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새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t의 새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최근 KBO리그를 주름잡는 강타자들을 살펴보면, 한 때 포수 마스크를 썼던 선수가 적지 않다. ‘100억 원의 사나이’ KIA 최형우는 입단 당시 포수였다. 지난해 37홈런을 때린 두산 김재환도 불과 몇 해 전까지 포수로 1군에 모습을 비췄다. 신흥 거포 SK 최승준도 포수, 넥센 고참 이택근과 전 넥센 소속 박병호-강정호도 포수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다. 심지어는 외국인 강타자 윌린 로사리오도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포수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경력이 있다.

하나같이 프로에서 포수로 출발한 이 선수들은 고된 포수 수비 대신, 장점인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수비 부담이 적은 포지션으로 전향해,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강타자로 거듭났다.

kt 위즈의 새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도 원래는 포수였다. 2007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 당시, 모넬은 포수로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 포수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조롭게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자이언츠엔 버스터 포지라는 ‘넘사벽’이 버티고 있었다. 마이너리그 포수와 빅리그 포수 사이의 진입장벽도 높았다. 모넬이 생존을 위해 1루수 겸업을 시작한 이유다. kt 위즈를 비롯한 KBO리그 구단들은 1루수 모넬이 지닌 ‘강타자’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전업 1루수’를 제안했다. 결국 kt와 계약을 체결하며, 모넬은 KBO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풀타임 1루수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1루는 모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포수 시절부터 정확한 타격과 준수한 파워를 갖췄다는 평을 듣던 모넬이다. 마이너리그에선 1루수로 뛸 때 포수일 때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렸다. 포수 수비는 그리 빼어나단 평을 받지 못했지만, 1루 수비는 부드럽고 능숙하단 평을 받는다. 또 1루수치고는 꽤 빠른 기동력과 주루능력도 갖추고 있다. ‘평범’한 포수가 공·수·주를 모두 갖춘 수준급 1루수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kt는 한국 무대에서 모넬의 성공 가능성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kt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흉작이었다. 반면 외국인 타자는 故 앤디 마르테와 댄 블랙 등 매년 좋은 성과를 거둬 왔다.

김진욱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모넬이 보여준 기량에 만족감을 표했다. “영입할 때 기대한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팀 동료들과의 친화력, 적응력도 일찌감치 합격점을 받았다. 외야수 이대형과는 캠프 합류 불과 며칠 만에 ‘절친’이 됐다. kt가 또 한 번의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를 기대하는 이유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시작해 포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이제 1루수로 새로운 리그에서 도전을 시작한 조니 모넬. 그가 꿈꾸는 2017시즌은 어떤 모습일지, ‘엠스플뉴스’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인터뷰는 kt의 미국 애리조나주 투싼 1차 스프링캠프 기간에 키노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진행됐다.

“kt 위즈, 가장 진지하게 나를 원한 팀”

모넬도 반한 이대형의 마력이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모넬도 반한 이대형의 마력이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다. 현재 컨디션은 좀 어떤가.

아주 좋다. 컨디션이 정말 좋다. 내가 항상 해왔던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컨디셔닝 스케쥴대로 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해온 스프링캠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시즌이 시작될 날을 고대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웃음)

kt 위즈의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새 소속팀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연장자에 대한 ‘예의’ 문화였다. 문화적인 차이는 있지만, 연장자에게 예의를 갖추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인상 깊었다. 나 역시 그런 예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동료 선수들은 어떤가.

와서 보니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 다들 방망이도 잘 치고, 내야 수비도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팀원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이다. 정규시즌 경기를 시작하면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지 기대된다.

kt 위즈와는 어떻게 계약하게 됐나.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 많은 오퍼를 받았다. kt는 물론 KBO리그 다른 구단의 제의도 있었고, 미국을 비롯한 국외 구단에서도 오퍼가 들어왔다. 그 가운데 가장 진지하게 나를 원하는 팀이 kt 위즈라고 판단했다. kt의 제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오면 국외 리그에 내 이름도 알릴 수 있고, 가족을 위해 더 많은 돈도 벌 수 있고, 무엇보다 내 야구선수로서 레벨을 향상할 수 있을 거라 봤다. kt가 나에게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다.

KBO리그 전·현직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조언도 받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전에 KIA에서 뛴 브렛 필, 그리고 NC 다이노스 투수 에릭 해커와 에릭 테임즈가 알고 지내는 사이다. 이 선수들이 KBO리그에 대해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또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줘서, 좋은 인상을 갖고 KBO리그 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함께 KBO리그에서 뛰게 될 로저 버나디나, 앤서니 레나도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선수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KBO리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친정 자이언츠 상대 완봉승-결승 2루타, 내 인생 경기”

모넬의 인생 경기. 친정 자이언츠 원정에서 결승 2루타를 때려낸 순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모넬의 인생 경기. 친정 자이언츠 원정에서 결승 2루타를 때려낸 순간(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아버지 조니 모넬 시니어도 뉴욕 메츠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와 1루수로 활약한 선수 출신이다. 야구 선수가 되는 데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아버지는 내가 선수로 성장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셨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메츠 구단의 클럽하우스와 라커에 나를 데려가셨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는 TV나 신문에서 보던 유명한 선수들이 많았다. 올스타 선수, 명예의 전당급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야구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당신 역시 나중에 같은 팀인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는 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구단 유니폼을 입었다는 게 특별한 인연처럼 느껴진다.

(활짝 웃으며)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야구선수인 집안은 많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구단에서 뛰는 경험은 드문 일이다. 굉장히 특별하고,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었고,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데 대해 감사한다.

미국 무대에서는 주로 포수로 활약했다. 다른 포지션을 놔두고 포수를 하게 된 계기가 알고 싶다.

12살 때였나, 아버지를 따라 훈련을 하러 간 적이 있다. 훈련장에서 전 시카고 컵스 포수 헥터 빌라누에바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그분이 사용하는 포수 장비를 한 번 입어봤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았고 포수라는 포지션이 마음에 쏙 들었다. (웃음) 그때부터 포수와 인연이 시작된 것 같다. 나중에는 푸에르토리코에서 경기를 하면서, 전설적인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를 가까이서 볼 기회도 얻었다. 그러면서 점차 포수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에 빠져들었고, 포수를 내 포지션으로 삼게 됐다.


당신의 포수 인생에서 ‘인생 경기’ 하나만 꼽는다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경기는 뉴욕 메츠 시절인 2015년 7월 6일, 친정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상대와 상대한 경기다. 2013년 입단 7년 만에 자이언츠 소속으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지만, 딱 8경기만 뛰고 바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됐다. (쓴웃음을 지으며) 이후 메츠 유니폼을 입고 다시 빅리그에 올라갔고, 선발 포수로 친정 자이언츠와 상대하게 됐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결과는 어땠나.

그날 경기에서 우리 팀 투수들과 함께 셧아웃(완봉) 경기를 만들어 냈다(웃음). 그리고 타석에서는 0-0으로 팽팽하던 9회 초에 우익수 쪽 깊숙한 결승 2타점 2루타도 때렸다. 결국 우리 팀이 3-0으로 승리했다. 내가 어린 시절 뛰던 팀을 상대로, 그 팀의 홈구장에서 거둔 승리라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kt가 날 영입한 이유? 공격력이다”

1루수로 전향한 조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루수로 전향한 조니 모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유망주 포수 시절 리포트를 보면 ‘불도그 같은 근성을 지녔다’ ‘파이팅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두려움도 없고, 야구장에 나가면 항상 최선을 다해 이기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무래도 야구장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또 내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 브롱크스 지역의 환경도 내 성격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포수를 그만두고 1루수로 전향한 계기가 궁금하다. 스카우트들에 따르면 포수보다는 1루수를 볼 때 훨씬 좋은 공격력을 보였고, 타격을 살리기 위해 1루를 보게 됐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런가.

메이저리그에선 백업 포수다 보니, 4~5일에 한 번씩 경기에 나섰다. 벤치에 오랫동안 있다가 포수를 보고 타격을 하는 게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이너리그에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타석에 나서면서, 매일 투수의 공을 보고 적응하는 게 한결 수월했다. 포수를 보며 타격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기보다는, 꾸준하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kt는 당신을 포수가 아닌 1루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에 하나, 팀에서 요청하면 포수로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포수는 다른 선수와 말이 잘 통해야 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부분이 많다. 포수보다는 1루수를 보는 게 나에게도 편하고,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kt에는 좋은 포수가 많다. 내가 1루수를 보는 게 라인업 구성에 딱 맞는다고 본다.

kt 위즈를 위해 당신이 가장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호하게) 내 공격력이다.

낯선 리그와 환경에서 뛰는 데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없나.

어느 나라에 가든 야구는 같은 야구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야구는 기본적으로 같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왔다. 오랫동안 야구를 해 온 만큼,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적응할 부분은 적응하면서 나만의 것을 지켜간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 음식, 도시를 만나고 적응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야구에 대해서만큼은 잘 적응할 자신이 있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듣고 싶다.

음, 타율 같은 기록적인 것들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내가 미래를 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팀을 위해 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항상 전력을 다하는 것, 그게 내 목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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