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활을 꿈꾸는 한화 이글스 배영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올 시즌 부활을 꿈꾸는 한화 이글스 배영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나답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한화 이글스 배영수가 지난 시즌을 회상하며 남긴 말이다. 배영수의 야구 인생은 언제나 외로웠다. 매 경기 홀로 마운드에 올라 사투를 벌였다. 그때마다 자신을 다독이며 위기를 헤쳐나갔다. 프로 데뷔 18년 차 투수 배영수에게 '현역 최다승(128승)' 타이틀은 훈장인 셈이다.

위기는 방심하는 순간 찾아온다. 2015년이 그랬다.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는 시즌 종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 여파로 2016년엔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벤치에만 앉아있던 시간은 배영수에게 수술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배영수는 그때마다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올 시즌 드디어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현재 배영수는 한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힘이 넘치는 투구를 하고 있다. 표정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잘해야 한다'는 독기가 있어서일까. 배영수는 한화 투수 가운데 가장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꾸준히 훈련량을 늘려온 덕분이다. 실제 배영수는 비시즌 기간 내내 미국 LA와 일본 오키나와, 돗토리를 돌며 몸을 만들었다. 젊은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몸 상태다.

배영수는 송신영, 알렉시 오간도와 함께 투수 C조에 편성됐다. 오후 단거리 달리기 훈련도 거뜬히 해냈다. 함께 훈련한 오간도는 배영수를 보며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이라며 놀라워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배영수를 보며 “역시 프로”라는 말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현역 최다승 투수의 '이유 있는 자신감’

부상을 완벽히 털어낸 배영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부상을 완벽히 털어낸 배영수(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 꾸준한 재활 훈련을 통해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안다.

컨디션은 좋다. 몸 상태도 만족스럽다. 이제 캠프를 시작하는 단계다. 지금만 좋아선 안 된다(웃음). 시즌 개막에 맞춰 좋은 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미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 팀 훈련 스케줄만 잘 소화하면 별문제 없을 거다.

배영수 하면 '현역 최다승 투수'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웃음).

선수 생활 내내 ‘부담감’이란 짐이 어깨에 지고 살았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그랬고, 한화 FA(자유계약선수) 이적 당시에도 그랬다.

솔직히 부담될 건 없다. 이제 몸도 다 나았고, 팀을 위해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 한화 이적 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팀 성적도 안 좋았고. 이젠 결과를 내야 한다. 물론 그 점을 '부담'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팀 내 젊은 투수가 많다. 경쟁 아닌 경쟁을 펼쳐야 한다.

'경쟁'이란 건 프로야구 선수의 숙명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나 또한 충분히 자신 있고, 지난해 쉬면서 생각한 게 많다. 그간 준비한 것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다 보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것 같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끔 후배들에게 내 신인 시절 이야길 들려주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웃음).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선수들이 잘해야 한국 야구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웃음). 최근엔 후배들에게 '너희가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 18년차 투수 배영수가 말하는 '공 하나의 소중함'

시련은 배영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시련은 배영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마운드를 호령하던 배영수에게도 황혼의 시간이 찾아왔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한 것도 없는데 아쉽다.

올해로 프로 데뷔 18년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가슴 떨렸던 순간이 언제였다고 보나.

일이 많았다(웃음). 특별하게 기억남는 순간은 없다. 사실 기억도 안 날 정도다. 한가지 꼽자면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을 때 가장 떨렸다.

한화 이적 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입단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많을 듯싶다.

마음가짐이다. 지난해 2군 훈련장에서 1년 가까이 합숙하며 느낀 게 많다. 문득 앞으로 야구 할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 모든 힘을 야구에만 쏟아부을 생각이다. 마운드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반대로 2년간 가장 안 됐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안 됐던 건 배영수답지 못했단 점이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 경기 하면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기에 바빴다. 위기 땐 단순한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 흐르듯 따라갔어야 했다. 모든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부상과 수술, 재활이란 삼중고를 견뎌냈다. 올 시즌 배영수가 꿈꾸는 야구는 조금 특별할 것 같다.

꿈보단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젠 경기에 자주 나가고 싶다.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목표다. 물론 안 다치는게 가장 중요하다.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었다.

언제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게 배영수식 야구였다.

힘든 건 반드시 이겨내는 게 내 스타일이다. 이제 다른 투수와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한다. 먼 미래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올시즌 출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1%를 모두 짜내겠다.

한화 팬들은 올 시즌 배영수의 부활을 기대한다.

그동안 야구 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팬들과 함께 이겨냈다. 올 시즌 역시 팬들의 응원이 필요한 때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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