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이 에버턴에 0-4로 끌려가자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이 에버턴에 0-4로 끌려가자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엠스플뉴스]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대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맨시티는 현재 리그 5위에 머물러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는 그간 겨울내내 경험하지 못했던 어느 때보다 매서운 추위를 경험 중이다.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 실패한 맨시티는 한을 풀기 위해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리그 초반 6연승 행진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했던 맨시티의 기세가 꺾인 건 2016년 9월 2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토트넘전이었다.

맨시티는 토트넘의 변칙 스리백 전술에 일격을 당했고, 0-2로 패배했다. 기세가 한풀 꺾인 맨시티는 14라운드와 15라운드에서 각각 첼시(1-3)와 레스터시티(2-4)에 일격을 당했다. 맨시티는 패배를 추스르고 3연승을 거두며 반등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2017년 첫 경기였던 리버풀전에서 0-1로 덜미를 잡혔고, 15일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0-4로 완패하며 맨시티는 충격의 늪에 빠졌다. 맨시티가 갑자기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야심차게 영입한 브라보 골키퍼, EPL 무대 적응 大실패

유효슈팅4개 4실점 경기를 펼친 브라보 골키퍼(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유효슈팅4개 4실점 경기를 펼친 브라보 골키퍼(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과르디올라 감독 전술 핵심 중 하나는 골키퍼의 빌드업이다. 과르디올라는 후방에서 골키퍼의 빌드업 작업을 통해 원활한 패스 흐름을 강조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발재간이 떨어지는 맨시티의 레전드 수문장인 조 하트를 내치고 브라보를 영입했다. 하지만 올 시즌 야심 차게 영입한 브라보 골키퍼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골키퍼로 꼽히고 있다.

브라보의 경우 수비진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장면이 매 경기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맨시티의 무실점 경기는 단 4차례. 세이브 수치 또한 EPL에 뛰는 골키퍼 중 최악을 기록하는 가운데 브라보는 10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중 57.4%의 세이브 성공률을 기록중이다. 프리미어리그 주전 수문장 중 가장 낮은 세이브 성공률을 보여줬다. 즉 브라보가 골문을 지키고 있을 때 슈팅 두번 중 한 번꼴로 골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가장 높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는 토트넘의 주전 수문장 요리스다. 요리스가 74%의 세이브 성공률을 기록할 때 브라보는 15일 열린 에버턴전에서 슈팅 4개에 골을 4골이나 허용하며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막지 못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맨시티 팬들로선 조 하트가 그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이브닝'은 “브라보가 나서는 매 게임 골문이 불안하다. 브라보는 최악의 성과를 기록 중이다”라며 혹평했다. 이런 가운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의 우승 도전이 끝났다"고 답했다. 브라보는 최악의 영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노쇠화된 선수단' 젊은피 수혈이 시급하다

에버턴 루카쿠(좌)와 맨시티 클리쉬(우)가 헤딩경합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클리쉬는 여러차례 뒷공간을 허용하며 위기를 초래했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에버턴 루카쿠(좌)와 맨시티 클리쉬(우)가 헤딩경합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클리쉬는 여러차례 뒷공간을 허용하며 위기를 초래했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지난해 맨시티는 EPL 평균연령 2위(27.8세)였다. 올 시즌 선수 영입을 통해 변화를 꾀했지만 여전히 연령이 높다. 중원의 핵인 야야 투레는 1983년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34살에 접어들었다. 함께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페르난지뉴 또한 32살이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좌·우 측면 수비수의 경우 바카리 사냐가 34살, 사발레타-콜라로프-클리쉬가 각각 32살이다. 이들 모두 30대가 넘었고 부상도 잦아졌다. 30살을 넘는 주전급 선수가 12명에 이른다.

노쇠한 수비수들은 15일 에버턴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32분에 맨시티는 절망적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18살의 신예 데이비스의 질풍같은 드리블 저지에 실패했고 이는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노쇠한 맨시티 수비수들이 후반 30분을 넘어가자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젊은 피 데이비스의 질주를 차단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측면수비수들의 세대교체를 하지 않은 과르디올라의 패착이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느낀 맨시티 구단 또한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영입을 위해 2억 5,000만 파운드(약 3,567억 원)를 푼다고 공언했다.

미디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과르디올라 감독

과르디올라 감독의 쓸쓸한 뒷모습(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과르디올라 감독의 쓸쓸한 뒷모습(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은 듯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3일 열린 번리전에서 승리 후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실점 장면에서 브라보 골키퍼가 실수했다고 여길 것이다. 이 규칙은 골키퍼가 6야드 내에 있는 골 에어리어에서 볼 터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영국의 특별한 규칙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지금 배우고 있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턴전이 끝난 후 과르디올라는 “맨시티의 선수들을 파악하고 최적의 전술을 찾아가면서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하려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라며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시즌 자신의 전술에 팀이 아직 녹아들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누구보다 냉철해야 할 팀을 이끄는 수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팀원들과 지켜보는 팬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 그의 감독 생활 가운데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맨시티의 현재 성적은 13승 3무 5패 승점 42점으로 5위에 올라있다. 6위 맨유와는 승점 2점 차, 선두 첼시(17승 1무 3패 승점 52점)와는 무려 승점 10점 차다. 2위 경쟁에 한발 앞서있는 토트넘은 13승 6무 2패 승점 45점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의 다음 일정도 험난하다. 오는 22일 홈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점 6점짜리' 리그 22라운드를 치른다. 과연 맨시티는 에버턴에 당한 처참한 패배를 딛고 승리할 수 있을까.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