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도 다가온다

-가장 큰 고민은 토종 선발 마운드, 최일언 코치 눈엔 원태인만 보인다

-류·김·양 한국 대표 좌완 트리오 부재도 큰 문제, 토종 좌완 선발 어디 없나요?

-‘베이징 세대’ 만들었던 올림픽 메달 신화 재현 도전, 토종 투수들의 분발 필요

토종 선발 투수들 가운데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삼성 투수 원태인(사진=삼성)
토종 선발 투수들 가운데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삼성 투수 원태인(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지금은 원태인만 눈에 들어오네요.”

2021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일언 투수코치는 답답한 마음을 내심 내비쳤다. 올림픽 본선 최종 엔트리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국제 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토종 선발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최 코치는 대표팀 김경문 감독과 함께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내 선발 투수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최근 LG 트윈스 2군 투수 인스트럭터 역할까지 맡은 최 코치는 이천 챔피언스파크 숙소에서 지내면서 구단과 대표팀 업무를 모두 바쁘게 소화하고 있다. 낮에는 LG 투수들을 지도한 뒤 밤부터 KBO리그 1군 5경기를 번갈아 시청하면서 대표팀 투수 자원들을 관찰하는 강행군이다.

최 코치에게 올림픽 대표팀 마운드에 대한 고민을 묻자 선발 투수에 대한 아쉬움을 먼저 내비쳤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을 제외하고는 눈에 확 들어오는 투수가 없는 까닭이었다. 원태인은 2021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태인은 2021시즌 7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평균자책 1.00 47탈삼진 12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00을 기록 중이다.

현재 눈에 들어오는 우완 선발은 원태인 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닌가. 원태인은 지난해에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지만, 올 시즌 더 발전한 그림이다. 우선 제구가 좋아졌고 속구 구속도 잘 나온다. 그리고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가 올 시즌 정말 날카로워졌다. 비시즌 준비를 잘한 듯싶다. 자만하지 않고 성장한 게 보인다. 올림픽 대표팀에 들어간다면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최 코치의 말이다.

- 류·김·양 없는 올림픽 대표팀, 좌완 토종 선발 어디 없나요? -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 프리미어12에서 활약했던 김광현이 없기에 좌완 토종 선발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사진=WBSC)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 프리미어12에서 활약했던 김광현이 없기에 좌완 토종 선발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사진=WBSC)

최일언 코치는 원태인 다음으로는 잠수함 선발 투수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5G 2승 평균자책 3.81 18탈삼진 11볼넷)와 SSG 랜더스 투수 박종훈(7G 3승 2패 평균자책 2.68 35탈삼진 16볼넷), 그리고 KT WIZ 투수 고영표(7G 3승 2패 평균자책 4.40 33탈삼진 6볼넷) 등이 대표팀 승선 후보들이다.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와 LG 트윈스 투수 이민호 등 젊은 선발 유망주들은 제구 불안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2020시즌 신인왕 KT 투수 소형준도 시즌 초반 안 좋은 컨디션을 회복해야 한다.

최 코치는 “이의리와 이민호도 관찰하고 있는데 기복이 있는 제구력이 고민이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중견급 투수들과 비교해 우위를 확실히 보일지는 계속 관찰해야 할 듯싶다”라고 바라봤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트리오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그리고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모두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는 것도 올림픽 대표팀엔 큰 난제다.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국내 좌완 선발이 보이지 않는단 게 최 코치의 시선이다.

최 코치는 “한국에서 가장 잘 던지는 좌완 3명이 모두 올림픽에 못 오니까 좌완 선발이 걱정이긴 하다. 솔직히 토종 좌완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딱히 없다.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로 강하고 제구력이 뛰어났던 최채흥에게 큰 기대를 걸었는데 시즌 초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서 걱정”이라고 전했다.

불펜진은 나름대로 파이어볼러들로 이루어진 필승조 구축을 기대한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조상우를 중심으로 LG 트윈스 투수 고우석과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뒤를 받칠 가능성이 크다.

최 코치는 “아무래도 조상우가 마무리 투수로서 중심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우석은 공이 빠르지만, 국제대회에선 150km/h가 넘는 강속구도 상대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제구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승환의 경험과 안정감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선 정말 강심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베이징 세대' 만든 올림픽 금메달 신화, 도쿄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13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재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gettyimages)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13년 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재현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gettyimages)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여전히 코로나19 위협으로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래도 만약 정상 개최가 이뤄진다면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구 붐을 일으킬 호재를 얻을 수 있다. 그 호재를 얻기 위해선 올림픽 스타 탄생이 필요하다. 젊은 투수들 가운데 그 주인공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국내 투수들의 분발이 먼저 절실하다. 최 코치는 “솔직한 평가로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투수들도 트리플 A 수준인데 국내 투수들이 개인 성적에서 완전히 밀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시즌 초반 전반적으로 볼넷이 남발하는 것도 1군에 올라올 수준이 안 되는 투수들을 올린 결과라고 본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는 뜻이다. 국내 투수들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최 코치의 눈을 유일하게 충족한 원태인이 ‘에이스’로서 올림픽 무대를 씹어 먹을 활약도 보여주길 기대해야 한다. 원태인은 “이제 올림픽이 눈앞에 보이는 느낌이다. 국가대표는 프로 선수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다. 당연히 올림픽 최종 엔트리 승선에 욕심이 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에 입성한 신인 선수들은 소위 말하는 ‘베이징 세대’라고 불린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일어난 야구 붐으로 야구를 시작해 KBO리그 데뷔의 꿈을 이룬 세대들이다. 이를 보면 다가올 도쿄올림픽 호성적을 통해서 또 다른 ‘도쿄 세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KBO리그 토종 투수들이 기량과 컨디션을 더 끌어 올려 올림픽 무대에서 후회 없는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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