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완 선발 최원태(사진=LG)

[스포츠춘추=잠실]

“작년(2023년)과는 달라요. 5선발 손주영을 제외하면 선발투수 넷은 가능한 한 이닝을 많이 소화할 겁니다.”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한 전진을 시작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개막에 앞서 ‘선발야구’를 천명한 바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디트릭 엔스, 임찬규, 케이시 켈리 등은 앞 3경기에서 모두 평균 6이닝 투구는 물론이고,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했다.

그런데, 네 번째 단추부터 살짝 어긋난 감이 없잖아 있다. 지난 3월 2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선발 등판한 우완 최원태 얘기다. 이날 최원태는 삼성 타선에 맞서 4.2이닝 동안 83구를 던져 3피안타 5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앞서 엔스-임찬규-켈리가 선보인 투구들에 비하면 아쉬움으로 가득한 시즌 첫 등판이다.

지난해 대권 도전 마지막 퍼즐로 선택받은 최원태는 당시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합류했고, 그 후로 줄곧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부진은 계속된 가운데 LG 일원으로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한 올 시즌도 시작이 제법 매끄럽진 않다.


‘합류 2년 차’ 최원태, 아직까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시즌 중 트레이드로 LG에 합류한 최원태(사진=LG)

최원태는 1997년생 우완으로 올해로 프로 입단 10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1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 히어로즈(키움의 전신)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키움에서만 184경기(172선발) 동안 963.1이닝을 던져 66승 48패 평균자책 4.27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17~2019년엔 3년 연속 시즌 10승을 달성했고, 또 국가대표(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도 맹활약한 최원태다. 다만 2020년부턴 잠시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2년까지 3시즌 동안 평균 4.8이닝 소화에 평균자책 4.49에 그친 것. 참고로 그 앞 3시즌(2017~2019년)은 평균 5.9이닝에 평균자책 3.92다.

그런 최원태가 직전 2023년 시즌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7경기에 등판해 QS 11회 및 평균자책 3.25를 기록하면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자랑했고, 해당 기간 평균 6.0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다. 이에 LG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목표로 야심 차게 유망주 둘(외야수 이주형, 우완 김동규)을 내어주고 최원태를 영입했다. 단순히 선수 둘만 건너간 게 아니다. LG는 이때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도 키움에 줬다.

그만큼 선발 자원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비록 당시 전반기를 1위로 마친 LG지만, 선발진에선 계속해서 아쉬움이 생겼다. 전반기 기준 팀 전체 QS가 50회로 리그 8위에 그쳤고, 이닝 소화(723.1) 역시 9위에 머물렀다. 애덤 플럿코(11승 1패 평균자책 2.21), 임찬규(6승 2패 평균자책 3.19) 외 선발투수들이 거듭 부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합류한 뒤 최원태의 좋았던 모습들이 사라진 것이다. 최원태는 LG 이적 후 정규시즌 9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6.70을 기록했다. 그중 QS는 단 2차례에 불과했고, 같은 해 이닝 소화(평균 6.0→4.9)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서 1이닝가량이 뚝 떨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했던 무대에서 최악투를 보인 것. 최원태는 지난해 11월 8일에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KT 위즈를 상대해 0.1이닝 만에 4실점하면서 조기 강판당한 바 있다. 그 뒤 11일 4차전에 구원 등판으로 만회를 노렸지만, 투구 내용이 또 여의찮았다. 팀이 12점 차로 앞선 9회 말에 등판한 최원태는 1이닝 동안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시리즈 내내 제구 난조에 시달린 끝에 그해 포스트시즌 최종 기록은 2경기 1.1이닝 2피안타 4볼넷 0탈삼진 5실점(5자책). 팀의 우승에도 최원태가 크게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일련의 부진 속에서 맞이한 2024년이다. 이에 최원태는 LG의 일원으론 스프링캠프를 처음 소화했고, 지난 3월 11일 열린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17일 만에 정규시즌에서 다시 만난 삼성 타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원태는 27일 홈 잠실 구장에서 삼성 상대로 5회까지 매 이닝 삼자범퇴 없이 출루를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볼 스피드 자체는 훌륭했다. 속구(23구)와 투심 패스트볼(15구) 모두 최저 145km/h에 최고 150km/h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또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사사구만 6개를 기록하면서 시즌 첫 등판에서 체면을 구긴 최원태다.

최원태가 4.2이닝 만에 물러난 뒤 LG는 이날 연장 12회 혈투 끝에 삼성과 2대 2로 비겼다. 지난해 같았다면 ‘챔피언’ LG가 놓치지 않았을 경기다. 공교롭게 경기 전 염경엽 감독도 이와 비슷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염경엽 감독 “올해 선발 역할 중요해. 타선·불펜에만 기댈 수 없어”

염경엽 LG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염경엽 LG 감독(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LG의 2년 연속 통합 우승 여정엔 선발진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이는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도 항상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캠프 때부터 선수들한테 말했죠. 올해는 ‘선발야구로 하겠다’고. 선발 투수들에겐 ‘벤치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테니, 마운드에서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전했습니다.” 27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 LG는 선발진에선 다소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QS%가 34.7로 10개 구단 가운데 8위였고, 평균 이닝도 5.0으로 9위에 그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심지어 왼손 에이스 엔스도 새롭게 가세했다. 염 감독은 “우리 팀 4선발 엔스, 켈리, 임찬규, 최원태는 소위 ‘커리어가 있는’ 선수”라고 믿음을 드러내면서도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선발야구를 펼칠 가능성이 지난해보다 더 높아진 게 사실이고, 또 그렇게 해줘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LG의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들은 강한 타선과 탄탄한 뒷문에 대거 포진해 있다. 그중 불펜진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마무리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 도전을 택했다. FA(자유계약선수)로 잔류한 왼손 셋업맨 함덕주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중인 6, 7월 복귀가 예상된다. 또 다른 필승조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은 당분간 퓨처스팀(2군)에서 재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잇따른 생긴 의문부호에 사령탑의 시선은 저절로 선발진으로 향했다. 이를 두고 염 감독이 “지금 불펜이 작년보다 인원수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무리를 시킬 순 없다. 선발들이 잘해야 불펜에서 숨통이 트인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게 불펜 투수들이 과부하를 안 걸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까닭이다.

“선발을 마운드에서 빨리 내리고 불펜 싸움으로 길게 끌고 가는 건 타격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면 그런 승부수가 통하죠. 작년 5월(16승 1무 6패, 승률 0.727)이 좋은 예시입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고 고갤 저었다. LG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개막 후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타격 페이스가 다 올라오지 않았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염 감독은 “다들 배트를 내는 타이밍은 나쁘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아직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27일 삼성전은 그런 아쉬움이 가득한 날이었다. 이날 LG는 삼성 마운드로부터 연장 12회까지 11안타-8사사구를 얻어내고도 점수는 단 2점을 내는 등 이른바 ‘변비야구’에 시달린 바 있다.

LG에 있어 선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엔스, 켈리, 임찬규는 개막 후 나란히 호투를 선보이면서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건강한 베스트 라인업으로 구성된 타선은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 올리고 있다. 또 불펜에선 시즌 중 함덕주, 정우영이 복귀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2년 연속 대권 도전 마지막 퍼즐은 최원태일지 모른다. 이적 후엔 부진한 모습이 잦았고,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잠시 미끄러졌다. 하지만 여기서 최원태가 반등해 준다면, 사령탑의 기대처럼 막강한 4선발이 완성된다. LG 합류 2년 차를 맞은 최원태를 향해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