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유망주 포함 대구지역 고교 상급생 3명, 후배 선수 폭행

-학교, 사건 터지자 학폭위 대신 ‘학교장 자체해결’로 처리

-감독 기본적인 예의 지키지 않는 애들 많아, 학교 운동부 특유의 규율을 잡고자. 피해자가 원인제공자로 둔갑

-중학야구 최고 유망주 출신 피해자, 맞으면서 뛰기 싫다.사건 이후 야구 그만둬

후배 학생선수를 폭행한 선배 선수들은 아무 문제없이 경기에 뛰고 있다. 되레 맞은 후배 선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이기지 못한 채 야구를 그만 뒀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후배 학생선수를 폭행한 선배 선수들은 아무 문제없이 경기에 뛰고 있다. 되레 맞은 후배 선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이기지 못한 채 야구를 그만 뒀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현실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해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급 유망주로 꼽히는 고교야구 학생선수가 후배 학생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 자체해결’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에 ‘중학야구 최고 유망주’ 출신이던 피해 학생선수는 야구를 그만뒀다. 폭행 가해 선수들은 멀쩡히 전국대회에 출전 중인 상태다.

상급생 선배 3명, 방망이로 후배 폭행…학교에선 ‘학교장 자체해결’

선후배간 폭력은 학교 운동부의 고질적 악습이다(사진=MBC)
선후배간 폭력은 학교 운동부의 고질적 악습이다(사진=MBC)

대구 B고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진 건 1월이다. 가해자는 고교 투수 유망주로 높은 평가를 받는 A군을 포함 3명이다. 이들은 합숙훈련 기간이던 1월 말, 야구부 운동장에 후배 학생선수들을 모아놓고 체벌과 폭력을 가했다.

당시 3학년 진학을 앞둔 가해자들은 야구 방망이로 1년 후배들과 예비 신입생들의 엉덩이를 때렸다. 복수의 제보자는 A 군이 스파이크로 후배의 가슴과 머리를 때렸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가운덴 대구지역 중학야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C 군도 있었다. 주변 학생들은 당시 C 군이 가장 심하게 당했다고 증언한다.

학생들끼리 쉬쉬하던 사건은 일부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야구부 감독 D 씨는 외부에 알려지자 학교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학교는 학폭위를 여는 대신 ‘학교장 자체해결’을 유도했다.

지난해 9월 국회는 기존 학폭위 기능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가벼운 사안은 학교 내에서 자체해결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대구시교육청 김형구 장학사는 기존 학폭자치위가 너무 처벌 중심이라, 학생들에게 처벌보단 교육적으로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까지 전부 학폭위로 가져가는 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학교장 자체해결은 학생 간 화해와 관계회복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을 학교장 자체해결로 처리하려면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 장학사는 “피해자가 병원 진단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우, 폭력이 지속해서 발생하지 않은 경우,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 보복성 폭행이 아닌 경우엔 교내에서 자체해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고 교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호 합의를 하거나 서로 용서를 구한 가운데, 모두가 동의해 주시면 학교장 자체해결로 처리한다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용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교육청에 보고한 뒤 자체해결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피해자 C 군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 전원이 ‘자체해결’ 동의서에 사인한 뒤 가장 마지막에 학교를 방문해 사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대구지역 야구 관계자는 “다른 학부모 전원이 자체해결에 동의한 상황에서 신입생 선수 학부모 혼자만 다른 목소리를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자체해결로 사건을 처리하자 대구시교육청도 별도 조치 없이 보고만 받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해 학교 차원의 별도 징계는 주어지지 않았다. 김 장학사는 “학교장 자체해결은 화해와 교육에 초점을 맞춘 제도이기 때문에 별도의 처벌이나 징계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B고 D 감독은 자체해결이 되긴 했지만, 야구부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가해 선수들에게 각각 70일씩 자체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70일간 야구부 훈련이나 경기 등 어떤 활동에도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감독 재량에 따른 징계라, 따로 명문화된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징계 직후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야구부 활동이 중단돼 70일 징계는 별다른 실효성 없이 지나갔다. D 감독은 “만약 코로나19 없이 주말리그가 진행됐다면, 약 2주 정도는 이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3학년에겐 치명적인 징계”라고 했다. 확인 결과 가해 학생 3명은 모두 6월부터 열린 주말리그 경기와 전국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감독 기본적인 예의 지키지 않는 선수들 있어, 학교 운동부 규율을 잡으려다. 선배에게 맞은 유망주 C 군, 야구 그만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운동부 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천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운동부 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천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학교, 교육청, 감독은 입을 모아 사건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야구부 D 감독은 올해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면서 야구부원 숫자가 크게 늘었다. 운동장이 좁을 정도로 인원이 많다 보니 숙소도 비좁지 않겠나. 좁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 같다. 또 과거엔 후배가 선배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은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B고교 교감 역시 “나름대로 선배들이 운동부 특유의 규율을 세운다는 차원에서 그랬던 것 같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화해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자가 무례’해 가해자가 규율’을 세우려 불가피하게 물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건 스포츠 폭력 사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사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피해학생 C 군은 폭행 사건 이후 야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C 군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사건 이후 C 군이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C 군은 부모와 가까운 친구에게 맞으면서 야구하기 싫다는 하소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D 감독은 “C 군은 우리 학교에 데려와서 잘 키워보려고 공을 들였던 선수”라면서도 “중3 졸업할 때쯤부터 야구에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그 일 이후에도 소질이 아까워서 다시 운동을 시키려고 노력했고 시간도 줬다. 하지만 다시 운동할 때가 다가오니까 ‘중학교 때부터 야구가 싫증 났고 하기 싫어졌다’며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B 학교 교감도 “본인이 다른 쪽으로 진로를 해보겠다고 해서 야구를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엠스플뉴스는 B고에서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지속해서 이어졌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학교폭력 관련법에 따르면 일회성 폭력이 아닌 지속적, 반복적 폭력일 경우엔 ‘학교장 자체해결’로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감독 D 씨는 “대구지역 3개 고교야구팀이 서로 너무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조그마한 일로도 서로 상처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야구계 관계자는 학교장 자체해결은 일반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을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이걸 운동부 폭력에 적용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운동부 폭력은 선후배 간 위계에 의한 폭력이 많고, 진학과 프로 진출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피해자가 외부에 알리기도 쉽지 않다. 될 수 있으면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는 학교 재량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한편 감독 D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대구시야구협회에 사건 발생 경위와 처리 과정, 징계 내용을 보고했다”며 “이 문제로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열릴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야구협회 관계자는 “보고받은 내용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공문으로 보냈다”고 했다. 김응용 KBSA 회장은 취임 이후 학원 스포츠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반론 보도> 대구지역 ‘1라운드급’ 유망주, 후배 폭행…가해자는 멀쩡, 피해자는 야구 포기 등 관련

◆ 본지 7월 29일 ‘[단독] 대구지역 ‘1라운드급’ 유망주, 후배 폭행…가해자는 멀쩡, 피해자는 야구 포기‘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서 A군은 “당시 폭행은 감정 보복에 따른 상습적이 행동이 아니고, 팀의 주장이라는 책임감 등의 선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고, 보도 이후 피해 학생 측과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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