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 유도의 마법사' 재크 패트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땅볼 유도의 마법사' 재크 패트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했다. 메이저리그(MLB) 유망주 앤서니 레나도와 ‘거포’ 다린 러프를 영입해 투·타의 중심을 맞췄다. 여기다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뛴 재크 패트릭까지 영입했다.

삼성은 2월 2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세 선수를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건 패트릭의 몸값이다. 패트릭은 레나도(105만)와 러프(110만) 몸값의 절반 수준인 45만 달러에 계약했다. 프로 선수는 몸값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법. MLB 경험이 없는 패트릭에겐 어찌 보면 당연한 대우일지 몰랐다. 야구 전문가들이 삼성이 패트릭을 영입했을 때 "KBO리그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투수"라고 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패트릭 역시 주변의 우려와 낮은 평가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하겠다"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인성갑' 패트릭, 야구 실력도 착할 수 있을까.

패트릭은 인성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야구 실력을 입증할 차례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패트릭은 인성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야구 실력을 입증할 차례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패트릭은 191cm-88kg 건장한 체격을 자랑한다.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4년간 뛰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루키리그에서 첫 프로생활을 시작한 패트릭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데뷔 3년 만에 트리플 A에 진입해, 2015시즌엔 선발 투수로 157.1이닝을 소화했다.

패트릭은 마이너리그 통산 102경기에 등판해 28승 16패 평균자책 3.50를 기록했다. 2016년엔 NPB(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로 이적해 15경기 3승 2패 평균자책 5.51의 성적을 남겼다.

패트릭은 ‘땅볼 유도형’ 투수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15년부터 패트릭을 영입 후보군에 올려 놓았다. 마크 위드마이어 삼성 스카우트 코디네이터가 페트릭의 기량과 인성을 수시로 체크했다는 후문이다.

패트릭을 보고 있으면 고결한 ‘성직자’가 떠오른다.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두 눈과 환하게 웃는 표정, 순진한 외모까지. 삼성 관계자도 “패트릭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이 관계자는 “인성에선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이젠 야구 실력으로 합격점을 받을 차례”라고 말했다.

NPB에 이어 KBO리그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패트릭을 ‘엠스플뉴스’가 일본 오키나와 현지에서 만났다. '착한' 외국인 투수 패트릭의 숨겨진 독기와 올 시즌 다짐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패트릭 "팀 적응 이상무, 삼성에서 더 많은 걸 배우겠다."

푸른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재크 패트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푸른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재크 패트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드디어 팀에 합류했다. ‘첫 만남’이란 언제나 설레이게 마련이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오기 전, 괌 캠프는 어땠나.

정말 훌륭했다. 특히 괌 날씨가 무척 좋았다. 따뜻한 기후로 몸풀기에 부담이 없었다. 본격적인 스프링캠프에 앞서 워밍업할 최적의 장소였다. 현재 팔 상태가 좋아 투구할 때 전혀 큰 문제 없다.

일본 전지훈련이 처음은 아니다.

두 번째다. 요코하마 시절에도 이곳에서 훈련했다.

이미 괌에서 ‘불펜 피칭’을 세 차례 했다. 오키나와에서도 라이브 피칭을 진행했다.

괌에서의 첫 번째 불펜 피칭은 가벼운 ‘맛보기’ 투구였다. 마지막 불펜 피칭에선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졌다. 다방면으로 체크했고,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많은 팬이 당신의 실전 투구에 관심이 많다. 코칭스태프와 주로 어떤 이야길 나누나.

(조심스럽게) 첫 번째 나눈 이야기는 ‘삼겹살’이었다(웃음). 아직 불펜 피칭에 주력하고 있어 구위를 논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코치들이 요코하마 시절 내 투구 영상을 많이 봤다고 한다. 하루 빨리 실전에 등판해 공 상태를 점검하고 싶다.

미국 복귀나 일본 잔류 대신 KBO리그를 택했다. 이유가 있나.

처음 제안을 듣고,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또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미국에선 트리플A에서 뛰었고, 메이저리그엔 올라가지 못했다. KBO리그에서의 시간이 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난 이제 겨우 27살이다.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패트릭, "NPB 진출 실패는 내 인생의 큰 교훈"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시절 패트릭(사진=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시절 패트릭(사진=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지난 시즌 NPB 요코하마에서 뛰었다. 처음 경험한 일본야구가 쉽진 않았을 듯싶다.

내겐 요코하마 시절이 소중한 시간이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첫 전지훈련도 잊히지 않는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적응해야 할 게 많았다. 일본야구에 적응하는데만 반년이나 걸렸다(웃음). 가장 힘들었던 건 타자의 배팅 타이밍을 잡는 거였다. 정말 힘들었다. 그러면서 내 공을 많이 연구했다. 덕분에 아시아 야구가 한결 편해졌다. 현재는 자신감이 넘친다.

NPB 첫 해 순탄치 않았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선발 자릴 공고히 하지 못했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요코하마 땐 시즌 초반 부진했다. 선발과 불펜에서 정신 없이 헤맸다(웃음). 시즌 초반 자릴 잡지 못했던 게 시즌 중반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시즌 후반 안정을 되찾았고, 그 후 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계속 남았다면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뤘을지 모른다. 돌연 NPB를 선택한 이유가 늘 궁금하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웃음). 하지만, 난 늘 새로운 경험을 원했다. 미국에선 매일 똑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었다. 내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많은 색다른 경험이 날 완성해 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KBO와 NPB는 야구 색깔이 다소 다르다. 또 다시 ‘적응’이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야구 강국이다. 또 다른 야구를 경험하고 있어 행복하다.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조차 받지 못한 나다. 난 어디에 있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음.

지난 시즌 일본에서 뛸 때 내 뒤에 많은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먼저 팀에 적응하는 일부터 매우 기대된다. 스프링캠프 초반이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다. 팀 동료들도 훌륭하고, 코치진의 관심도 무척 감사하다. KBO리그는 다른 나라 리그에선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숨겨져 있다. 이 분위기라면 지금 당장 시즌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웃음).

요코하마와 삼성은 어떤 점이 다른 듯싶나.

완전히 다른 팀이다. 차이점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다. 요코하마는 원래 강팀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선수단 모두가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반면, 삼성은 KBO리그 최강 팀이었고, 줄곧 정상을 지켰다. 지난 시즌, 한 번 떨어졌을 뿐이다. 삼성 선수단 전체가 큰 동기 부여를 가지고 시즌에 임하고 있다. 지난 시즌 부진을 씻겠단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라운드를 지배하라' 땅볼 투수 패트릭

미국에서 뛸 때의 패트릭(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국에서 뛸 때의 패트릭(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당신은 땅볼 유도형 투수로 알려졌다. 홈런이 자주 나오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선 당신 같은 투구 스타일이 효과적일 수 있다.

땅볼 유도는 내가 지향하는 피칭 타입이다. 특히 라이온즈 파크처럼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에선 장타를 맞지 않는 투구가 필요하다. 투수 입장에서도 땅볼 유도는 투구수 절감과 아웃 카운트를 빠르게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여기다 땅볼 아웃을 잡아내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당신은 빠른 속구로 승부하기보단 수 싸움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피네스 피처(Finesse Pitcher)'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피네스 피처의 성공 확률은 다소 낮은 편이다.

많은 탈삼진을 잡으려면 그만큼 많은 투구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카운트 초반에 땅볼 아웃을 잡아 이닝을 빨리 끝내면 팀과 투수에게 훨씬 유리하다. 많은 공을 던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늘 포수 미트 아래쪽으로 공의 던지려 한다. 각을 크게 줘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 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은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 실패를 경험했다. 엘런 웹스터, 콜린 베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가 합작한 승수는 고작 6승에 그쳤다. 레나도와 당신이 느끼는 부담감이 클 듯싶다.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런 긴장감은 투수에겐 언제나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던 역할이다. 팀을 위기에서 살려내는 존재가 되고 싶다.

롤 모델이 친형이라고 들었다.

맞다. '친형' 빌리 패트릭(Billy Petrick)이 내 롤모델이다. 빌리는 2007년 시카고 컵스 마운드에 올랐다. 8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내겐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현재 형은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내가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살아남을 ‘본인만의 필살기’가 궁금하다.

특별한 무기는 없다. 삼성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NPB와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좋았던 감을 되살려 활용할 생각이다. 전지훈련 기간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제구를 낮게 형성하면서 땅볼을 유도하는 것이다.

패트릭의 진심 "KBO리그는 세계 야구를 이끄는 주류"

KBO리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누구보다 잘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수많은 친구가 KBO리그에서 난타 당했다(웃음). KBO리그는 세계 야구를 이끄는 주류다. 신중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먼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컨디션과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력이 뒷받침 돼야 8,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전지훈련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분 좋은 예감이 느껴지나(웃음).

이번 시즌은 정말 기대된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은 예감이 든다. 개인적으로 매우 흥분되는 시즌이다. 삼성 챔피언 등극도 가능하리라 본다(웃음).

KBO리그 첫 시즌 개인적인 목표치는 어느 정도인가.

물론 목표는 여러가지다. 한 가지를 꼽으라면 '10승' 달성이다. 10승은 팀에서 인정받는 선발투수의 기준점이다. 10승보다 더 많은 승수를 쌓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물론 부상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레나도는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삼성 응원 열기와 관련해 레나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웃음). 나도 SNS(사회관계망)에 한국행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고, 이미 많은 삼성 팬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올 시즌엔 팬들과 함께 삼성 우승을 일궈내겠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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