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메이저리그(MLB) 10년 차 베테랑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왜 참지 못했나.

5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이날 대전에선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벤치 클리어링(Bench clearing)이 벌어졌다.

양 팀 선수단은 이날 총 2번 충돌했고, 몸싸움 끝에 삼성 선발 윤성환과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가 퇴장당했다. 선발 투수 2명이 함께 퇴장당한 것은 KBO리그 사상 처음이다.

몸싸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삼성 투수 재크 페트릭과 한화 외야수 정현석도 퇴장 명단에 포함됐다. KBO는 “2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21일 삼성 대 한화전에서 발생한 벤치 클리어링 및 퇴장선수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야누에바는 이날 벤치 클리어링에 앞장서다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파열됐다. 한화 관계자는 “천만다행으로 공을 던지는 쪽 반대 손을 다쳤다. 일단 본인(비야누에바)은 마운드에 오르겠단 의지가 강하다. 다친 부위가 새끼손가락이라 공 던지는 덴 큰 문제가 없다. 23일 정밀 검사 후 다시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야누에바의 행동은 다소 의외였다. 보통 당일 선발 투수들은 벤치 클리어링 시 선수들을 말리기 위해 나서지만, 난투극엔 끼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비야누에바는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가 온몸을 던졌다.

선발 투수 비야누에바는 왜 마운드로 향했나?

온몸을 내던진 비야누에바(사진=한화)
온몸을 내던진 비야누에바(사진=한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 비야누에바가 선발 투수의 기본적인 불문율을 모를 리 없다. 그런 비야누에바가 몸싸움에 끼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군 한화 투수코치는 “보통 선발 투수들은 난투극까진 끼어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같은 나라 선수이자 팀 동료인 윌린 로사리오가 3일 연속 공에 맞아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며 "MLB에선 팀 동료가 맞으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는 게 그들만의 야구 문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사리오는 삼성과의 3연전 내내 사구를 맞았다. 19일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과 20일 9회 사구를 기록했다. 그리고 21일 3회에도 2사 1, 3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윤성환이 던진 공에 맞았다. 분위기가 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화 한 선수는 "삼성과의 3연전 내내 몸에 맞는 볼이 많았다. 특히 비야누에바는 동료들에게 위협구가 날아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 직전, 로사리오가 맞았을 때 선수단 대부분이 이건 '고의'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비야누에바는 평소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에도 팔꿈치 통증으로 한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등판하겠단 뜻을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직접 밝힐 정도였다.

특히 비야누에바는 팀 동료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그 때문인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화 관계자는 “비야누에바에게 첫 번째는 팀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동료다. 그만큼 팀과 선수들 간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며 “성격도 언제나 상냥하고, 스마트하다. 매너가 생활화돼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이 코치는 비야누에바의 희생정신을 높이 샀다. “비야누에바는 MLB에서 10년간 뛴 선수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팀을 위해 행동하는 게 몸에 배 있다. 특히 외국인 선수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한 선수다.” 이 코치의 말이다.

어떤 이유였건, 난투극을 벌인 건 잘못이다. 더군다나 주먹이 오고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화 관계자는 “비야누에바는 자기 불찰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자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언제나 선수 편이었던 비야누에바의 '이색 경력'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비야누에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비야누에바(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시절 뉴욕 메츠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과 함께 선수협의회(MLB Players Association) 공동 대표를 지냈다. 특히 라틴계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된다. 대표부임 이후엔 어떤 모임이든 빠지지 않고 챙겼다는 후문이다.

처음 선수협의회에 참가한 것은 당시 선수였던 크레익 카운셀(현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의 권유였다. 2006년부터 의회에 참가한 비야누에바는 선수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협의회 위원으로 호평받았다.

당시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비야누에바는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선수들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비야누에바는 지난해까지 MLB 선수협의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누구보다 동료애가 강한 선수다. 벤치 클리어링도 마찬가지다. 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비야누에바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그게 MLB식 문화”라고 설명했다.

비야누에바에겐 동료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실제로 눈앞에 동료들이 뒤엉켜 있는데 추후 받게 될 징계부터 걱정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반사적으로 뛰어가는 게 선수들의 본능이다. 이는 벤치 클리어링을 야구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치 클리어링'은 이미 야구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야구계 일부에선 벤치 클리어링 시에 벌어지는 거친 몸싸움과 주먹다짐을 문제시한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단 것이다. 하지만, 때론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도 팀 동료를 보호하고, 동료를 위해 몸을 던지는 동지애 말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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