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김원형 수석코치(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 김원형 수석코치(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올 시즌 롯데 투수들 정말 좋아졌어”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요즘 틈만 나면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 칭찬이다. 5월 11일 경기 전 김 감독은 “어제(10일) 마지막에 나온 투수도 참 좋더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 주인공은 9회를 책임진 투수 김유영과 신인 강동호였다. 경기 종료 후, 감독실로 향한 김 감독은 가장 먼저 두 투수의 최근 투구 기록을 살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 에이스로 떠오른 박세웅에 대해선 “팔각도가 커졌다. 폼이 시원시원해서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베테랑 투수 송승준 또한 “올 시즌 송승준이는 못해도 10승은 할 것 같다”며 “송승준은 롯데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라고 부러워했다.

김 감독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올 시즌 롯데 마운드는 과거완 달랐다. 기록상으론 더욱 뚜렷하다. 롯데는 5월 12일 기준 팀 평균자책 3.74를 기록했다. 이는 리그 전체 2위에 해당된다. 탈삼진은268개로 리그 1위 NC 다이노스(273개)에 5개 모자랐다.

롯데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를 시도했다(15회). 흔히 퀵후크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뒤따르기 마련. 하지만, 롯데의 퀵후크엔 온당한 이유가 있었다. 롯데 선발진엔 젊은 투수들이 많다. 대부분 선발 경험이 부족하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했을 때 굳이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게 조원우 롯데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 이러한 마운드 운용은 롯데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다.

백전노장 김 감독도 '김원형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롯데 마운드가 성장한 것은 김원형의 영향이 크다. 송승준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전엔 투구 시 손 동작이 허리 쪽에 머물렀다 나갔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동작없이 간결하고, 빠르게 나간다. 롯데 투수들이 다 그런 식으로 바뀌었더라. 선수 시절 김원형이가 꼭 저랬다”며 옛 기억을 되살렸다.

마운드의 거인을 일깨운 ‘김원형 효과’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과 김원형 수석코치(사진=롯데)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과 김원형 수석코치(사진=롯데)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특징은 ‘젊은 투수진’의 성장이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평균자책 1.91)을 필두로 박진형(4.75), 김원중(4.62)이 이끄는 선발진과 김유영(0.90), 강동호(1.17), 박시영(5.30) 등의 젊은 투수들이 제 몫을 다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잘해줬다. (김)유영이와 (강)동호는 패전 투수임에도,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 시즌엔 패전 투수 실점율이 높았는데, 올 시즌엔 두 투수 모두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걸어오는 두 코치를 가르켜 “저 두 사람이 그 주인공”이라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김 수석과 이용훈 투수(불펜)코치였다.

김 수석은 SK 와이번스에서 코치로 활약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롯데에 합류했다. 사실 김 수석은 쌍방울 레이더스와 SK를 거쳐 지도자 생활까지 한 팀에서 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을 옮긴단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 수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조 감독의 열렬한 구애가 있었단 후문이다.

롯데 합류 이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 김 수석은 가장 먼저 마운드 진단에 나섰다. 진단이 끝난 김 수석은 롯데 투수들의 장·단점과 젊은 투수들의 육성 기조 확립을 위해 겨우내 바삐 움직였다. 롯데 투수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무기 '커브 장착'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그 노력은 올 시즌 결과로 나타났다. 김 수석에게 올 시즌 롯데 투수진의 상승세를 묻자 “내가 한 건 거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수석은 “우리 투수들은 상대 타자와의 카운트 싸움에 집중한다. 유리한 카운트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게 투수들에겐 가장 좋다. 그래야 2스트라이크 이후에 볼을 던져도 상대 타자들이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이밖에는 젊은 투수들에겐 좀 더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했고, 베테랑 투수들은 자신 만의 루틴과 기본 패턴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얘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김 수석은 투수 ‘역할론’ 강조했다. “일단 투수들이 기본적으로 자기 역할(보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올 시즌엔 우리 투수들이 그 점을 잘 이해했다. 나 때매 잘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수석의 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신인 투수 강동호는 “김 수석님께 배운 변화구 그립이나 서클 체인지업이 1군 무대에서 통했다. 원래 몸이 커 투구 동작이 느렸는데. 코치님과 상의 끝에 다리를 평소보다 높게 들어 던지니 구속도, 신체 밸런스도 좋아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올 시즌 부활에 성공한 송승준도 겨우내 김 수석의 메시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송승준은 "김 수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들어보니 수석님도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으셨다. 경험자에게 들으니 더 와닿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수석도 선수 시절 잦은 부상과 노쇠화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점에 있어선 누구보다 더 선수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조 감독도 "시즌 초반 김 수석이 (송)승준이를 잘 관리했다. 당시 구위가 좋지 않아 선발 등판이 오히려 자신감 하락의 원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김 수석이 승준이 관리를 잘해준 까닭에 올 시즌 팀 에이스를 한명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든든한 동반자 조원우 감독, 완벽한 조력자 이용훈 코치

든든한 동반자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롯데)
든든한 동반자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롯데)

이 모든 것을 김 수석 혼자 이뤄낸 것은 아니다. '든든한 동반자' 조 감독과 '완벽한 조력자' 이 코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다른 코치들의 도움도 컸다.

김 수석은 “감독님이 지난 시즌부터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았다. 난 그저 선수들에게 몇 가지 조언만 건넸을 뿐"이라며 "이 코치에겐 늘 고맙다. 이야길 나눠보니 생각도 잘 맞고, 스타일상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아직 투수진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곤 볼 수 없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김 수석은 "그간 준비해온 것들이 올 시즌 하나, 둘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감독님의 인내와 기다림이 없었다면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젊은 영건들은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조 감독과 김 수석, 이 코치가 만들어낸 ‘마운드의 시너지 효과’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패배 의식이 가득했던 롯데 마운드였다. 대량 실점과 불펜 방화는 언제나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달라졌다. ‘죽어도 마운드에서 죽자’는 선수들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김 수석은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한 번 부딪혀 보잔 의지가 생겼다. 여기다 자기 역할에 대한 인식과 집중력이 갖춰지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수석에게 물었다. '좋은 투수는 어떤 투수냐고'.

“준비가 안 됐으면 어느 투수든 실점한다. 그러나 준비가 잘 됐으면 어떤 타자를 만나도 버텨낼 수 있다. 그게 야구다. 항상 마운드에서만 잘하려고 하지말고, 기본 훈련과 체력 관리, 런닝 등에 신경써야 한다. 그게 좋은 투수로 가는 길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m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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