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이 사퇴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사퇴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프랜차이즈 최다연패 터널의 끝은 결국 감독 사퇴였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전임 김성근 감독에 이어 한용덕 감독마저 중도 사퇴하며 ‘감독들의 무덤’이 된 한화다.

한화는 6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전이 끝난 뒤 한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한화는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의사를 구단 측에 밝혀왔다”고 알렸다.

이상 징후는 NC와 주말 3연전 기간 내내 감지됐다. 5일 경기에선 0대 11로 크게 뒤진 9회초 내야수 노시환을 투수로 기용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긴 했지만, 11연패 중인 팀 상황을 고려하면 ‘팬서비스’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투수진이 바닥났던 것도 아니다. 마무리 정우람은 5월 31일 등판을 끝으로 4일간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6일 경기에선 경기 개시를 앞두고 수석코치, 타격코치, 투수코치까지 코치 4명을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해당 코치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 나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를 신규 코치등록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한용덕 감독이 직접 투수를 교체하러 올라가고, 나중엔 차일목 배터리 코치가 투수를 바꾸러 올라가는 촌극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 구단은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말 외엔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코치 말소의 결정 주체가 감독인지 구단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감독이 했든 구단이 했든 코치 4명을 빼고 경기를 진행하는 건 사실상 경기를 망치는 행위란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단의 착오로 제때 코치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프로 구단으로서 자격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코치진 개각 과정에서 구단과 감독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역시 구단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한 감독은 2대 8로 이날 NC에 패해 14연패가 확정된 뒤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한 감독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시즌 11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018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한 감독은 첫해 팀을 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이끄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들과 마찰이 생겼고, 지난 시즌엔 이용규 사태 등을 거치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2019시즌을 9위로 마친 뒤엔 박종훈 단장이 물러나고 후배인 정민철 단장이 부임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 감독은 임기 3년 동안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선물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젊은 선수 중심의 세대교체를 진행했지만, 베테랑들과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성적 부진까지 겹쳐 추진력을 잃었다. 여기에 창단 이후 단일시즌 최다 연패 늪까지 빠지며, 결국 자진사퇴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