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의 전설' 정민태 한화 투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마운드 위의 전설' 정민태 한화 투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2017년 2월 6일 한화 이글스 전지훈련 6일 차.

한국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6일 째다. 캠프 분위기 적응을 마친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에 나섰다. 이제 선수들에게 남은 건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한화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에세 고친다 구장. 이곳은 ‘오키나와 경제 중심지’ 나하시에 있다. 고친다 구장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메인 구장과 바로 건너편 B 구장, 장거리 달리기에 용이한 C 구장이다.

C 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으로 통한다. 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초 체력 훈련과 기본 투구 훈련이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 이날은 한화 투수 B조가 C 구장에 나타났다. B조가 소화할 훈련은 '스트레칭'과 '400m 달리기 10회', 마지막으로 '언덕 달리기'가 예정돼 있었다.

B조 담당 코치는 정민태 투수코치. B조엔 이동걸, 김진영, 구본범, 정재원, 김종수, 김경태, 신세진, 서균, 권용우, 김성훈이 포함돼 있었다. 이동걸을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선수 위주의 구성이었다.

정 코치는 B조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강조했다. 체력 훈련날 아침이면 대부분 투수가 근심 어린 얼굴로 구장에 나타났다. 이내 비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B조 선수들은 캠프가 진행될수록 한결 밝은 표정으로 구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즐겁게 훈련하자'는 정 코치의 철학이 이식된 결과다.

“훈련은 내가 재미있어야 남도 재미있다. 그래야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 선수 본인이 자기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 하는지에 따라 훈련 성패가 달라진다. 투수는 예민한 포지션이다. 훈련 하나하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훈련 내내 인상만 써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 코치의 말이다.

정민태 코치 "선수들은 나와 평생 함께 가야할 동반자"

한화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C 구장에서 투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민태 투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C 구장에서 투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민태 투수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사실 즐겁게 훈련한다는 건 정 코치 선수 시절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정 코치는 “예전엔 선배들 보는데 웃었다간 두들겨 맞고 그랬다(웃음). 감독보다 선배가 더 무서운 시절이 있었다. 훈련하면서 선배들 눈치만 내내 봤다”며 “그래서 한 발 더 뛰고, 더 던지고 그랬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정 코치는 현역 시절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투수였다. 1999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 정 코치가 기록한 20승(7패) 기록은 내국인 투수가 18년간 깨지 못한 대기록 가운데 하나다. 와인드업 직전까지 상대 타자를 쏘아보던 정 코치의 눈빛은 아직도 야구팬들 뇌리에 생생하다.

B조 최고 선임 이동걸은 “정 코치님을 처음 본건 TV 중계를 통해서였다”며 “TV에서 봤을 땐, 정말 무서움이 느껴졌다. 워낙 야구도 잘하셨고,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하지만, 한화에서 지도자로 만나 뵈니 정말 재미있고, 부드러운 분이셨다”며 반전 소감을 밝혔다.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슈퍼스타’ 정민태의 머리카락에도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이젠 '코치'란 직함이 더 익숙해졌다. 그 때문인지 정 코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늘 아쉽다. ‘이거 하나만 고치면 될텐데’하는 마음 때문이다.

정 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다. 일본에 와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난 이 선수들을 '나와 평생 함께 갈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모든 선수와 함께 훈련하고, 커나가는 것이 내 꿈이다. 내 사전에 낙오자란 없다”고 힘줘 말한 뒤 당당한 걸음으로 훈련장을 향해 뛰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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