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야구계 비상…구장 외부인 출입 통제, 발열 체크까지

-마스크 쓴 채로 훈련하기도…한화는 전 선수단 마스크 쓰고 훈련

-농구, 축구보다 호흡량 적은 야구…훈련 강도 높으면 건강상 문제 가능성도

-코로나19 공기 전파 가능성 적어...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실익 크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번트 연습하는 이용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스크를 쓰고 번트 연습하는 이용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전 세계적 재앙으로 덩치를 키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야구계도 비상이다. KBO리그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정규시즌 개막도 무기한 연기됐다. 모든 게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초유의 상황이라 뭐가 정답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팀들은 저마다 코로나19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 시즌 개막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게 목표다. 선수, 관계자 가운데 단 하나라도 감염되면 시즌을 그르치는 건 시간문제다. 구단들이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강도 높게 대응하는 이유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아예 훈련장에 외부인 출입을 금했다. 나머지 8개 구단은 취재진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출입구와 동선을 제한했고, 입장할 때는 발열 체크와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다. 취재도 이전처럼 오가는 선수를 붙잡고 한두 마디 묻는 식은 당분간 어렵다. 류현진 공항 입국 인터뷰하듯 2m 이상 거리를 두고 진행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구단이 대동소이하다.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선수들도 눈에 띈다. 3월 13일 기자가 방문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선 선수단 전원이 훈련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대부분 KF80, KF94 등급 보건용 마스크다.

반면 SK, NC 등은 훈련 시간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SK 관계자는 “우리는 훈련 때 마스크 착용하라는 지침이 없었다”고 했다. NC 관계자는 “마스크는 실내에서만 쓰면 된다”고 했다. 두산은 마스크를 쓰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구단마다, 선수마다 제각각이다.

“마스크 착용, 강도 낮은 훈련엔 상관없어…훈련 강도 높으면 건강상 문제”

13일 대전에서 한화 선수단은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3일 대전에서 한화 선수단은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훈련 중 마스크 사용에 대해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린다. 지방구단 한 내야수는 마스크를 쓰고 무슨 운동이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구단 관계자도 “굳이 훈련할 때까지 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한다는 구단 선수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쓰고 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한화 관계자는 “약간의 위험조차 최소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불편해지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필수품이 된 산업용, 보건용 마스크엔 아주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내는 기능이 있다. 산업용 마스크의 경우 미세먼지는 물론 유해가스까지 흡착해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다.

식약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 등급에서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미세먼지 제거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산소투과율은 낮아진다. 일반인이 KF 등급이 높은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생활하면 갑갑하고 호흡이 빨라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선 꼭 필요한 상황 외엔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미국 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 가이드라인에선 마스크 착용이 숨쉬기 힘들게 만들어 육체적으로 부담을 준다고 경고한다. 1회 호흡량 감소로 호흡 빈도가 증가하고, 허파꽈리(폐포)와 폐에서 환기가 감소하며, 심박출량 감소 등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 SK 등은 훈련시에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 SK 등은 훈련시에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야구는 육상, 농구, 축구처럼 강도 높은 호흡을 필요로 하는 종목은 아니다. 모 구단 트레이너는 익명을 전제로 훈련 중 마스크 사용에 대해 “분명 호흡하는 데 불편하겠지만, 야구가 많은 폐활량을 요구하는 종목이 아니라서 가능한 부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선수가 과호흡을 요구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량이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산소량이 요구되지 않는다. 훈련 강도가 낮다면, 훈련할 때 마스크를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트레이너의 설명이다.

하지만 러닝 등 강도 높은 훈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트레이너는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산소 흡입 요구가 높아질 때는 마스크 사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상적인 운동 때 호흡법이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건데 마스크를 쓴 채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닝 할 때 산소 투입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되면 많은 산소가 코와 입을 통해서 체내에 공급되어야 하는데, 마스크로 인해 산소 투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면서 두통이나 현기증이 생길 수 있고, 혈압 조절에도 문제가 생긴다.” 오히려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공기 전파 가능성 희박해…마스크보다 손 씻기가 중요”

마스크를 착용하고 워밍업하는 한화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워밍업하는 한화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훈련 강도를 떠나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강양구 전 프레시안 기자는 SNS를 통해 “WHO나 세계 각국의 방역 당국은 공통적으로 마스크보다 손 씻기를 최우선에 놓고서 강조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많은 시민이 마스크 착용에 집착하는 이유는 감염자가 기침하거나 말을 할 때 날아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을 걱정해서다. 하지만 일부러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만 쫓아다니면서 기침을 할 때마다 얼굴을 들이대고 있지 않는 한 그런 전파는 사실 영화처럼 흔하지 않다. 만원 지하철 전파가 드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5㎛ 이상 크기의 비말이다. 또 감염자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만진 물건을 통해서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 식기, 손잡이, 스마트폰, 키보드 등이 주된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다. 마스크를 써도 오염된 손으로 얼굴을 만지거나, 마스크 자체가 오염됐다면 오히려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기 전파 가능성을 언급하는 극소수 연구가 있지만 학계의 폭넓은 동의를 얻진 못하고 있다. WHO와 중국 방역 당국도 공기 전파는 보고된 바 없고 주요 전파 경로가 아니라면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일축한다.

공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아주 드문 경우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중증 환자에게 기관 삽관을 하는 극단적인 상황 정도다. 현재 시중에서 없어서 못 사는 KF94 등급 보건용 마스크, N95 등급 산업용 마스크가 의료진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없다면, 실외에서 호흡곤란을 참아가며 마스크를 써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구단들은 이미 철저한 코로나19 예방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대전야구장만 해도 하루에 두 번 구장관리인들이 소독 작업을 한다. 선수단 훈련에 앞서 한 차례, 훈련 끝난 뒤 한 차례씩 구장 구석구석을 소독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전문방역업체를 불러 대방역 작업까지 한다.

한화는 선수단 식사도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해결한다. 구단 직원도 일부 극소수만 선수단과 직접 접촉하게 했다. 외부인 출입 시엔 발열 체크부터 마스크 착용, 동선까지 철저하게 통제한다. 감염자와 접촉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만큼, 운동 시간까지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써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물론 마스크 착용이 가져다주는 ‘효능감’을 무시할 순 없다. 바이러스가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정작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안한 게 사람 심리다. 아무리 정부에서 뒤늦게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캠페인 해도 새벽부터 줄 서서 마스크를 사야 마음이 놓인다.

모 구단 관계자는 불안감을 안고 운동하는 것보다는, 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더라도 마음이 편한 게 낫지 않겠느냐며 일부 선수들의 훈련 중 마스크 착용을 심정적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지금 워낙 상황이 심각하지 않나. 선수들 사이에선 자칫 의심환자만 돼도 자기 때문에 팀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할 때 마스크를 쓰는 걸 꼭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볼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 예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다 하겠다는 의지라고 봐야 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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