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정00 감독이 야구부 학생선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국민일보 제작 동영상(사진 캡쳐=엠스플뉴스)
서남대 정00 감독이 야구부 학생선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국민일보 제작 동영상(사진 캡쳐=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칼을 빼 들었다. 최근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남대 야구부 폭행 사건’의 진상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7월 27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남대 야구부 폭행 사건을 대학야구연맹과 합동 조사할 계획"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대 야구부 폭행 사건'은 감독의 선수 구타 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동영상에서 제자를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이는 서남대 정00 감독이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정00 씨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학교엔 이미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는 “정 감독이 서남대를 그만둔 것과 협회 징계는 별개다. 협회는 조사결과와 규정에 따라 정 감독이 사표를 냈어도 징계가 필요할 시 강력하게 징계할 것”이라며 “대한체육회에서도 ' 자세히 조사할 것'을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폭력 지도자, 사안이 중대하다면 '야구계 영구 추방'도 고려"

서남대 야구부(사진=서남대)
서남대 야구부(사진=서남대)

서울 경동고 재학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정 씨는 1992년 연고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프로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3년엔 LG에서 방출됐다. 정 씨는 1994년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의 공개 테스트에 합격해 다시 프로 무대에 돌아왔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1995년 프로 유니폼을 벗었다.

정 씨가 지도자로 변신한 건 2000년부터였다. 서울 배명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정 씨는 서울 경동고 감독을 거쳐 2013년 7월 30일부터 초대 서남대 야구부 감독을 맡아 '폭행 사건'이 터질 때까지 5년간 서남대 야구부를 이끌었다.

경동고 감독 재직 시절 금품 및 향응수수와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 걸린 바 있는 정 씨는 이땐 협회 징계를 따로 받지 않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당시엔 교육청이 감사 결과를 협회에 보내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협회가 비위 지도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지금은 스포츠 단체, 지도자 등의 비리와 비위를 감시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생겨 이 위원회를 통해 교육청으로부터 각종 감사 결과를 받아 징계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남대 폭행 동영상을 참담한 심정으로 봤다는 한 대학 감독은 “같은 대학 감독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영상을 본 뒤론 줄곧 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롭다”며 “다 큰 성인인 대학생들이 저렇게 맞는데, 초·중·고 학생선수들은 오죽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서남대 폭행 사건'은 비단 서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추어 야구계엔 여전히 폭력과 폭언이 '사랑의 매'와 '정신무장용 조언'으로 둔갑한 채 횡행하고 있다.

협회 김응용 회장은 "일부 지도자가 지금도 '학생선수들은 때려야 정신 차린다'는 구시대적 사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 그건 대단히 우려스러운 태도"라며 "협회 차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폭행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된다면 폭행 지도자의 '영구 추방'까지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회 조사가 아마추어 야구계에 뿌리내린 폭력 행위의 단초를 제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 초·중·고·대학교 운동부 폭행, 폭언과 관련해 취재 중입니다. 운동부 지도자·선배·동기나 학교 관계자로부터 폭행, 폭언을 경험했거나 현재 당하고 있다면 dhp1225@mbcplus.com, dinoegg509@mbcplus.com로 제보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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