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박석민의 타율은 올라간다(사진=엠스플뉴스).
올라갈 박석민의 타율은 올라간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광주]

2015년과 2016년의 반복인가, 아니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인가.

NC 다이노스는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리그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었다. 2015년엔 삼성 라이온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기회가 있었고, 지난해에도 두산 베어스를 밀어낼 찬스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1위팀과의 맞대결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아픈 기억이 있다.

제일 처음 1위 기회가 찾아온 건 2015년이다. 당시 NC는 4월 19일까지 8승 8패로 1위 삼성에 3.5게임차 뒤진 5위에 올라 있었다. 때마침 찾아온 삼성과의 3연전 맞대결. 3연전 전승을 거두면 삼성에 0.5게임차 추격을, 위닝시리즈만 거둬도 2.5게임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찬스였다.

하지만 NC는 마산야구장 홈에서 열린 삼성 3연전에서 내리 3패를 당했다. 에이스 찰리 쉬렉이 등판한 첫 경기를 0-5로 완패한데 이어 노성호를 앞세운 2차전도 2-6으로 패했다. 마지막 3차전에선 손민한이 무너지면서 4-14로 대패, 시리즈 스윕의 제물이 됐다. 3.5게임차였던 삼성과 격차는 6.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다시 팀을 재정비하고 승수를 쌓은 NC는 7월 26일, 삼성을 1.5게임차까지 바짝 추격했다. 마침 대구 삼성 3연전이 예정되어 있어, 시리즈 결과에 따라선 순위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NC의 3전 전패로 끝났다. NC는 에릭 해커를 앞세운 첫 경기에서 1-2로 아깝게 패한 뒤, 나머지 경기에선 마운드가 무너지며 7-12, 7-10으로 경기를 내줬다. 1.5게임차였던 삼성과 간격은 다시 4.5게임차로 확 벌어졌다.

찬스는 한번 더 있었다. 8월 30일까지 NC는 선두 삼성을 재차 1.5게임차로 따라붙는데 성공했다. 삼성과 2연전에서 2승을 거두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NC는 삼성에 2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대체 외국인 투수 재크 스튜어트가 나선 1차전에서 6-7로 석패한 뒤, 해커가 나선 2차전은 0-13으로 완패했다. 게임차는 3.5게임차가 됐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NC에겐 더 이상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2016시즌에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5월 8일까지 NC는 선두 두산 베어스와 1게임차 간격을 유지했다. 1위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 하지만 이 때 하필 리그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에 5-6으로 패하며 게임차가 2게임으로 벌어졌다. 12일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이어진 kt 위즈-넥센 히어로즈 상대로 내리 4연패(1무승부 포함)하며 두산과 거리가 멀어졌다. 1게임차였던 승차는 어느새 6게임차까지 벌어졌다.

절치부심한 NC는 6월 1일부터 19일까지 구단 창단 이래 최다인 15연승을 달성하며 무섭게 승수를 쌓아 올렸다. 7.5게임차였던 간격도 연승 덕분에 3.5게임까지 좁혔다. 하지만 연승 이후가 문제였다. 15연승이 끝난 뒤 치른 8경기에서 1승 1무 6패에 그쳐 연승으로 줄어든 게임차를 고스란히 까먹었다.

특히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두산과 3연전이 아쉬웠다. 26일까지 NC와 두산의 차이는 5게임차. 3연전 전승을 거두면 2게임차까지 차이를 줄일 수 있어 중요한 시리즈였다. 하지만 NC는 첫 경기에서 선발 이민호가 무너지며 3-12로 크게 패했고, 스튜어트의 호투로 2차전을 잡긴 했지만 3차전에서 마이클 보우덴의 벽을 넘지 못해 0-4로 무릎을 꿇었다. 두산과 게임차는 6게임으로 다시 벌어졌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4월 15일까지만 해도 NC는 6승 7패로 선두 KIA에 4게임차 뒤진 공동 5위에 그쳤다. 하지만 16일 두산전 4-0 승리를 시작으로 27일 kt전까지 내리 9연승을 거두며 순식간에 리그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선두 KIA와는 어느새 1.5게임차. 운명의 장난처럼 KIA와 광주 3연전을 앞두고 1.5게임차로 간격을 좁혔다. 시리즈 결과에 따라선 순위를 뒤집을 수도, 반게임차까지 추격할 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NC다.

28일 열린 첫 대결은 KIA의 3-9 대승으로 끝났다. 선발 장현식이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진 사이, KIA 선발 양현종은 완벽한 투구로 NC 타선을 제압했다. 게임차는 다시 2.5게임차. 강력한 선발 마운드와 피해갈 곳 없는 타선을 자랑하는 KIA는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와 닮은 꼴처럼 보였다. 첫 경기 패배로 NC는 1위를 눈앞에 두고 주저앉은 지난 2년의 기억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9일 열린 2차전에서 NC는 연장 12회 혈투 끝에 8-6으로 승리, 시리즈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30일 러버게임에서 12-1로 대승을 거두며 1위 팀과 첫 맞대결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5전 5승’ 투수 제프 맨쉽과 ‘3승 무패’ 투수 임기영의 선발 맞대결로 문을 열었다. 아직 1패도 없는 투수들의 대결답게 경기는 초반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NC가 2회초 박석민의 2루타와 모창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자, KIA는 3회말 공격에서 ‘이적생’ 김민식-이명기의 안타로 1-1 균형을 맞췄다.

균형이 무너진 건 4회초 NC 공격. NC는 나성범과 재비어 스크럭스가 연속안타로 무사 1, 2루의 좋은 찬스를 마련했다. 여기서 첫 타석 2루타를 날린 박석민이 좌중간 담장 윗부분에 맞는 2루타로 나성범을 불러들여 2-1로 다시 앞서 나갔다. 이어 모창민의 좌전안타 때 좌익수 나지완이 공을 빠뜨리는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가 모두 홈인, 4-1로 NC가 리드를 잡았다.

NC 타선은 임기영이 마운드를 내려간 8회 다시 폭발했다. 이번에도 박석민과 모창민, ‘민-민 듀오’가 선봉에 섰다. 박석민은 2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손영민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뒤늦게 터진 시즌 1호 홈런. 그러자 모창민도 손영민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공략해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이번 시즌 리그 7번째 백투백 홈런. 민민 듀오의 홈런 합작으로 점수는 7-1로 더 크게 벌어졌다.

제대로 감을 잡은 박석민의 방망이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김태군의 2루타-김성욱 3루타-나성범과 스크럭스의 안타로 점수는 9-1까지 벌어진 상황.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나선 박석민은 바뀐 투수 김광수의 3구째 몸쪽 높은 패스트볼을 그대로 걷어 올려 좌측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시즌 2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연타석 홈런. 경기는 NC의 12-1 대승으로 끝났다.

NC 선발 제프 맨쉽은 6이닝을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6승째를 올렸다. 팔꿈치 근육 뭉침으로 6이닝을 마치고 물러날 때까지 투구수는 77개, 투심과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효과적인 피칭을 펼쳤다. 타선에선 박석민이 4안타(2홈런) 6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러 KIA 마운드를 무너뜨렸고, 박석민과 짝을 이룬 모창민도 3안타(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로서 NC는 1위 KIA와 맞대결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시리즈 전 1.5게임차였던 격차는 이날 승리로 0.5게임차까지 줄어들었다. 이번 시즌 단 한 차례도 연패가 없던 KIA로선 뼈아픈 첫 연패다.

반면 NC 입장에선 큰 의미가 있는 위닝시리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1위를 눈앞에 두고 매번 선두팀과 맞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던 NC로선, 이번 KIA전 위닝시리즈로 단독 선두 자리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5월 초엔 주전 내야수 손시헌, 박민우 등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어 상승세의 동력도 충분하다. 주전 줄부상 속에도 성공적인 4월을 보낸 NC가 5월 이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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