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강타자 '동미니칸' 한동민을 소개합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SK 와이번스 강타자 '동미니칸' 한동민을 소개합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장타 밖에 없다던 한동민이 달라졌다. 한동민은 기존 엄청난 파워에 정확도를 추가해 올 시즌 KBO리그를 초토화하고 있다. '반전의 사나이' 한동민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동미니칸(한동민+도미니카)’

별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저만치에서 보면 마치 외국인 타자를 연상시킨다. 큰 키(190cm)에 길게 뻗은 팔, 다리가 인상 깊다. 타구는 쳤다하면 담장 밖이다. 퓨처스 리그 2년 연속 홈런왕(2015, 16년) SK 와이번스 한동민을 보고 든 생각이다.

올 시즌 한동민은 달라졌다. 괴물 같은 힘에 정확성을 장착했다. 타석에선 신중함이 돋보인다. 이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5월 8일 기준 KBO리그 타자 OPS(출루율+장타율) 1위는 한동민이다(1.234). 강타자의 상징인 ‘1.000’을 넘어선 것도 감격스럽지만, KIA 타이거즈 최형우(1.174), SK 최정(1.172),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1.136)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도 의미가 크다.

성장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력은 한동민을 배신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 KBO리그 진출을 꿈꾸며 남몰래 휘둘렀던 배트. 남들 다 가는 대학 축제 한 번 즐기지 못했다는 한동민의 노력은 SK 4번 타자로 자리한 그에겐 온당한 결과물이었다.

한동민은 요즘 잘나가는 선수답게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SK 관계자들도 ‘너무 잦은 인터뷰’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까 걱정스런 눈치였다. 하지만, 되레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하며 호쾌하게 웃은 한동민이다.

포기하고만 싶었던 야구, 그리고 '9라운드'.

한동민의 대반전을 이끈 힘, '연습, 또 연습'(사진=엠스플뉴스)
한동민의 대반전을 이끈 힘, '연습, 또 연습'(사진=엠스플뉴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데, 마치 ‘외국인 타자’를 보는 듯했다.

(어이없이 웃으며) 나 말인가?

별명부터 남다르다. 한동민의 ‘동’과 도미니카 공화국을 합쳐 ‘동미니칸’이라고 부르더라. 워낙 힘이 좋아 붙은 별명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웃음).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타자다. 요즘 타석에선 무슨 생각을 자주 하나.

최근엔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다. 타석에 설 땐 무조건 버티잔 생각이다. 그 외에 별다른 건 어 없다. 그저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친단 마음으로 상태 투수와의 타이밍을 잡는다.

모 스카우트에 의하면 대학 시절 늘 새벽까지 남아 타격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대학 시절엔 정말 야구밖에 몰랐다. 고교학교 때 이미 프로 지명 실패로 아픔을 맛봤다. 대학교에 처음 왔을 땐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프로팀에 가지도 못하고, 4년이란 시간을 다시 보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물러설 곳도 없고, 기회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나.

더 악착같이 야구만 했다. 남들 쉴 때 나 혼자 연습했다. 다들 가는 대학교 축제 한 번 간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놈 같았다(웃음). 좀 더 즐기면서 해도 괜찮았을 텐데.

대학 졸업 후, SK에 9라운드(전체 85번)로 지명됐다. 하마터면 프로 진출의 꿈이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 갈 뻔했다.

그렇다. 1, 2, 3학년 땐 성적이 좋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4학년 때 성적이 뚝 떨어졌다.

속으로 조마조마했을 듯싶다.

이번에도 프로 지명을 못 받으면 이제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 솔직히 신고 선수로 들어가서 그 경쟁을 뚫을 자신도 없었다. 당시엔 내 나름대로 할 만큼 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하지만, SK가 거의 끝자락에 내 이름을 불러줬다. 한편으론 자존심이 상했지만, 막상 프로에 와보니 9라운드도 참 감사한 일이구나 싶었다.

2012년에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1군 데뷔는 팀 내 신인 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다.

1군에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4, 5년 후쯤 기회가 올 거라고 여겼다. 그 안에 군대도 갔다오려 했다. 다행히 이만수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운 좋게 일찍 올라오게 됐다.

'리틀 쿠바' 박재홍의 등 번호를 달다.

어린 시절 한동민(사진=엠스플뉴스)
어린 시절 한동민(사진=엠스플뉴스)

당신이 달고 있는 ‘62’번은 은퇴한 레전드 타자 박재홍의 등 번호다. 그 인연 때문인지 예전부터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들었다.

그렇다.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요즘엔 워낙 바쁘셔서 자주 뵙지 못했다.

아직도 ‘62번’을 달고 있다.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가.

박재홍 선배를 존경했지만, 내가 달 번혼 아니었던 것 같다(웃음). 처음엔 이 번호를 달고 욕을 많이 먹었다. 괜히 무리수를 뒀나 싶었다. 다행히 요즘엔 성적이 좋아져서 그런 말이 줄어들었다.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힘’하면 한동민이란 평가가 많았다. 올 시즌엔 정확도도 좋아졌다.

원래 타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올 시즌엔 아직 타수가 많지 않아 그래 보일수도 있다. 물론 상대 투수를 대처하는 방법이 좋아졌다. 예전엔 타석에서 무조건 쳐서 해결하려는 욕심이 강했다. 이젠 그 생각을 버리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다 보니 결과가 괜찮게 나왔다.

파워 강화를 위해 특별히 하는 훈련도 있을 듯싶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다. 아마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무게만 많이 들면 좋은 줄 알았다. 힘이 남아 있을 때 해야 웨이트 효능도 있고, 운동 이후엔 섭취도 잘해줘야 하는 것도 몰랐다. 주위에선 내가 ‘힘이 좋다’고 하시는데 전 (김)동엽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보통 일주일에 3일정도 웨이트를 하는데 동엽이랑 같이 하고 나면 온 몸이 녹초가 된다. 특히 한 주가 그냥 말려 버린다(웃음).

요즘 SK 타선을 흔히 ‘지뢰밭 타선’이라고 부른다. 피해 갈 곳이 없단 이야기다.

(난감해하며) 시즌 초반 성적이 좋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애초에 난 벤치 멤버였다. 운이 좋았다. 이젠 그 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클린업 트리오’다. 특히 최정과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안다.

(최)정이 형은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워낙 커리어도 좋고, 잘하는 타자 아닌가. 배울 점도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형이고, 원정 경기에 가면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형한테 많이 물어보고, 형도 답답할 땐 내게 이것, 저것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도 경험이 없지만, 보이는 대로 말해주는 편이다. 타석에서도 정이 형이랑 동엽이가 쳐주면 편하긴 편하다.

변화의 시작, '신중함'

'내가 바로 한동민이다'(사진=엠스플뉴스 2루
'내가 바로 한동민이다'(사진=엠스플뉴스 2루


SK를 대표하는 우타자가 최정이면, 좌타자는 한동민 아닌가.

정이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배울 점도 너무 많다.

올 시즌엔 힘뿐만 아니라 컨택 정확도가 훨씬 좋아졌다. 완성형 타자로 성장해가고 있다.

(손사래 치며) 야구에 완성이란 건 없는 것 같다. '홈런왕' 최정도 자기 타격에 만족을 못 하더라. 마찬가지로 완성이란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도대체 올 시즌 이렇게 잘하는 이유가 뭔가(웃음).

트레이 힐만 감독님도 그렇고,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타격 쪽에선 정경배 코치님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서포터를 해주셨다. 수비부터 주루까지 다시 배웠다. 결국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코칭님들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실패해도 절대 두려워 하지말라'는 것이다. 그 까닭인지 야구에 대한 시야가 조금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즘 타석에 선 당신을 보면 신중함이 느껴진다. 거침없이 배트만 휘두르던 과거완 상당한 차이다.

우선 타석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상황에 따라 출루도 해야 하고, 무사 2루면 팀 배팅도 해야 한다. 번트를 대야 할 땐 번트도 되고, 그날 투수 컨디션도 본다. 쉽게 생각하면 하나하나 파고든다기 보단 생각을 많이 했다. 군대 가기전만 해도 그냥 치려고만 했다. 무작정 달려든 셈이다. 오히려 그게 좋을 수도 있지만,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효과가 있었나?

과거처럼 무작정 휘두르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했다. 신중함이 생기다 보니 약점이 조금씩 보완이 됐다.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타격 메카니즘에도 변화가 생겼다. 훨씬 안정감 있는 자세였다.

카운트 별로 공을 치는 자세와 방법이 다르다. 감독님도 유리한 상황에서 치는 것과 2스트라이크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엔 유리한 카운트에선 공을 보려고만 했다면, 요즘 2스트라이크 이후엔 방망이 짧게 잡고, 어떻게든 공을 맞히려는 자세로 변하고 있다.

어느 쪽이 당신에겐 더 편한가?

정 코치님은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이 더 좋다고 처음부터 그걸로 밀고 나가라고 하신다. 하지만, 아직 그 폼에서 힘을 뺄 때 느낌이 덜한 편이다. 조금 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한동민 "힐만 감독님은 친할아버지 같아"

5월 8일 기준 KBO리그 OPS  부문 1위 한동민(사진=엠스플뉴스)
5월 8일 기준 KBO리그 OPS 부문 1위 한동민(사진=엠스플뉴스)

원래 멘탈은 좀 어떤 편인가.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긴거랑 다르게(웃음). 평소엔 쿨 할수 있는데. 막 쿨할땐 쿨할 수 있는데 야구는 그게 잘 안되더라. 야구 유니폼만 입으면 되게 예민해진다. 멘탈을 다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힐만 감독님의 첫 시즌이다.

메이저리그에도 있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생활을 하셨다. 힐만 감독님은 지든 이기든 항상 밝게 경기하는 걸 중요시한다. 스킨쉽도 마찬가지다. 늘 강조하시는 것 가운데 하나다. 이야기할 때도 항상 웃고, 눈 보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이젠 농담도 많이 하고, 내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보통 경기 중엔 감독님이 불러서 타격 자세나 공략법을 이야기하는데 힐만은 단도직입적으로 '안타 좀 치고 와라고 하신다.' 그럼 나도 '아 나도 너무 치고 싶어요' 하고 농담도 건넨다.

힐만 감독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선수들 마음을 편할 게 하는 듯싶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을 보면 꼭 친할아버지를 보는 것만 같다(웃음).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한동민이 꿈꾸는 야구란 무엇인가.

꾸준함?

음.

소리 없이 강한 선수가 되고 싶다. 내게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선수 말이다. 그간 늘 기복이 심했다. 잘될 땐 그래프가 쭉 올라갔지만, 안 될 땐 곤두박질쳤다. 그간 설음도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꾸준함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젠 달라질 시간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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