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없던 롯데 자이언츠 안방에 지시완과 김준태의 건강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강한 공격력과 송구 능력이 장점인 지시완, 출루 능력과 블로킹이 강점인 김준태의 경쟁이 롯데 안방을 강하게 만든다.

래리 서튼 감독과 지시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래리 서튼 감독과 지시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5월 18일 열린 대전 롯데-한화전은 포수 지시완을 위한 무대였다.

이날 지시완은 오랜만에 찾은 대전구장에서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타석에선 3회말 3대 0으로 달아나는 솔로홈런을 쳤다. 대전 팬들 상대로 공손히 인사를 건넨 뒤, 벼락같은 스윙으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2018시즌 지시완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에서 홈런 4방을 날렸다. 그 가운데 3개는 현재 소속팀 롯데전에서 친 홈런, 그리고 그중 하나는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때린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포였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날린 이 날 홈런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지시완은 “비슷한 공이 오면 치려고 했다. 타격코치님과 설정해 놓은 ‘좋은 타구가 나오는’ 존이 있는데, 거기 들어오는 공은 자기 스윙을 하려고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포수로는 선발 댄 스트레일리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올 시즌 초반 다소 이름값에 못 미치는 기록을 냈던 스트레일리는 이날 지시완과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마치 지난해 전담포수였던 정보근과 호흡을 맞췄을 때처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빠른 템포에서 공격적인 투구가 이뤄졌다.

6이닝 동안 잡은 삼진만 12개. 첫 피안타는 4회가 돼서야 나왔다. 지시완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한화 타자들 상대라서 좀 더 유리한 면도 있었다” “스트레일리와 경기전부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로케이션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얘기하면서 했더니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9회말엔 수비에서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4대 3으로 간신히 앞선 1사 1루. 볼카운트 0-1에서 1루 주자 노수광이 2루로 뛰었다. 김원중이 던진 공은 원바운드되는 포크볼. 일반적인 포수라면 블로킹하기에 급급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지시완은 바운드볼을 블로킹하는 대신 미트로 그대로 받아내, 빠르게 2루로 던졌다. 레이저처럼 날아간 송구를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받아 자연태그, 노수광을 잡아냈다.

마차도는 심판 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아웃을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심판 판정도 아웃, 비디오 판독 결과도 바뀌지 않았다. 한화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 도루저지였다. 경기는 그대로 롯데의 4대 3 승리로 끝났다.

지시완은 도루저지 순간에 대해 “홈런보다 더 짜릿했다”고 말했다. “포크볼 사인이라 블로킹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주자가 뛰는 것 때문에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바운드볼을 그냥 포구하는 도박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들이 큰 경기와 중요한 승부처에서 시도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어린 포수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지시완은 “제발 (미트에) 들어와라, 들어와 줘라 했는데 다행히 들어왔다”며 “최현 배터리 코치님과 블로킹이나 그런 부분을 항상 연습해온 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시완은 “항상 어떤 공이든 원바운드로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블로킹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코치님에게 겨울 비시즌에 연락드려서 연습을 함께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계속 연습하면서 수비에 자신감이 붙었다. 준비를 꾸준히 해왔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시완의 말이다.

대전구장에서 종종 봤던 모습(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대전구장에서 종종 봤던 모습(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날 경기를 통해 지시완은 공수에서 1군 포수로서 능력을 증명했다. 공격력은 소문 그대로다. 시즌 타율 0.412에 장타율 0.647로 롯데 포수진에서 단연 돋보이는 공격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그간 편견의 대상이었던 블로킹, 도루저지 등 포수 수비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동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오늘 지시완 선수의 포수로서의 활약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만하다. 선발 스트레일리를 리드한 것도 완벽에 가까웠고 노수광의 도루를 잡아낸 것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허구연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베이스볼 투나잇’에서 지시완의 포수 수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에이스 스트레일리와 좋은 궁합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보다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열렸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 여러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중인 롯데는 20일 앤더슨 프랑코 선발 경기 때도 지시완을 기용해 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기존 주전포수 김준태와 선의의 경쟁 구도가 기대된다. 김준태 역시 장점이 많은 포수다. 롯데 팀 내에서 최상위권의 출루 능력에 일발 장타력을 갖췄고, 좌타자라는 이점도 있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던 도루 저지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갈수록 발전하는 중이다.

안정적인 블로킹 능력도 김준태의 장점. 롯데 투수 중에는 분명 김준태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투수들도 있다. 김준태와 지시완을 6대 4, 혹은 5 대 5 비율로 기용하며 배터리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운영이 기대된다.

두 포수의 경쟁에 더해 7월 이후 상무에서 전역하는 안중열도 있다. 안중열은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홈런 5개로 공동 1위, 타점도 31점으로 단독 1위를 달리며 방망이에 눈을 뜬 모습. 상무 입대 전까지 롯데 포수진에서 가장 좋은 수비력과 풍부한 경기 경험을 자랑했던 선수다.

여기에 2군에서 맹훈련 중인 강태율, 정보근도 어느 시점이 되면 1군에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쓰는 선수만 계속 쓰던 롯데 안방에 비로소 정직하고 떳떳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수비가 되는지 아닌지 써보지도 않고 알 수는 없다. 반에서 어느 학생이 공부 잘하는지는, 시험을 치러봐야 아는 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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