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하주석, 이글스 날개를 달다(사진=엠스플뉴스)
성장한 하주석, 이글스 날개를 달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l 하주석은 입단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뛰어난 타격 재능과 주루, 작전 수행 능력으로 '5툴 플레이어'란 평가를 받았다. 한화 이글스팬들의 그런 하주석에게 '미래'를 걸었다. 기다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예열을 마친 하주석은 올 시즌 대폭발하며 정상급 유격수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주석이 말하는 대반전의 비결을 지금 공개한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몇 년간 '유격수' 포지션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 강경학, 임익준, 최윤석, 권용관, 한상훈 등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하주석이 등장하기 전 이야기다.

지난 시즌 KBO리그 유격수 타율이 가장 낮았던 팀은 한화 이글스다(0.250).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을 보냈음에도 평균 이하였다.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공·수를 겸비한 하주석의 성장이다. 하주석은 지난 시즌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9/ 10홈런/ 57점을 기록했다. 타격 재능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전설의 전조'를 보인 하주석은 올 시즌 더욱 성장했다. 하주석은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타율 0.320/ 4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유격수 가운데 KIA 타이거즈 김선빈(0.336)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홈런 부문에선 4개로 LG 트윈스 오지환,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해당 선수의 조정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wRC+에선 하주석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진다. 하주석은 5월 9일 기준으로 유격수 wRC+ 1위(128.9)를 차지했다. 유격수론 2위 오지환(128.3)과 함께 120대를 넘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주석은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에서 리그 유격수 전체 1위에 올랐다(0.96). 팀 내에서도 ‘4번 타자’ 김태균(0.85)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리그 정상급 유격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새끼 독수리’ 하주석, 올 시즌 폭발 원인은?


김성근 감독마저 반하게 한 하주석의 맹활약(사진=엠스플뉴스)
김성근 감독마저 반하게 한 하주석의 맹활약(사진=엠스플뉴스)

김성근 한화 감독은 하주석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평소 선수 평가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 감독도 “하주석은 리그 수위타자감”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하주석이) 지난 시즌엔 타석에서 무게 중심이 흔들렸다. 이젠 몸이 날리지 않고, 중심을 딱 잡아 놓은 채 친다. 특히 플레이에 집중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 감독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주석은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 중이다(41개). 타율도 팀 타선에선 부동의 1위. 홈런은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6개)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하주석의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하주석은 겨우내 혹독한 체력 강화 훈련을 소화했다. 비시즌 기간에도 타이완을 찾아 몸만들기에 열중했을 정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겨울에 살도 좀 찌웠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근육이 붙었다. 타격할 때 힘이 느껴진다.” 하주석의 말이다.

여기다 전지훈련 기간 타격 폼에 작은 변화를 줬다. 하주석은 ‘레그 킥’을 높이 올려 타이밍을 잡은 뒤, 점차 내리는 방식으로 가장 편안한 타격 자세를 찾아 나갔다.

지난 시즌 하주석은 KBO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많은 삼진을 기록했다(115개). 마음만 앞섰던 시즌이었다. 그래서 타격 정확도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하주석은 “타격할 때, 타이밍을 길게 가져가면서 공을 최대한 오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은 타격 메커니즘 외에도 정신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난 시즌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것이 하주석에겐 큰 경험이 됐다. 특히 ‘자신감’과 ‘적극성’을 강조했다. 하주석은 “올 시즌엔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상대가 누구든 제대로 맞붙어보잔 생각이다. 또 상대 투수와 적극적으로 승부하다 보니 타율도 늘었다”고 밝혔다.

날개 단 하주석, 이글스의 새로운 ‘수비 요정’


수비 요정으로 거듭난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수비 요정으로 거듭난 하주석(사진-엠스플뉴스)

하주석은 타격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공격력만큼이나 수비력도 완벽했다.

올 시즌 하주석은 유격수로 30경기, 3루수로 4경기에 나섰다. 유격수로 나선 245.1이닝 동안 하주석이 기록한 에러 개수는 단 1. 3루로서 출전한 경기에선 에러가 없었다. 지난 시즌 하주석이 기록한 19개의 에러가 무색할 정도다.

더 놀라운 건 타구를 잡은 뒤 반응속도였다. 예전처럼 주춤하거나, 걸리는 듯한 동작 없이 부드럽게 송구 동작을 이어갔다. 김 감독도 이를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예전엔 수비 시에 조금 덤벙거렸다면, 요즘엔 자연스럽게 송구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내가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있을 때, 퓨처스 리그에서 상무 야구단과 자주 맞붙었다. 그 때마다 유격수 포지션에 하주석이 들어오면 거기로만 타구를 보내라고 지시했다당시엔 하주석이 수비의 구멍이었다고 해맑게 웃었다.

시즌 개막 전부터 하주석의 관심은 온통 수비 강화에 쏠려있었다. 지난 시즌 하주석이 보였던 수비 불안은 유격수에겐 치명적인 것이었다. 하주석이 경기 도중 교체된 것도 대부분 수비 보강을 위한 대수비 교체였다. 김 감독은 하주석은 지난 시즌엔 수비 에러를 하면 표정부터 어두워졌다. 하지만, 요즘엔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진다고 흐믓해했다.

하주석은 수비 시엔 상황에 맞게 자세도 바꾸고, 타구를 미리 준비하려 한다. 요즘 좀 악착같이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하주석은 '역대 한화 유격수 계보'에 정점을 찍을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랬던 하주석이 이젠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KBO리그에 내놓을하는 유격수 김재호(두산 베어스), 김하성(넥센), 오지환(LG 트윈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여기다 하주석은 활용도가 높은 타자다. 타선 어디에 둬도 제 역할을 다한다. 올시즌 역시 4번을 제외한 전 타순에 고루 들어섰다.

하주석은 분명 성장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견뎠고,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던 팀 타선에서 제 몫을 다했다. 이제 하주석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레전드 장종훈'을 뛰어 넘어 '한화 유격수 계보의 새로운 창시자가 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린다.

새끼 독수리 하주석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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