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옥중경영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할 히어로즈(사진=엠스플뉴스)
이장석 옥중경영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할 히어로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가 ‘이장석 옥중경영’ 방지를 위해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투명 경영 관리인’을 파견한다. 또 하송 현 대표이사 등 구단 임원에 대해서는 리그 품위 손상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했다. 히어로즈 구단에 2천만 원의 제재금도 부과했다.

KBO는 3월 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비공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장석 전 대표의 부당한 구단 경영 개입 의혹 관련 조사 내용에 대해 심의했다. KBO는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변호사, 회계사, 전직 경찰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KBO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한 바 있다.

특조위는 히어로즈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각종 서류와 증거자료를 조사하고, 전・현직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진술을 들었다. 특조위는 약 3개월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최종 보고서를 완성해 상벌위에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상벌위가 제재 대상과 수위를 정했다.

우선 문제의 핵심인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과 관련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KBO는 (특조위 조사 결과) 검토 결과, 이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구단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으나, 구단 제출 자료의 임의성 및 당사자(이 전 대표)의 면담 불가 등에 따른 한계가 있어 구체적인 위반 사실의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조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히어로즈 구단에 대해서는 옥중경영이 아닌 리그 질서와 품위 손상 책임을 물었다. 상벌위는 “이 전 대표의 부당한 경영 개입 금지와 관련한 KBO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엄격한 내부 통제 절차를 시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각종 의혹이 제기되어 특별 조사가 이루어지고, 야구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게 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KBO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고 리그의 질서와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로 판단”해 KBO 규약 부칙 제1조에 의거해 2,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구단 경영진 제재, 하송 대표 등 ‘엄중 경고’…박준상 전 대표는 추후 징계

이장석 옥중경영의 핵심 인물인 박준상 전 대표에 대한 징계는 추후로 미뤘다(사진=엠스플뉴스)
이장석 옥중경영의 핵심 인물인 박준상 전 대표에 대한 징계는 추후로 미뤘다(사진=엠스플뉴스)

KBO 상벌위원회는 히어로즈 경영진에게도 옥중경영 가담이 아닌 다른 책임을 물었다. KBO는 부정적 이슈나 사회적 논란으로 리그의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구단의 경영진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유를 들어 하송 대표이사, 김치현 단장, 고형욱 상무, 박종덕 관리이사에 대해 엄중경고 조치했다.

반면 박준상 전 대표이사와 구단 자문변호사 역할을 한 임상수 변호사 등에 대해선 징계를 유보했다. “2명은 해당 사안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관계자로 보이나, 현재 KBO 리그 소속 관계자가 아니므로 제재의 실효성이 없어 추후 어떠한 형태로든 KBO 리그에 복귀하게 될 경우, 이들에 대한 제재를 별도로 심의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KBO가 옥중경영 재발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은 ‘투명 경영 관리인’ 파견이다. KBO는 “KBO의 제재 및 결정 사항 준수와 해당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구단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투명 경영 관리인을 히어로즈 구단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KBO에서 파견하는 투명 경영 관리인은 앞으로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선수단 운영, 프로야구 관련 계약, KBO가 주관하는 모든 리그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 직∙간접적으로 구단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을 방지하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KBO는 투명 경영 관리인 선임의 구체적인 방법과 자격, 절차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히어로즈 구단이 KBO 상벌위의 제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히어로즈는 특조위 조사 기간 KBO에 “허 의장, 하 대표가 징계 대상에 포함될 경우, 옥중경영을 짐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KBO 총재와 사무총장도 징계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지의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히어로즈는 “특조위의 조사 과정과 질문 내용에 문제가 많다”며 “KBO가 특조위를 감사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다는 히어로즈의 그간 태도를 볼 때, 주요 경영진에 대한 제재와 2천만 원의 제재금, 외부 감시인 파견이 포함된 KBO 제재에 강력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옥중경영 의혹을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리그 품위 손상’ 책임을 적용한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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