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응원단장들에게 ‘수입 0’ 생계 위협
-대구 거주 중인 삼성 라이온즈 김상헌 응원단장도 직격타
-“‘투잡’도 어려운 상황, 선수들 응원가 제작에만 집중”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내, 라팍에서 다시 만나는 그날이 오길”

삼성 라이온즈 김상헌 응원단장은 야구의 일상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 김상헌 응원단장은 야구의 일상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해마다 3월 중순 봄에 찾아오는 야구의 설렘이 잠시 사라졌다. 속는 셈 치고 유망주의 호쾌한 스윙과 베테랑의 관록 있는 스윙에 기대감을 품는 시범경기도 사라졌다. 왠지 내 응원 팀이 이길 것 같은 개막 시리즈를 앞둔 기분 좋은 긴장감 역시 사라졌다. 전 세계로 퍼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일상의 야구를 빼앗아 가고 있다.

더 심각한 이들도 있다. 야구팬들의 응원을 먹고 사는 KBO리그 응원단장들은 생계를 빼앗겼다. 겨울 프로스포츠 종목들도 리그 중단 상태라 응원단장들의 수입은 사실상 ‘0’이다. KBO리그 개막 시점도 불투명하기에 그 고통의 시간은 더 연장될 전망이다.

대구에 거주 중인 삼성 라이온즈 김상헌 응원단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맞았다. 소위 말하는 ‘투잡’을 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김 단장은 그저 라이온즈 파크 응원단상에 다시 설 그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삼성 팬들 앞에 다시 설 그날 뜨거운 눈물을 흘릴 듯싶다고 말하는 김 단장의 진심을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응원이 마려운 삼성 김상헌 응원단장 "일상이 그립다."

코로나19 사태 뒤 단체 응원의 그림이 사뭇 다르게 보이는 분위기다. 한국은 언제 일상생활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사진=삼성)
코로나19 사태 뒤 단체 응원의 그림이 사뭇 다르게 보이는 분위기다. 한국은 언제 일상생활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사진=삼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터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예전 세월호 사건 때 응원단 운영이 없었던 이후로 이렇게 일이 없는 게 처음인 듯싶습니다. 겨울에 맡았던 배구단(삼성화재·IBK기업은행) 응원도 중단됐고요. 본의 아닌 휴식기를 보내고 있죠. 집에 아이들이 있는데 평소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은 보내고 있는 건 좋습니다(웃음).

응원단장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상황인 듯싶습니다.

모든 응원단장님이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경기당 수당으로 돈을 벌기에 현재 수익이 거의 다 ‘0’이고요. 고깃집 장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자영업도 힘드니까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치어리더 같은 경우엔 대행사 직원일 경우 월급이 조금이라도 나오긴 하는데 어렵기는 마찬가지죠. KBO리그 개막 여부를 저한테 물어보는 경우도 많은데 저도 잘 모르니까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시간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죠.

소위 말하는 ‘투잡’을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응원단장님들은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사는 지역이 대구라 코로나19와 관련해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배달 업체 아르바이트도 알아봤는데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성 때문에 망설여지더라고요. 저 혼자 있으면 괜찮은데 집에 아이들이 있어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일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개막이 언제 갑자기 될지도 모르니까 몸 관리도 잘해야 하고요. 다들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 분위기니까 최근엔 집에서 조용히 응원가만 만들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선 큰 문제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마스크를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조금씩이라도 살 수 있는 게 다행이죠. 마스크도 집에서 필터로 만들어 써야 할 판입니다. 주위를 보면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니까 맞벌이 부모님들은 정말 힘든 듯싶어요.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고요. 먹는 건 한국이 배달이 원체 잘 되니까 시켜 먹으면 되는데 개인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까 답답하긴 합니다.

야구가 있었던 일상이 그립겠습니다.

(짧은 한숨 뒤) 그 일상생활이 엄청 그립습니다. 솔직히 최근 제 직업과 관련해 힘들단 생각도 있었는데 그런 매너리즘을 잊고 다시 신나게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은 느낌입니다. 저 혼자라도 응원단상에서 응원하고 싶단 마음이에요. 얼른 라팍 응원단상 위에 서서 삼성 팬들과 함께 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고민한 응원가를 제때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쉽겠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응원가를 다시 가다듬을 시간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응원가도 만들고 있는데 팀 응원가가 꽤 잘 나왔어요. ‘안타기도 송’을 만들었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선수 응원가는 팬들이 불러주시는 거니까 개인 채널을 통해 투표를 받고 있어요. 선정된 곡으로 최종 작업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잠시 미뤄진 것일뿐, 다시 만날 날은 곧 찾아온다."

김상헌 응원단장이 라팍 응원단상에 다시 올라 팬들과 호흡할 그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사진=삼성)
김상헌 응원단장이 라팍 응원단상에 다시 올라 팬들과 호흡할 그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사진=삼성)

삼성 팬들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 모든 국민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제 개인 방송에 찾아와 응원해주시는 팬 한 명 한 명 모두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힘내라고 기프트콘 등으로 후원해주시는 팬들도 계시고요. 솔직히 수입이 하나도 없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그렇게 도와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팬들을 위해 올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단 다짐도 했고요.

야구팬들도 야구에 정말 애타게 목마른 분위기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팬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습니다. 배구 무관중 경기 때 개인 중계로 팬들과 만났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야구도 구단 채널 등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직접 함께 있을 수 없지만 함께하는 듯한 방송을 하고 싶죠. KBO리그 10개 구단이 다 함께 힘을 합치는 움직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기일 때일수록 어떤 아이디어로든 뭉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볼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고요. 배구에선 치어리더들이 무관중 경기 진행을 도와준 사례도 있잖아요. 야구팬들을 더 끌어올 수 있도록 한국 야구계가 다 뭉쳐야 하지 않을까요. 야구 관중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집밖에 못 나가시는 분들 많은데 영상 콘텐츠를 통해 야구로 유입할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야구계 구성원 모두가 힘을 내야겠습니다.

주위 모든 사람이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저도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되고요. 만약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선수들도 경기에 뛰며 보여주고 싶을 게 많을 거고요. 그래도 야구가 영원히 끝난 게 아니잖아요. 언젠가 다시 라팍에서 만날 날이 올 테니까 다들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대구도 더 힘내길 바랍니다.

얼른 응원단상에서 재회하길 바라는 팬들에겐 어떤 말을 전하고 싶습니까.

개막이 잠시 늦어졌을 뿐이지 함께 응원할 날은 분명히 찾아옵니다. 잠시 미뤄진 거고, 그날이 조만간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응원단상에 다시 오르는 첫날 팬들과 같이 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모든 팬 한 명 한 명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날까지 방심하지 말고 철저하게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냈으면 합니다. 애타게 야구를 기다리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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