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프로야구 리그 중단 원인 제공한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긴급 이사회에서 명확하게 '리그 정상 반대'하는 정지택 KBO 총재 의견에 찬성

-NC 황순현 전 사장 "(리그 정상 진행 시) 미국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하고 야구하는 것, 정상적인 운영 안 된다."

-두산 전풍 사장 "짧게 (말)하면 저희는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됩니다."

-두산·NC, 2군 전력으로 대체 진행 가능함에도 리그 중단 시나리오 몰고 갔다

-다른 구단 발언엔 말 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발언권 넘기기 일쑤였던 정지택 총재

두산 전풍 사장(사진 왼쪽부터)과 NC 황순현 전 사장은 7월 12일 열렸던 KBO 긴급 이사회에서 리그 정상 진행에 대한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 전풍 사장(사진 왼쪽부터)과 NC 황순현 전 사장은 7월 12일 열렸던 KBO 긴급 이사회에서 리그 정상 진행에 대한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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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산 사장 “‘리그 중단’이라는 말 어디에도 표현하지 마라”…정지택 총재 “좋은 말씀. 완벽하게 해줘” 참조

[엠스플뉴스]

'리그 중단' 원인 제공자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정지택 KBO 총재와 함께 ‘리그 중단 결정을 주도했다’는 다른 구단 사장들의 증언이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 회의록 자료에 따르면 10개 구단 대표이사와 정 총재는 리그 중단 여부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날 정 총재는 회의 초반 코로나19 메뉴얼에 따른 리그 정상 진행에 대해 "NC, 두산을 선수 전원 교체시켜서 강행시키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의장으로서 나는 반대다. 내 의견에 반대하는 분은 손을 들으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모 구단 고위층은 "KBO가 주장한 '정 총재가 이사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건 애초부터 거짓말이었다"며 "정 총재가 회의 초반부터 명확하게 리그 중단 방향으로 이사회 흐름을 이끌고 갔다"고 털어놨다. 특히나 이 사장은 "NC, 두산이 정 총재의 의견에 적극 호응해 리그의 정상적인 진행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 [단독] 두산 사장 “‘리그 중단’이라는 말 어디에도 표현하지 마라”…정지택 총재 “좋은 말씀. 완벽하게 해줘” 참조 )

NC 사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될 거 같지 않다'는 발언 끝나자마자 "60% 이상 (선수단 및 코치진)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 된다"고 발언한 정지택 총재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NC 다이노스 전 대표이사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황순현 NC 다이노스 전 대표이사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당시 NC는 소속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방역 수칙 위반에 따른 선수단 자가격리로 리그 정상 진행을 위해선 감독·코치진을 포함한 선수단 64% 교체가 필요했다.

만약 리그가 정상 진행된다면 2군 선수단을 대거 올려 1군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NC 황순현 전 사장은 긴급 이사회에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끼리 맞붙는 야구일 수 있다'는 비유로 리그 정상 진행이 불가능하단 점을 어필했다.

“저희는 단기간 내에 정상적으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구단은 아닙니다. 선수 구성을 뽑아보고 하면 경기를 하려고 하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하고 야구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느 구단도 제가 봤을 때 64%를 대체하고 나서 1군 경기를 하라는 것이 정상적인 운영이 될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데 사장님들의 많은 해량을 바라고요.” 리그 정상 진행 안건 논의를 앞두고 나온 황순현 전 사장의 말이다.

황 전 사장의 말에 정지택 총재도 동의하는 뉘앙스의 대답과 함께 '리그 정상 진행'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NC 측이 리그 정상 진행 반대에 대한 운을 띄우자 정 총재가 이를 받아들여 회의 초반 리그 중단 결정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정 총재는 황 전 사장 발언 뒤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말씀드린다고 하면 60% 이상 (선수단 및 코치진)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 된다. 그 정도로 팬들에게 경기를 보인다는 것도 옳은 행동이라고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저는 NC 사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논의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선 (리그 정상 진행 안은) 아예 드롭 시키는 게 맞지 않냐는 그런 생각이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나는 반대다. 그렇게까지 교체시켜서 강행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게 그것에 대해서 제 의견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 있으면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KIA 타이거즈를 중심으로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 롯데 자이언츠가 '리그의 정상 진행에 반대한다'는 정 총재 의견에 반대 의사를 냈다. 리그 중단 원인 제공자인 두산과 NC를 포함한 나머지 6구단은 각자 의견 차가 조금 있었지만, 큰 틀에서 '리그 정상 진행에 반대한다'는 정 총재 의견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대화록(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대화록(사진=엠스플뉴스)

두산 전풍 사장은 정 총재를 지지했다. 전 사장은 각 구단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짧게 하면 저희는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됩니다”라는 발언으로 리그 정상 진행에 반대 의사를 밝힌 총재 뜻에 찬성했다.

전 사장 발언 뒤 한화 이글스 박찬혁 사장은 “일단 두산, 특정 (구단) 편애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규정대로 강행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라는 '리그 정상 진행'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다.

결국, '리그 정상 진행에 반대'하는 정 총재의 의견에 찬성 6개 구단, 반대 4개 구단으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 총재가 직접 나서 의견을 표로 환산해 결론을 내렸다.

“총재 사회로 인정을 해주시고요. 우선 제가 하나 결론 내는 것은 4대 6 다수결로 ‘두산과 NC가 2군을 동원해서라도 계속 경기를 강행’ 하는 것은 안 하는 것으로, 그러니까 두산과 NC는 자가격리 중에는 시합을 안해도 되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겠다.” 정 총재의 당시 발언이다.

리그 정상 진행이 가능함에도 두산과 NC는 긴급 이사회에서 '리그 정상 진행을 반대'한 정지택 총재 의견에 따랐다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 안건 자료(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 안건 자료(사진=엠스플뉴스)

당시 긴급이사회 시점에서 KBO가 만든 코로나19 대처 매뉴얼의 단서 조항에 따르면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하거나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엔트리 등록 미달 등’은 2군 선수를 다 끌어다 써도 1군 엔트리 구성이 불가능한 상황, 혹은 감염병이 거의 모든 구단으로 퍼져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운 재앙적 상황에나 해당하는 조건이다.

KBO 긴급 이사회 안건 자료에 보면 7월 12일 기준 NC 선수단 확진자는 3명, 격리대상자는 코칭스태프 10명, 선수 18명(확진자 3명 포함)이었다. 두산 선수단은 확진자 2명, 격리대상자는 코칭스태프 14명, 선수 19명(확진자 2명 포함)이었다. 백신 접종으로 자가격리 면제 선수를 제외하면 NC는 12명, 두산은 13명의 선수가 격리대상자였다. 2군 선수를 다 끌어다 써도 1군 엔트리 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두산과 NC는 당시 코로나19 방역 매뉴얼대로 2군 선수단을 투입해 충분히 1군 경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두산은 일부 2군 선수단을 1군 경기 투입을 위해 대기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원칙대로 리그 정상 진행이 가능함에도 두산과 NC는 긴급 이사회에서 직접 리그 정상 진행 반대를 호소했다. 결국, 두 구단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춰 교묘하게 리그 중단 시나리오를 유도한 셈이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SSG 민경삼 대표이사와 정지택 KBO 총재,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와 정지택 KBO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 회의록에 따르면 정 총재는 두산, NC 입장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나 다른 구단 사장들의 반대 발언에 대해선 말을 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발언을 넘기는 식으로 피해가곤 했다(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SSG 민경삼 대표이사와 정지택 KBO 총재,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와 정지택 KBO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 회의록에 따르면 정 총재는 두산, NC 입장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나 다른 구단 사장들의 반대 발언에 대해선 말을 돌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발언을 넘기는 식으로 피해가곤 했다(사진=엠스플뉴스)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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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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