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승리 주역 최금강과 박석민(사진=NC).
26일 승리 주역 최금강과 박석민(사진=NC).

[엠스플뉴스]

| 시즌 초반 8연승을 달리는 NC 다이노스. 2016시즌 창단 최다 15연승을 달리던 때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서도 연승을 달리는 NC 다이노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데자-뷰. 분명 어디선가 한번 본 듯한 장면이다. 최근 8연승을 달리는 NC 다이노스의 질주가 낯설지 않다. 지난 시즌에도 6월 1일부터 19일까지 구단 창단 이후 최다인 15연승을 달렸던 NC다.

시작은 지난해도 올해도 똑같이 두산전이다. 2016년 6월 1일 리그 1위 두산을 상대로 5-1 승리를 거둔 게 발단이 됐다. 이후 거침없이 연승을 이어간 NC는 6월 12일 SK전과 14일 LG전에서는 ‘일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기적 같은 역전극을 장식하며 연승 숫자를 더했다.

올해도 연승 행진은 16일 두산전부터 시작됐다. 이후 ‘PK 라이벌’ 롯데와 삼성, kt를 차례로 꺾고 26일까지 8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승이 시작되기 전까지 NC는 26승 19패 1무로 승률 0.578, 1위 두산(0.729)에 7.5게임 차 뒤진 2위였다. 하지만 15연승을 내달린 뒤 양 팀의 차이는 3.5게임 차까지 좁혀졌다. 그 사이 3위 넥센과는 9게임 차로 따라잡을 수 없는 큰 격차를 벌렸다.

올해도 연승 시작 전까지 NC의 시즌 초반 스타트는 지지부진했다. 6승 7패로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고 순위는 공동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8연승 중인 현재 NC는 14승 1무 7패 승률 0.667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선두 KIA와는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는 선두 자리가 눈앞에 보인다.

박석민-손시헌-박민우 없이 거둔 8연승

분위기를 탄 NC(사진=NC).
분위기를 탄 NC(사진=NC).

물론 지난해 NC와 올해 NC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지난해 NC는 연전연승 기간 주전 야수 대부분이 건재했다. 연승 기간 기록을 살펴보면 타율 5할을 기록한 박석민(6홈런 25타점)을 필두로 에릭 테임즈(0.385 6홈런), 조영훈(0.381), 이호준(0.380 5홈런), 나성범(0.379 3홈런), 이종욱(0.364 3홈런), 손시헌(0.319), 김성욱(0.278 3홈런) 등 주력 야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마운드에선 에이스 에릭 해커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지만 대신 재크 스튜어트(2승 무패 ERA 2.21)와 최금강(2.25), 이민호(3.00), ‘이태양(1.86)’ 등이 선발진을 지켰고 마무리 임창민(3세이브 ERA 1.00)과 원종현(4.32), 장현식(4.32)의 활약이 빛났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외국인 에이스 듀오는 건재하다. 새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은 연승 기간 2승 무패 ERA 1.46으로 철벽이고, 해커도 승리는 없지만 두 차례 등판에서 ERA 3.86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선발진이다. 4년 연속 10승 투수 이재학은 시즌 초반 2경기에서 4.2이닝 9실점 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선발투수로 기대한 최금강은 9.2이닝 11실점(ERA 9.31), 5선발 기회를 준 구창모도 3경기에서 9이닝 17실점(ERA 17.00)으로 두들겨 맞았다. 시즌 앞두고 구상한 내국인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여기에 야수진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 NC는 3루수 박석민과 유격수 손시헌, 2루수 박민우가 부상으로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다. 손시헌은 옆구리 통증으로 4월 9일 자로 1군에서 말소됐고, ‘발목 부상’ 박석민과 ‘햄스트링’ 박민우는 15일에 동반 1군 말소됐다. 두 선수가 말소된 15일, NC는 두산에 2-11로 대패하며 시리즈 스윕을 당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4월 18일 두산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이날 선발투수는 영건 장현식. 5선발 경쟁에서 구창모에 밀려 불펜에서 개막전을 시작한 장현식이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결과는 5이닝 무실점. 볼넷 5개를 내주긴 했지만 2피안타만 허용하고 삼진 6개를 잡으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에선 나성범-재비어 스크럭스를 중심으로 모창민-지석훈-이상호 등 ‘잇몸’ 선수들이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경기 초반 꼭 필요한 점수를 뽑아냈다. 4-0 NC의 승리. 이 승리를 시작으로 NC는 26일 kt전까지 내리 8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주전 없이 8연승, 아주 칭찬해”

5번타자로 박석민의 자리를 잘 채운 권희동(사진=NC).
5번타자로 박석민의 자리를 잘 채운 권희동(사진=NC).

연승 기간 NC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있다. 3번 타자 나성범(0.410 3홈런 10타점)과 4번 스크럭스(0.371 5홈런 12타점)의 맹활약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건 박석민-손시헌-박민우가 빠진 빈자리를 채운 선수들의 활약이다.

NC는 임시 유격수로 나선 지석훈이 타율 0.394에 1홈런 8타점을, 2루수로 나서는 이상호가 타율 0.333에 2도루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마침내 포텐이 터진 모창민이 타율 0.333에 3홈런 10타점, 육성선수 출신 도태훈도 타율 0.308에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주전이 빠진 빈자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대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이들 ‘잇몸’의 활약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주전들이 없는 가운데서도 석훈이나 상호나 창민이가 잘 메워준 덕분에 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주전이 없는 상태로 이겼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주전 빠진 채로 이긴다는 건, 어려운 상황에 그만큼 집중해서 했다는 의미다. 대신 출전한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칭찬한다.” 김 감독의 말이다.

마운드에서도 초반 부진했던 내국인 선발진이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구창모는 21일 삼성전에서 6이닝 2자책(4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최금강도 20일 롯데전 5이닝 무실점, 26일 kt전 7이닝 1실점으로 점차 선발투수의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비록 22일 삼성전에서 한 차례 무너지긴 했지만 장현식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투수다. 외국인 2명에 내국인 3명의 5인 선발 체제가 조금씩 짜임새를 갖춰 가고 있다.

강력한 불펜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마무리 임창민(3세이브 0.00)을 비롯해 원종현(4홀드 0.00), 김진성(1승 2홀드 2.00)의 필승조는 연승 기간에도 강력했다. 강장산, 이형범, 윤수호, 임정호 등 다른 불펜 투수들도 요긴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호투를 펼치고 있다.

8연승 NC, 이번엔 연승 후유증 없다

김경문 감독이 라인업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경문 감독이 라인업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경문 감독은 팀의 상승세에 만족을 표하면서도, 연승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5연승 뒤 바로 5연패의 쓴맛을 봤던 경험이 있는 NC다. 연승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막상 연승이 끝나자 후유증이 길게 이어졌다.

이에 김 감독은 최근 등판이 잦은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부쩍 신경쓰는 모습이다.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게 불펜 쪽을 신경쓰고 있다. 시즌 초반 김진성이 큰 도움이 됐지만, 다소 자주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의 말이다.

엔트리에 투수를 13명 올린 것도 불펜 과부하를 방지하려는 조처다. “원래는 야수가 하나 더 올라와야 맞다. 하지만 불펜에 많이 던진 투수들이 있는 만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투수를 한 명 더 두고 있다.” 김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뒤늦게 1군에 합류한 이민호를 활용해 기존 필승조 부담을 덜어줄 참이다. “민호가 그간 많이 안 던졌으니까, 이제부터 많이 던져줘야 한다.”

물론 불펜 소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고, 타선이 대량득점해서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것이다. 26일 kt전에서 바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날 NC는 선발 최금강이 데뷔 최다인 7이닝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도 초반부터 폭발하며 11득점을 뽑아내는 공격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NC는 필승조 대신 윤수호, 이민호를 투입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김 감독이 가장 바라던 그림이다.

여기에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침체에 시달린 박석민이 2루타 2개를, 타율 0.149에 그치던 김성욱이 오랜만에 안타를 때려낸 것도 소득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부터 “전날 경기에서 잘 맞은 타구가 많았다. 커리어가 있는 선수인 만큼, 금방 제 성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박석민의 반등을 기대했고, 기대대로 이루어졌다.

부상 선수들도 하나둘씩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한 손시헌은 5월 초 1군에 올라올 예정이다. 박석민은 이미 25일 1군에 돌아왔고, 2루수 박민우도 배팅 연습을 하며 1군 복귀 시동을 걸고 있다. 이호준도 5월부터 1군과 동행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릴 참이다. 완전체 전력을 갖출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NC는 차포에 상까지 모두 뗀 채로 8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15연승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들이 등장해 연승 기간을 장식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욱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복귀한다면, NC의 전력은 지금보다 더욱 막강해질 수 있다. 15연승으로부터 불과 10개월여 만의 연승 행진. 그 사이 NC는 이만큼 또 성장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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