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최근 10경기 2승 8패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팀 성적이 하락세다 보니 임종찬, 유장혁 등 어린 외야수들의 부진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수베로 감독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8일 경기에서 적시타를 날린 임종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18일 경기에서 적시타를 날린 임종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올 시즌 외야진을 ‘더블 스쿼드’로 운영하고 있다.

내야는 확실한 고정 주전 선수가 있다. 라이온 힐리-정은원-하주석-노시환이 붙박이 주전으로 거의 전 경기에 나온다. 타순도 정은원 1번, 하주석 3번, 노시환과 힐리가 4-5번을 번갈아 맡는 형태로 고정에 가깝다. 여기에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박정현이 전천후 백업 역할을 맡는다.

반면 외야는 고정 주전 없이 6명의 선수가 2개 조를 이뤄 출전 시간을 나눠 갖는다. 임종찬(25경기), 장운호(25경기), 유장혁(24경기)에 김민하(14경기), 정진호(13경기), 노수광(9경기)이 골고루 출전 기회를 가졌다. 1군 엔트리에 투수와 내야수는 부족한데 외야수만 6명이다 보니 로스터 구성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베테랑 쓰면 당장 성적은 나도 미래 없어…어린 유망주에게 경험치 먹이는 이유

인내를 강조하는 수베로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인내를 강조하는 수베로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당장의 성적만이 아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추구하려다 보니 생기는 상황이다. 지난겨울 FA 정수빈 영입이 불발됐을 때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선진 육성시스템 도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유망주의 경쟁 구도를 확립할 방침”이란 설명을 내놨다. 기존 외야수들과 젊은 선수들을 고루 활용해 외야진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외야수를 발굴한다는 게 한화의 계획이었다.

당장 1군 경기에서 쓰기엔 정진호, 김민하 등 경험 있는 선수가 낫다. 하지만 30대 중고참 위주로 외야진을 운영해서는 팀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선수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성적도 한계가 뚜렷하다. 아직 1군 경험은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뛰어난 유장혁, 임종찬을 계속 경기에 내보내며 경험치를 먹이는 이유다.

아직은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젊은 외야수 중에 장운호(타율 0.293)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장혁(타율 0.171)과 임종찬(0.160)은 부진하다. 유장혁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이 34.3, 임종찬이 15.7로 평균(100)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외야수 경험치와 팀 승리를 맞바꾸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수베로 감독도 이런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18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은 “많은 경기에 나가는 유장혁, 임종찬이 타율 2할 이하를 치다 보니 약점으로 보일 수 있다. 백업 김민하, 정진호 등 경험 있는 선수들은 역할에 맞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회를 많이 받는 어린 선수들이 타격에서 부진한 게 사실”이라 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경기력에 기복이 큰 편이다. 어떤 날은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하다가도 다음날엔 ‘이 선수가 그 선수가 맞나’ 싶을 만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18일 롯데전에선 임종찬이 2타점 적시타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유장혁은 3타수 3삼진에 그친 뒤 대타 이성열과 교체됐다.

한편으로는 기대했던 중심타자들의 부진이 외야수들의 부진을 더 부각하는 면도 있다.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는 31경기에서 타율 0.250에 1홈런 OPS 0.636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만약 힐리가 기대대로 많은 홈런을 때려내며 공격력을 발휘해줬다면, 하위타선에 배치된 젊은 외야수들의 타격 부진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에선 상위타선 하위타선 할 것 없이 전체가 부진하다 보니 외야수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시절 보여준 퍼포먼스와 시범경기 활약으로 볼 때 힐리의 부진은 선수 능력이나 기술보다는 심리적 부담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수베로 감독은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가 힐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도 그렇고 대릴 케네디 수석코치도 대화를 통해 힐리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대화하는 중”이라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결국은 선수가 결과를 내고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힐리가 빨리 침체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외리그에서 뛰는 게 처음이고, 외국인 선수로서 생산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는 면이 있다. 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예전에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에서 경험한 것과 다르다 보니 더 큰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수베로 감독의 진단이다.

한화팬 향한 수베로 당부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한화가 외야진을 부담없이 육성하려면 중심타자 힐리가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화가 외야진을 부담없이 육성하려면 중심타자 힐리가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화는 18일 경기에서 롯데에 패해 9위에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3연패에 최근 10경기 성적이 2승 8패로 그래프가 급격하게 꺾이는 흐름이다.

비록 지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과 팀의 미래를 우선시하는 방향성을 유지할 생각이다. 그는 팀이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베이스러닝,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한순간에 보여주는 모습, 수비 등 승패나 순위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있다” “팀이 거쳐온 과정과 선수 개개인의 성장으로 볼 때 문제가 없다.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야 유망주와 베테랑을 번갈아 기용하는 외야진 운영도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수베로 감독은 “장운호, 유장혁, 임종찬이 메인으로 나가고 상대 투수나 지명타자에 따라 다른 외야수들이 로테이션하고 있다. 아직은 어느 시점부터 외야수가 고정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내외야 1군 엔트리 구성은 이번 주 이후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베로 감독은 “현재 1군에 외야수가 한 명 더 많은 상황”이라며 “이번 주엔 예정된 로스터 이동이 없지만, 이번 주 이후에는 내야수 한 명 정도 콜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베로 감독은 “감독인 나도 선수들도 팬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승리를 원한다”며 ‘인내’를 주문했다. 그는 “시즌 개막 전 팬들에게 인내심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렸다. 시즌이 시작하고 코칭스태프가 바뀌고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팀이 확 달라질 수는 없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한가지 팬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가 언제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100%를 보여드리려 한다는 사실”이라며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청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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