이 100% 밝진 않았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양의지는 모두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있었다.

양의지는 1차전 첫 타구가 빠졌으면 3안타 경기를 펼쳤을 텐데(웃음). 대량 득점 기회를 놓쳤던 1차전 첫 타구가 아쉬웠다. 상대 수비수가 정말 잘 잡았다. 2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라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마지막 타구는 잘 맞았다. 3차전에선 첫 안타가 나오길 기대해보겠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 투수들은 KBO리그보다 전력 분석이 어려운 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결국, 경기 초반 상대 타자의 습성이나 약점을 빨리 파악해 투수들을 이끄는 포수의 리드가 필요하다. 양의지는 그런 면에 있어 ‘여우 리드’로 최적화 된 포수다. 한국에서 최고의 공을 지닌 투수들이 100% 포수를 신뢰하며 믿고 던진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전략은 없다. 이 모든 게 ‘양의지 보유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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