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힘겨운 한해 보낸 역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과 손승락

-부상과 부진, 국내 복귀까지…2020시즌 7년 만의 KBO리그 복귀 앞둔 오승환

-시즌 초반 부진에 마무리 자리 잃었던 손승락, FA 선언했지만 아직 미계약

-역대 최초 300세이브 대기록, 누가 먼저 달성할지 주목

2020시즌 명예회복을 벼르는 오승환과 손승락(사진=엠스플뉴스)
2020시즌 명예회복을 벼르는 오승환과 손승락(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 자리를 놓고, 1982년생 동갑내기 두 노장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2020시즌 명예회복을 벼르는 ‘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과 2위 손승락이 주인공이다. 사상 최초의 300세이브 대기록 달성까지 달려 있어 더 흥미로운 대결이다.

오승환과 손승락에게 2019시즌은 수난의 해였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21경기 평균자책 9.33으로 2014년 국외 진출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오랜 외국 생활로 심신이 지친 데다,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과 옆구리 부상까지 겹쳐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7월 중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결정하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이후 콜로라도의 지명할당과 FA,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복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8월 23일 수술을 받고 내년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2019년을 지우고 싶기는 손승락도 마찬가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손승락은 통산 262세이브로 역대 1위 오승환(277세이브)의 기록에 15개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2012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7시즌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거둔 손승락인 만큼, 어렵지 않게 역대 1위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 4월까지 12경기에 등판해 세이브 4개를 거둘 동안 세 차례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특히 4월 18일 KIA전 0.1이닝 5실점, 이틀 뒤 KT전에서 0.2이닝 3실점 하며 2경기 연속 대량실점과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손승락은 5월부터 마무리 자리를 구승민에게 내줘야 했다. 양상문 감독이 퇴진한 뒤 다시 마무리 자리를 되찾긴 했지만, 좀처럼 세이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 후반기 5세이브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시즌 성적은 4승 3패 9세이브에 3.93의 평균자책.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가장 부진한 성적으로 한 시즌을 마쳤다. 2010년부터 이어온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행진을 멈춘 것은 물론, 역대 세이브 1위의 꿈도 뒤로 미뤄야 했다.

‘4월 이후 복귀’ 오승환, ‘FA 계약-마무리 탈환’ 고비 앞둔 손승락…300세이브는 누가 먼저?

눈물과 함께 돌아온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눈물과 함께 돌아온 오승환(사진=엠스플뉴스)

오승환의 마운드 복귀는 내년 4월 말 내지 5월 초가 유력하다. 오승환은 앞서 2015년 국외 원정 불법도박 사건으로 KBO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삼성이 8월 6일 자로 오승환을 선수 엔트리에 등록하면서, 2019시즌 출전정지 징계 기간 가운데 42경기를 소화한 상태다.

오승환에게 남은 징계 기간은 30경기. 2019시즌 스케쥴 기준으로 삼성이 첫 30경기를 소화한 시점은 4월 마지막 날인 30일이었다. 팔꿈치 재활이 스케쥴대로 진행되면 징계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장 실전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각종 부상에 시달린 2019시즌에도 평균 147km/h의 빠른 볼을 던졌다. 이는 광속구 투수의 대명사로 꼽히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과 같은 평균 구속이다. 2019시즌 KBO리그에서 이보다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단 8명밖에 없었고 그중 6명은 외국인 투수였다. 볼 스피드 하나만 놓고 봐도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이다.

오승환의 패스트볼은 회전수 자체는 높지 않지만, 강력한 백스핀을 바탕으로 타자 입장에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상승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여기다 KBO리그 시절 빠른볼-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에서 일본과 미국을 거치며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율을 끌어올려 ‘4피치’ 투수로 진화했다.

2019시즌 바뀐 공인구 효과도 오승환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38세가 되는 내년 시즌에도 오승환의 마무리투수로서 경쟁력이 여전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다.

손승락도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위해선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원소속팀 롯데와 FA 계약이 1차 관문이다. 아직 손승락은 롯데와 구체적인 계약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단계다.

손승락은 전준우, 고효준과 같은 에이전시(디앤피파트너) 소속이다. 우선 ‘최대어’ 전준우의 계약이 마무리돼야 손승락, 고효준의 계약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손승락과 협상 계획에 대해 FA 관련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함구했다.

먼저 계약을 체결한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정우람은 4년 39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손승락보다 나이가 세 살 어리고 2019시즌 활약도 좋았던 정우람이 연평균 10억 이하에 사인할 정도로, 최근 FA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손승락 계약 관련 “롯데와 노경은의 계약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FA 계약에 성공하면 그다음은 팀 내 마무리투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신임 허문회 감독은 아직 마운드 운영 관련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허 감독이 수석코치를 지낸 키움이 데이터에 기반한 파격적 마운드 운영을 선보였던 점, 데이터 활용에 밝은 노병오 코치가 메인 투수코치를 맡는 점을 감안하면 ‘이름값’에 의존한 투수 기용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산 271세이브를 거둔 백전노장 손승락이라도 후배들과 실력으로 싸워 이겨야 마무리 자리를 따낼 수 있단 얘기다.

2019시즌 손승락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3km/h로 2018시즌(144.7km/h)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빠른 볼과 커터 투 피치에서 최근엔 스플리터까지 추가해 레퍼토리를 늘렸다. 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과는 6세이브 차. 300세이브까지 남은 세이브 숫자는 29세이브다. 과연 손승락은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 대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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