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군 선수 못지않은 관심과 인기를 받는 경찰청 이대은(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프로야구 1군 선수 못지않은 관심과 인기를 받는 경찰청 이대은(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BO, 900만 원이 아까워 퓨처스리그 경기 중계 취소했나? 아니면 자신들의 치부를 세상에 알린 언론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계 취소 카드를 빼들었나?

Q. 광주에 사는 야구팬입니다. 7월 31일 춘천에서 열린 상무-경찰청의 퓨처스 경기를 보려고 일찍 퇴근해 TV 앞에 앉았는데요. 경찰청은 이대은, 상무는 임지섭이 선발투수로 예정돼 있어 저를 포함해 많은 야구팬이 이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경기 시작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상무-경찰청전이 TV로 중계 방송되지 않더군요. 비로 경기가 취소됐나 알아봤더니 경기는 멀쩡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방송사가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 퓨처스경기를 고의로 외면한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중계방송 공지’까지 띄워놓고서 정작 중계는 외면한 방송사의 처사,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직한 내막을 알고 싶습니다. - 광주 이석현 -

A. 화가 많이 나셨을 줄로 압니다. 7월 31일 춘천 상무-경찰청전은 MBC SPOSRT+에서 생중계로 방송할 예정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방송사에서 중계 공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무-경찰청전은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독자님의 사연을 듣고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017시즌을 앞두고 KBO는 ‘퓨처스리그 경기를 중계할 방송사’를 물색했습니다. 입찰을 거쳐 MBC SPORTS+가 최종 낙찰자가 됐지요.

당시 MBC SPORTS+ 관계자는 “퓨처스리그 경기는 시청률과 수익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관심 증대와 ‘월요일마다 야구 갈증을 호소하는 팬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퓨처스 월요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며 “KBO와 올 시즌 동안 25경기를 의무적으로 중계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이 계약은 MBC SPORTS+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KBO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 소유의 SPOTV 역시 올 시즌 퓨처스리그 25경기를 생중계하기로 계약했지요.

취재 결과 퓨처스리그 경기당 중계료는 9백만 원 후반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중계차 임대, 중계인력 인건비, 망 사용료 등을 고려할 때 9백만 원은 제작비도 충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하네요. 이는 KBO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습니다. KBO 관계자는 “우리도 퓨처스리그 경기를 중계하면 방송사 손해가 더 크다는 걸 안다”면서 “방송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계약엔 몇 가지 단서가 붙기도 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경기 당일 우천 취소’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MBC SPORTS+ 관계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중계방송이 잡혔을 때 경기 당일 우천을 이유로 경기가 취소되면, 그 경기는 중계 경기수 산정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경기 당일 해당 경기가 우천 취소돼도 중계 제작비는 그대로 나온다는 뜻이었습니다. 중계차 임대료와 중계 인력 인건비는 경기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것이기에 해당 조항은 별 무리가 없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 조항이 악용될 땐 사정이 달라집니다. ‘무리수’가 튀어나오는 것이지요. 바로 말씀하신 상무-경찰청이 그랬습니다.

자정을 2시간 앞두고 전화로 전격 경기 중계 취소를 통보한 KBO

돈과 상관없이 중계를 하겠다고 해도 이를 뜯어 말리는 곳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돈과 상관없이 중계를 하겠다고 해도 이를 뜯어 말리는 곳이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7월 31일 춘천 상무-경찰청 중계를 앞두고 MBC SPORTS+는 중계차와 중계인력을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대은과 임지섭이 등판하는 경기라, 야구팬의 관심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중계 예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30일 오후 10시 한 통의 전화가 MBC SPORTS+에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KBO 운영팀 직원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31일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 부득이 경기 중계를 취소한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자정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경기 취소를 통보한 KBO를 향해 방송사는 “경기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KBO는 “비가 많이 내리면 당연히 경기도 취소된다”며 “반대로 강수량이 적으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답을 들려줬습니다.

한마디로 일단 중계부터 취소하고, 경기 진행 여부는 당일 강수량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방송사는 KBO의 통보를 받고, 부득이 모든 중계 준비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바로 31일 중계가 취소된 상무-경찰청전이 이상없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경찰청 선발 이대은은 7.1이닝 동안 7피안타, 14탈삼진을 기록하며 4실점(3자책)을 기록했습니다. 상무 선발 임지섭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습니다.

황대인, 문상철, 노진혁, 박지규(이상 상무)와 박찬도, 정수빈, 배병옥, 이흥련(이상 경찰청) 등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출전하며 경기는 9회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상무-경찰청은 퓨처스리그 최고 라이벌전이라, 양팀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까지 펼치며 팽팽한 긴장감까지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이 모든 긴장과 재미를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KBO, 900만 원 아끼려고 중계 취소했나, 아니면 탐사보도에 대한 보복이었나

KBO가 중계를 취소했지만, 상무-경찰청전은 이상없이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KBO가 중계를 취소했지만, 상무-경찰청전은 이상없이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중계방송이 불발되면서 MBC SPORTS+엔 야구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퓨처스리그를 무시하느냐” “중계 예고까지 하고서 중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13년 연속 프로야구 시청률 1위 방송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다양한 내용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지요.

하지만, MBC SPORTS+는 중계를 하고 싶어도 중계를 할 수 없었습니다. 방송사 관계자는 “돈과 상관없이 중계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KBO에서 중계 취소를 전달해와 우리로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며 “팬들께 이런 내막을 말씀 드릴 수 없어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고 털어놨습니다.

31일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방송사에 전화해 전격적으로 중계 취소를 알린 KBO. KBO 입장에선 900만 원가량을 절약했으니 ‘잘한 결정’이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결정으로 야구팬들은 퓨처스리그 최고 라이벌전을 볼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대은, 임지섭의 투구를 TV와 모바일에서 보고자 서둘러 일과를 마친 야구팬들은 ‘헛품’만 팔아야 했습니다.

한 구단 마케팅 팀장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구팬들의 ‘야구 볼 권리’와 시청권 대신 900만 원을 먼저 고려한 KBO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경제 논리가 통용된다면 방송사도 시청률이 높고, 광고가 잘 붙는 경기만 중계하겠다고 나설 게 분명하다. 실제로 방송사들은 ‘해마다 중계권료는 오르는데 광고는 제자리’라며 ‘비인기 팀의 중계는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울상 짓고 있다. 이런 와중에 KBO가 나서서 경제 논리를 내세운다는 건 방송사에 역습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KBO가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야구계 일부에선 “KBO가 엠스플뉴스 탐사보도에 불만을 품고, MBC SPORTS+에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로 중계를 전격 취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중계 취소를 통보한 부서는 KBO 운영팀입니다. 엠스플뉴스는 최근 KBO의 또 다른 비위건을 취재 중이었습니다. KBO 운영팀이 취재 대상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하지만, MBC SPORTS+ 관계자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뉴스는 뉴스, 중계는 중계”란 말로 KBO의 일방적 중계 취소가 보복성 조치가 아닐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제 전말을 이해하셨나요.

참고로 엠스플뉴스는 앞으로도 KBO의 각종 비위, 비리 문제를 성역없이, 타협없이 탐사취재할 것이며, 야구 농단 비호 세력에 대해서도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MBC SPORTS+ 역시 야구팬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중계방송을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특히나 ‘내일의 1군’을 꿈꾸는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분전을 정성을 다해 중계방송할 계획입니다.

전제는 ‘그 어떤 보복과 압박에도 아랑곳없이’입니다.

지금까지 엠스플뉴스 Mailbag을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 엠스플뉴스 추가 취재 결과 퓨처스리그 경기 중계료는 KBO가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으로 전액 충당됨을 확인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KBO의 의도적 중계 방해가 확인될 시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동희, 강윤기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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