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QS로 4승째를 거둔 조상우(사진=엠스플뉴스).
데뷔 첫 QS로 4승째를 거둔 조상우(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수원]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는 데뷔 이후 처음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다. 대전고등학교 시절에는 완투를 밥먹듯 하는 에이스였지만 프로에서는 줄곧 불펜으로만 던졌다. 토미존(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돌아온 올 시즌, 조상우는 선발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테스트차 등판한 4월 18일 첫 경기 이후엔 4경기 연속 선발로 등판했다.

조상우는 네 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회를 넘겼고, 3선발승을 챙겼다. 넥센도 조상우가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만하면 꽤 성공적인 선발 변신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첫 4번의 선발 등판 중에 한 번도 6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지 못했다. 5월 5일 SK 상대로 기록한 5.1이닝이 조상우의 최다 이닝이다. 경기 초반 3회까지는 위력적인 피칭을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투구수가 늘어나는 4회 이후엔 고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록으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조상우의 1회 피안타율은 0.083, 2회 0.154, 3회 0.200으로 1회부터 3회까지는 피안타율 0.150으로 수준급이다. 하지만 4회가 되면 조상우의 피안타율은 0.400으로 치솟고 5회에도 피안타율이 0.389로 좋지 않다.

조상우는 첫 4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 5.08이닝을 소화했다. 퀄리티 스타트는 한 차례도 없었다. 퀄리티 스타트만 6번 기록한 최원태, 5번 기록한 신재영-한현희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역시 5회가 문제다. 5일 SK전에선 4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5회 3실점한 뒤 6회 1아웃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3일 삼성전도 3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4회 2점, 5회 1점을 준 뒤 강판됐다.

시즌 다섯 번째 선발 등판인 19일 수원 kt 위즈 전에서도 조상우는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날도 조상우는 3회까지는 훌륭한 피칭을 했다. 2회말 실책 이후 잠시 흔들리며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잘 막아냈다. 3회까지 맞은 안타는 김동욱의 단타 하나뿐. 넥센 타선은 3회초 서건창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서 조상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1-0).

그러나 4회 2사후 김동욱에 패스트볼을 던지다 이날 첫 장타(2루타)를 맞았다. 5회는 더 힘겨웠다. 1사후 박기혁에 던진 패스트볼이 좌익수 뒤쪽 담장까지 가는 2루타가 됐다. 이어진 2사 3루에서 하준호에 던진 포크볼이 우전 적시타로 이어져 1-1 동점을 내줬다.

이어 하준호의 도루로 계속된 2사 2루 실점 위기. 여기서 박경수에 던진 패스트볼이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가 되어 1-2 역전을 허용했다. 유한준의 2루쪽 내야안타로 2사 1, 3루까지 몰린 조상우는 이진영을 3루 땅볼로 잡고 간신히 5회를 마쳤다.

5회까지 조상우의 투구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면, 6회에는 ‘가능성’을 보였다. 타선이 6회초 3점을 뽑아 재역전에 성공한 6회말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경기 초반처럼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지지 못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km/h 초반대에 그쳤다. 하지만 조상우는 앞선 이닝과 달리,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구사해 kt 타자들과 상대했다.

이전 두 타석 모두 패스트볼을 던지다 안타를 맞은 김동욱 상대로 브레이킹볼 2개로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1-2에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 냈다. 장성우 상대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스탠딩 삼진을 잡았다. 심우준에게도 1-2에서 결정구로 커브를 던져 삼진 처리했다. 세 타자 연속 삼진.

데뷔 최다인 6이닝 동안 최다 97구를 던진 조상우는 7회부터 마운드를 오주원에 넘겼다. 넥센은 7회 오주원, 8회 김상수가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뒤 마무리 이보근이 9회를 1실점으로 막아 4-3,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조상우는 선발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아직 프로 무대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조상우다. 긴 이닝을 던지는데 필요한 완급조절과 체력 안배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토미존 수술 이후 회복 중이라는 핸디캡도 있다. 100개 가까운 많은 공을 던지는 게 아직은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조상우는 5번째 선발 등판 만에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며, 선발투수로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5회에 잠시 위기도 맞았지만, 6회부터 패턴을 바꿔 3연속 삼진으로 막아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넥센은 4명의 내국인 선발진이 모두 호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최원태, 신재영, 한현희는 매 경기 6이닝 이상-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로 자리를 굳혀 가는 중이다.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도 첫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앤디 밴헤켄도 언젠가는 제몫을 해줄 투수다. 넥센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은 불펜으로 보직 변경을 해야 한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조상우는 팀내 선발투수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날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넥센 선발투수들의 내부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누굴 선발로 남기고 누굴 불펜으로 돌릴지, 장정석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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