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 예비엔트리 116인, 24일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1차보다 2차 접종 때 후유증 심해…두통, 피로감 보고 많아

-일각에선 “3연전 모두 취소해야” 주장…“대표팀 위해 리그 존재하나” 반론도

-구단마다 대비책 마련…2군 선수 동행, 선발 등판 일정 조정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롯데 이승헌, 김진욱 등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롯데 이승헌, 김진욱 등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1차보단 2차 접종 때 후유증이 훨씬 심하다고 하던데…사흘은 쉬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2021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KBO리그 소속 선수들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예비엔트리 선수 116명은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을 맞은 선수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의료원을 빠져나갔다. 키움 투수 이승호는 “지난 1차 접종 때도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고 내야수 김혜성도 “지난번보다 오히려 덜 아픈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KT 위즈 투수 주권 역시 “지금은 괜찮습니다”라고 여유를 보였다.

다만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 때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는 선수도 있었다. 한 베테랑 선수는 “2차 접종 뒤에 이상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해서 조금 걱정은 된다. 지난 1차 때는 해열제를 안 먹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 2차 접종 부작용 우려에 일각에선 “3연전 다 취소하자” 주장…“KBO리그가 올림픽 위해 존재하나?” 반론도

서울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센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서울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센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코로나19 백신은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접종 후 사흘 이내에 두통과 피로감, 오한, 설사, 발열, 관절통, 근육통,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고 압통, 부기, 가려움증 등 주사 부위 국소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한 사람 4명 중 1명이 주사 부위를 제외한 1개 이상의 전신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KBO도 이를 고려해 지난 1차 접종 다음 날인 4일 KBO리그 5경기를 모두 취소한 바 있다. 다행히 1차 접종 때는 백신을 맞은 선수 대부분이 가벼운 압통 외에는 별다른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문제는 2차 접종이다. 대표팀이 맞은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 때보다 2차 접종 때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ZOE COVID 증상 연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부작용을 보고한 사례는 13.5%, 2차 접종 후 부작용 보고는 22%로 1차 때보다 약 8.5% 높게 나타났다.

가장 많이 보고된 부작용은 두통이었다. 화이자 1차 접종 후 두통 보고는 7.8%였고 2차 때는 두통 보고가 13.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피로감을 보고한 사례도 많았다. 1차 접종 후 피로감 부작용 사례가 8.4%, 2차 접종에선 14.4%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또 주사 부위 압통은 1차 때 57.2%, 2차 때 50.9%로 나왔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전혀 부작용을 겪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얼마 전 미국에 사는 가족이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다행히 접종 직후는 물론 다음날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우리 선수들도 별 이상 없이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작용 우려에 일각에선 1차 접종 때처럼 다음날 하루를 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을 맞고 나온 한 선수는 “2차 접종 후유증이 크다고 하는데 하루만으로 괜찮을지 모르겠다” “3연전을 다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5월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2차 접종 때는 3연전 전체를 취소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 가운데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서는 구단이 없어 무산됐다.

KBO 관계자는 “일정상 사흘 휴식은 무리”라며 “이미 올림픽 휴식기와 1차 접종 당시 취소 경기, 기존 우천취소와 미세먼지 취소 경기만으로도 일정 짜기가 버겁다. 모든 선수가 부작용을 겪는 것도 아닌데 3연전을 취소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2경기를 취소하고 1경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는 “백신 부작용을 일종의 ‘복불복’에 맡기는 건 문제가 있다” “만약 두 팀이 경기하는 데 한 팀에선 부작용 사례가 여럿 나오고 상대 팀에선 나오지 않으면 공정한 경기가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지방구단 관계자도 “백신 접종 후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지방팀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했다. 이날 수도권 구단 선수들은 개인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백신 접종 장소에 왔다. 반면 지방구단 선수들은 KTX를 타거나 구단 버스를 타고 의료원을 방문해, 백신 접종 후 다시 장거리를 이동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하루 휴식이라도 지방 구단 선수들이 훨씬 큰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야구대표팀 백신 접종이 KBO리그 일정까지 바꿀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야구인은 “아시아경기대회나 올림픽 기간에 프로리그 일정을 중단하는 것부터 난센스”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KBO리그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 존재하는 리그가 아니다. 물론 많은 리그 구성원이 관련되어 있는 만큼 일정 부분 타협은 불가피하겠지만, 대회 기간도 아닌 백신 접종까지 경기 일정에 영향을 끼쳐서는 곤란하다. 대표팀은 대표팀이고 KBO리그는 KBO리그다.”

백신 부작용에 대처하는 구단들의 자세…2군 선수 동행, 선발 순서 조정

접종 잡소를 빠져나가는 NC 구단 버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접종 잡소를 빠져나가는 NC 구단 버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편 각 구단은 혹시 나올지 모를 주전 선수의 부작용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일부 구단은 주중 2연전 경기에 2군 선수 4~5명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부작용을 보이는 선수가 나오면 동행하는 2군 선수가 바로 특별 엔트리로 합류한다.

선발등판 일정을 미리 조정한 구단도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주말 NC 3연전을 앞두고 “백신 2차 접종 때 후유증이 있다고 해서 우려가 크다”며 “원래는 광주 시리즈 때 한현희-최원태가 선발 등판인데 순서를 바꿨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23일 일요일 경기에 최원태를 먼저 선발로 내고, 5회부터 한현희까지 투입하는 1+1 전략을 구사했다. 최원태와 한현희의 등판 일정은 백신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정할 예정이다. 백신 변수가 이번 주 열리는 KBO리그 경기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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