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LG 사이드암 신정락. 나뭇가지의 그림자로 신정락의 얼굴에 명암이 보이듯 올 시즌 그에 대한 전망은 희망과 불안이 뒤섞여져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돌아온 LG 사이드암 신정락. 나뭇가지의 그림자로 신정락의 얼굴에 명암이 보이듯 올 시즌 그에 대한 전망은 희망과 불안이 뒤섞여져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우리 팀은 선발투수가 4명이 아닌 5명이다.’

두산 ‘판타스틱 4’와 비교에 대해 LG 트윈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는 이런 취지의 대답을 내놨다. 여기엔 풍부한 5선발 후보 자원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 신인 시절 눈부신 호투를 펼친 임찬규, 잠재력 있는 이준형, 베테랑 봉중근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이드암 신정락까지. 5선발 후보군의 양과 질 모두 뛰어난 LG다.

이 가운데 신정락은 LG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투수다. 고려대 에이스 출신의 신정락은 2010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입단한 ‘A급 유망주’였다. 2013시즌 LG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26경기에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 4.26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팀도 이해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2014년엔 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넥센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입대했다. 뛰어난 무브먼트와 위력적 커브로 타자들을 제압하던 그의 투구를 기억하는 LG 팬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선지 많은 LG 팬은 ‘신정락만 돌아온다면’ 하는 기대감을 지난 시즌부터 내비쳤다.

하지만, 신정락은 주변의 큰 기대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호기롭게 ‘바로 5선발을 꿰차겠다’거나, ‘10승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지 않았다. 그보단 2년 공백이 있는 만큼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꾸준한 컨디션 조절로 본 궤도에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팀에서 원하는 보직이 무엇이든 충실하게 소화하겠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LG 코칭스태프도 신정락을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LG는 10개 구단 가운데 투수진의 불펜 피칭과 실전 경기를 가장 늦게 시작하는 팀이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에 대비해 투수진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정락의 불펜 피칭은 가장 뒤쪽인 2월 말로 예정돼 있다. 신정락 스스로 투구 감각을 회복하고, 피칭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겠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만일 신정락이 이전의 날카로운 구위를 찾아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LG는 좌완 선발 2명(허프, 차우찬), 우완 선발 2명(류제국, 소사)에 사이드암(신정락)까지 다채로운 로테이션 구축이 가능하게 된다. 설령 신정락이 불펜에서 던지더라도, 우타자에 강하고, 공의 움직임이 뛰어난 신정락의 존재는 LG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게 분명하다.

2년의 공백을 딛고 마운드에 다시 설 날을 기다리는 신정락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인터뷰는 LG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케멀백랜치의 훈련장에서 진행됐다.

양상문 감독의 배려 "정락아, 절대 서두르지 마라!"

신정락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마운드에 복귀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신정락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마운드에 복귀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팀 복귀를 축하한다. 오랜만에 팀에 합류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2년 전과는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팀의 전체적 연령대도 아주 젊어졌단 느낌이다. 반면 내 나이는 전보다 많아졌다. 주름도 늘었다(웃음). 2년 전 캠프에선 조금 긴장한 채로 다녔다면, 지금은 약간은 편해진 느낌이 든다.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그라운드를 잠시 떠났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단점 역시 있다.

(고갤 끄덕이며) 그렇다. 몸은 이전보다 좋아졌을 수 있겠지만, 사회복무요원이다 보니 경찰이나 상무 선수들처럼 꾸준히 경기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할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경기 감각이나 투구 감각이 이전보다 떨어진 상태인 건 사실이다.

사회복무 기간 운동은 어떻게 했나.

퇴근하면 바로 운동부터 했다. 거의 매일 재활센터를 찾아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했다. 구단에서도 소집해제 석 달 전부터 경기도 이천 2군 훈련장에 숙소를 제공해 줬다. 덕분에 주말엔 이천 훈련장에서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실전 마지막 등판이 2014년 10월 2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3개월 전이다. 마운드 복귀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불안감도 클 듯싶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입대 전과 같은 피칭을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양상문 감독님과 강상수 코치님도 그렇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실 것으로 본다.

양 감독, 강 코치가 특별히 들려준 이야기가 있나.

'서두르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절대로 서두르지 말라고.

LG 코칭스태프는 '신정락이 바로 선발로 나서기보단 불펜에서 부담이 적은 상황에 등판하면서 점차 투구 감각을 되찾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듯싶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말씀을 하셨다. 2년 쉬다 왔는데 개인적인 욕심을 부릴 처지는 아닌 것 같고(웃음). 감독님 뜻에 당연히 따를 생각이다.

입대 전 활약을 기억하는 이들은 '신정락이 선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 모르겠다. 예전에 보여드린 게 있다고들 하시는데, 실제 성적이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니다. 막판 한두 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계신 것 같다(웃음).

그런 기대가 부담스럽나.

조금은 그런 면도 있다. 내 원래 위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겸손이 지나치다. 입대 전 신정락이 보여준 공의 무브먼트와 커브 움직임은 정말 뛰어났다. 충분히 기대할 만한 투수다. 공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팀에서도 상위권이라고 본다.

패스트볼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커브는 원체 고려대 때부터 자신 있던 구종이다. 그때부터 이 공은 아무도 못 친다는 확신이 있었다.

입단 초엔 그 커브의 예리한 맛이 다소 떨어졌다.

아무래도 프로에 온 뒤 부상을 당하다 보니 투구 밸런스가 깨졌고, 제구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 다시 커브 감을 찾은 건 2013년 선발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선발로 꾸준하게 등판하면서 많은 공을 던지다 보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프로에선 이상할 정도로 부상을 자주 경험했다.

대학 때만 해도 그렇게 자주 아프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프로에서 첫 스타트를 잘못 끊은 것 같다. 데뷔 초에 발목이 한 번 돌아간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달 정도를 쉬었는데, 그때부터 부상과의 악연이 시작됐다. (한숨을 내쉬며) 발목에서 시작해 팔꿈치, 어깨, 허리가 돌아가며 연쇄적으로 아팠다.

2년의 공백이 있으니 이젠 좀 다르지 않을까.

확실히 경기를 치르지 않고 혼자 연습하는 것과 단체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는 건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실전 공백이 있으니까, 시즌 들어가면 다시 부상 당하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나보고 '유리 몸'이라고 하는 것 다 알고 있다(웃음). 다른 것보다 몸이 건강한 게 제일이다.

군에서 돌아오고서 복귀를 서두르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맞다. 빨리 예전 것을 되찾으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면 다치기 쉽다. 양 감독님과 강 코치님이 투수 출신이라, 그런 부분을 잘 알고 계신다. 그래서 배려를 많이 해 주신다.

불펜 피칭은 언제부터 시작하나.

이것도 두 분이 배려를 해주신 부분인데.

?

빠르면 2월 중순, 늦으면 2월 말이 될 것 같다.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불펜 세션을 시작한다.

구체적인 실전 피칭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나도 아직 그걸 예상 못 하겠다. 일단 불펜에서부터 던져봐야 뭔가 계산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목표를 이야기하기도 조금 이르다. 우선 감각적인 면을 회복하고, 그게 돼야 그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마운드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 매일 상상했다"

이 모습을 다시 만날 날이 다가온다(사진=LG).
이 모습을 다시 만날 날이 다가온다(사진=LG).

처음 LG에 입단했을 때가 2010년이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LG는 꽤 좋은 팀으로 성장했다. 특히 마운드가 아주 강해졌다.

그렇다. 젊은 투수들이 많이 올라와서 예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다.

외부에선 두산 베어스의 ‘판타스틱 4’와 LG 투수진을 비교하기도 한다. LG 선발진을 가리켜 ‘어메이징 4’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그런 평가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사실 선수들끼리 그런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성적 이야기도 선수들끼린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보단 팀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끌고 가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도 굳이 비교한다면, 우리 팀 마운드가 다른 팀에 비해 결코 뒤처질 건 없다는 생각이다.

거의 2년 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선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다시 마운드에 서는 그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나.

상상은 매일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때도 항상 상상했다.

그랬나.

예전 마운드에서 던질 때의 느낌을 계속 떠올렸다. 공을 던지는 순간의 느낌, 타자를 잡아내는 순간의 감정, 팬들이 환호할 때의 그 기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제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볼 때가 됐다. 성적을 떠나, '올 시즌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약속 한 가지만 해 달라.

(강한 어조로)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 그것 하나만큼은 내가 지켜야 하고, 약속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항상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입대 전까지는 기복이 심한 선수였는데, 이제는 꾸준하게 믿음직한 투구를 하는 투수로 자리 잡고 싶다.

23살 신인에서 어느덧 30살 예비역이 됐다. 여전히 야구가 좋은가.

당연하다. 공 던지는 게 여전히 재밌고 즐겁다. 야구 외엔 크게 다른 재밌는 게 없는 것 같다. 아, 맞다.

무슨 일인가.

야구 말고 한 가지 더 있다. 지난해 딸이 태어나 아빠가 됐다. 이제 생후 11개월 됐다. 요즘엔 딸아이 얼굴 보는 게 그렇게 재밌고, 즐거울 수 없다. 멀리 전지훈련 와 있는 동안에 아빠 얼굴 잊을까 봐, 그게 걱정이다(웃음).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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