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새로운 4번 타자 다린 러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삼성의 새로운 4번 타자 다린 러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삼성 홍준학 단장 "마우로 고메즈와의 계약 불발이 다린 러프 영입에 호재로 작용했다. 러프는 우리 팀이 지난해부터 함께 뛰고 싶었던 영입 1순위 타자"

삼성 라이온즈가 MLB(메이저리그) ‘거포’ 유망주 다린 러프를 영입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타자를 가장 늦게 영입했지만, 가장 잘 뽑았단 평가다.

삼성은 2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MLB 경력을 갖춘 ‘거포’ 다린 러프를 110만 달러(약 12억 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타자 가운데 2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가장 높은 몸값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윌린 로사리오(150만 달러)다. 넥센 히어로즈 션 오셜리반과 두산 베어스 마이클 보우덴이 러프와 같은 금액을 받는다.

러프는 장타력이 주무기다. 201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데뷔한 그는 '홈런왕' 라이언 하워드 뒤를 이을 거포 1루수로 주목받았다. 2013(14홈런), 2015시즌(12홈런)엔 한정된 출전 기회 속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286경기 출전/ 타율 0.240/ OPS(출루율+장타율) 0.747/ 177안타/ 35홈런/ 96타점.

홍준학 삼성 단장은 “러프 영입으로 팀 중심 타선에 힘이 생겼다. 확실한 4번 타자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한 뒤 “러프는 1루뿐만 아니라 외야수도 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양한 포지션 배치가 가능하다. (이)승엽이가 1루수로 나서면 러프가 좌익수로 가는 식이다. 지난 시즌보다 포지션 운용 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 '삼성과 러프의 남다른 인연'

러프 영입은 삼성의 오랜 기다림이 빛을 본 케이스다. 홍 단장은 “지난해 우리 스카우트들이 트리플A 팀들을 살펴보러 갔을 때 눈에 띄었던 선수가 러프"라며 "구단 내부 평가에서도 영입 후보 1순위에 올랐던 선수"라고 강조했다.

“러프는 다들 알다시피 MLB가 주목하는 '대박주'였다. 지난해 러브콜을 했을 때 러프가 한국행을 거절했다. 한국 진출과 관련해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 아직 MLB에서 더 해보겠단 뜻을 밝혔다. 이후 8월 빅리그로 콜업됐다. 당시 아쉬움이 컸지만, MLB 팀에서 키우던 선수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홍 단장의 회상이다.

애초 러프는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었다. 필라델피아 '주포' 라이언 하워드가 팀을 떠나며 러프가 1루수 대안이 될까 싶었지만, 1루 자리는 러프보다 5살 어린 코리 조셉 차지였다. 조셉은 지난 시즌 21홈런을 기록하며 필리델피아의 새로운 1루수 대안으로 떠오른 바 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러프는 LA 다저스 2루수 하위 켄드릭 트레이드 때 다저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중요한 건 다저스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는 데 있다. 1루는 이미 애드리안 곤잘레스 몫이었다. 여기다 외야엔 야시엘 푸이그와 작 피더슨, 트레이시 톰슨, 스캇 반 슬라이크 등 강력한 경쟁자로가득했다.

다저스의 지난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리그 최하위였다(0.214). 우타자 영입이 필요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다저스는 탬파베이 레이스 2루수 로건 포사이드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뛴 외야수 프랭클린 구티에레즈를 데려왔다.

1루와 좌익수만 가능한 러프보단 내·외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포사이드와 그티에레즈가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 삼성에겐 좋은 기회였다. 홍 단장은 “러프가 우리와 인연이 있는 모양이었다(웃음). 애초 영입하려 했던 마우로 고메즈가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해 우린 우리대로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야 했다. 러프도 다저스의 선수 영입으로 40인 로스터에서 빠지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듣고 다저스와 즉시 접촉했다. 여러 번 협상 과정 끝에 결국 러프를 영입할 수 있었다. 선수 본인도 우리 정성에 감동했는지 흔쾌히 'OK'했다”고 밝혔다.

홍준학 삼성 단장 "러프, 삼성에 100% 적합한 선수"

뚜껑을 열어봐야 할 다린 러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뚜껑을 열어봐야 할 다린 러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러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러프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우타 거포’ 1루 자원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러프 영입을 주도한 홍 단장은 “김 감독도 그렇고, 구단 내부적으로 러프에 대한 평가가 좋다. 사실 고메즈는 나이 때문에 우리 팀에서 오래 뛰기 힘들었다. 삼진이 많고,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성향도고민거리였다. 오히려 다양한 각도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러프야말로 KBO리그에 더 적합한 타자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러프는 수준급 1루 수비(139경기 0.995)와 외야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 개인보단 팀을 우선시 하는 자세도 돋보인다. 특히 삼성은 구단 자체 시스템을 통해 오랫동안 러프를 분석해온 터다.

삼성 새 외국인 선수 다린 러프(사진=삼성)
삼성 새 외국인 선수 다린 러프(사진=삼성)

홍 단장은 “예전엔 러프처럼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한국, 일본 진출을 외면했다. 하지만, 최근엔MLB의 많은 선수가 한국, 일본 리그 진출을 거부감 없이 진출한다. 가뜩이나 NC 다이노스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된 에릭 테임즈 사례가 크게 알려지면서 한국야구에 대한 거부감이 더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필라델피아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 가운데 무려 6명이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상태다(*엘비스 아라우호(주니치 드래곤즈), 필 클라인(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지미 파드레스(지바롯데 마린스), 데이비드 뷰캐넌(야루크트), 프랭크 허먼(라쿠텐)).

끝으로 홍 단장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늦어져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며 "러프는 물론이고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모두 야구 뿐만 아니라 인성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비시즌 FA(자유계약선수) 우규민, 이원석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3인을 전원 교체했다. 평가는 나쁘지 않다. 알짜배기 선수로 팀 전력을 새롭게 구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모든 전력을 하나로 완성시키는 일이다. 사자 군단의 가을야구 도전은 벌써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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