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 잡은 포항 스틸러스, 10위->4위로 2019시즌 마무리

-김기동 감독 “좀 더 공격적으로 했다면 ACL 출전권 따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남아”

-“포항보다 자금력에서 우수한 국내·외 팀이 완델손 주시 중. 마땅한 대체자 구하는 게 현실적”

-“김 감독의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에 2020시즌 성패 달렸다”

올 시즌을 4위로 마친 포항 스틸러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을 4위로 마친 포항 스틸러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4월부터 지휘봉을 잡아 10위였던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극적으로 파이널 A에 진입했고 리그 최종전에선 우승 트로피의 주인까지 바꿨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내년이 기대되는 건 이 때문이다.

포항은 올 시즌 16승 8무 14패(승점 56)를 기록하며 리그 4위를 기록했다. 3위 FC 서울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4골이 모자랐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차기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내년엔 좀 더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으로 감사한 시즌이다. 어려운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좋은 마무리를 지었다고 했다.

10위->4위로 올라선 포항,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시작은 김기동 감독 선임과 여름 이적 시장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가 파이널 A에 속할 것으로 예상한 축구인은 많지 않았다.

4월 23일 최순호 전 감독이 구단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 3월 3일 FC 서울과 올 시즌 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FA컵 32강 탈락, 원정 5경기 무득점 등 저조한 경기력이 문제였다. 리그 순위는 강등권의 추격을 받는 10위였다.

최 전 감독의 빈 자리는 김기동 수석코치가 채웠다. 포항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4월 26일 데뷔전을 시작으로 4연승을 내달렸다. 5월 4일엔 울산 현대와 올 시즌 첫 동해안 더비에서 짜릿한 역전승(2-1)을 거뒀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6월 23일 강원 FC전이 대표적이다. 포항은 4-0으로 앞서간 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강원이 5골을 몰아치며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역전을 이뤄낸 까닭이다. 이후 팀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고, 포항은 4연패에 빠졌다.

포항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상반기 가장 큰 문제였던 골 결정력 부재를 일류첸코(독일)와 팔로세비치(세르비아) 영입으로 해결했다. 일류첸코는 18경기에서 뛰며 9골 2도움을 기록했다. 팔로세비치는 16경기 5골 4도움을 올리며 후반기 포항이 달라진 화력을 뽐내는 데 앞장섰다.

포항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였고 날카로운 창끝을 뽐냈다. 10월 6일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당시 포항의 상대는 단독 선두 울산이었다. 포항은 6위 수성을 위해 승점이 필요했다. 7위 상주 상무가 포항을 승점 2점 차로 추격 중인 까닭이었다. 실제로 상주는 강원 FC를 잡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상주는 파이널 A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포항이 울산에 다시 한번 역전승(2-1)을 거두면서 파이널 A행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포항은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에 길이 남는 최종전까지 만들었다. 5위 포항이 승점 1점만 더하면 14년 만의 우승을 확정하는 라이벌 울산을 4-1로 대파했다. 축구계는 포항엔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는 까닭에 울산의 승리와 우승을 예측했었다. 축구인들이 이 경기 결과에 놀라움을 표한 건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팀 주전으로 성장한 송민규는 팀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감독님과 코치진, 선배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잘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울산전에선 감독께서 4위 등극이란 동기부여를 줬다. 선배들은 ‘잃을 게 없으니 한 번 해보자’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부담 없이 우리가 준비해온 걸 그라운드 위에서 내보이려고 한 게 흥미로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전반기와 달랐던 후반기, 그 중심에 선 선수들을 지킬 수 있을까

포항의 에이스 완델손(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의 에이스 완델손(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는 12월 1일 울산 현대와의 올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한 달여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선수들은 2020년 1월 3일 소집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단 프런트는 쉴 틈이 없다. 내년 예산을 책정하고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나 올 시즌 후반기 팀 상승세를 이끈 핵심 선수들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시즌 포항에서 가장 도드라진 활약을 보인 건 완델손이다. 완델손은 올 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뛰며 15골 9도움을 올렸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결과를 가져오는 ‘슈퍼 크랙’으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까지 측면 수비수로 뛴 완델손을 공격수로 올린 게 큰 효과를 냈다.

이적 시장에 정통한 축구 관계자는 완델손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자연스럽게 완델손을 지켜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0시즌 완델손을 원하는 팀이 꽤 있다. 자금력에서 포항보다 앞선 국내·외 구단이 완델손의 영입을 노린다. 포항이 완델손을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올여름 일류첸코, 팔로세비치를 영입해 공격력 강화를 꾀한 것처럼 다시 한번 스카우트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민규는 올 시즌 후반기 팀 상승세 중심엔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다그들은 훈련장에서부터 하나라도 더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덧붙여 훈련장에서 흘린 땀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합류한 선수들이 있는 까닭에 처음엔 손발이 맞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조직력을 만들었다고 했다.

포항은 올 시즌 K리그2 베스트 11에 선정된 김상원, 올여름 포항으로 임대와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허용준의 영입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한 최영준은 원소속팀 전북 현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포항이 쓴 극적인 반전 드라마에서 올여름 이적 시장은 아주 큰 역할을 했다. 2020시즌을 앞둔 이적 시장에선 어떤 드라마를 준비할 것인가.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