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날개를 펼친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부활의 날개를 펼친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서산]

| 시련의 연속이었다. 끝없는 부상과 아픔. 22세 청년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질곡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청년은 지금 희망의 새벽별을 노래하려 한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 이야기다.

‘어깨 관절와순 손상(SLAP:Superior labrum anterior posterior)’.

한화 투수 김민우의 부상명이다. 어깨 관절와순 손상은 투수에겐 치명적인 부상이다. '팀의 미래'로 불려던 김민우이기에 한화와 한화팬들로선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민우는 지난해 어깨 부상과 사투를 벌였다. 어깨 부상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어깨 상태가 심각하다’는 진단 결과뿐이었다.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장고가 거듭됐고. 결국, 구단과 김민우이 택한 건 ‘재활’ 이었다.

재활은 길고 지루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김민우가 재활에 매달린 사이 입단 동기들은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와 NC 다이노스 구창모의 호투를 보며 김민우는 고갤 떨궈야 했다.

그러나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녁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미는 법. 김민우는 해가 뜰 때까지 참고, 또 참았다. 마운드에 다시 서겠단 일념 하나로.


'이글스의 미래' 김민우, 마운드 위를 날아오르다.

8월 17일 충남 서선 한화 퓨처스구장에서 열린 경찰 야구단과 한화 퓨처스팀의 경기. 5회 말 투수가 교체됐다. 4회를 깔끔하게 막은 배영수가 내려가고, 김민우가 5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김민우는 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등판 가운데 가장 뛰어난 투구였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던 김민우의 결의가 조금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

서산에서 '엠스플뉴스' 취재진과 만난 김민우는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담담하게 그간의 고민과 좌절을 털어놓은 김민우는 "지금은 새로운 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걸 꽤 오랜만에 봤습니다.

어제(17일) 경찰 야구단 경기가 올 시즌 퓨처스리그 3번째 등판이었어요.

속구 최고 구속이 147km/h이었습니다. 재활 과정이 순조로워 보입니다.

속구 구속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어요. 저도 조금 놀랐어요(웃음). 어제는 원하는 코스로 제구가 잘됐어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던졌던 거 같아요. 현재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일단 몸이 아프지 않으니 공을 던질 때 큰 문제가 없어요. 개인적으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좋지 않은 일이 많았습니다. 프로 데뷔 3년 차 투수에겐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는데요.

솔직히 힘들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했죠. 다른 것보다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게 다 제 실수 같았고.

이와 관련해선 언젠가 충격적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입니다. 어쨌거나 힘든 일을 잘 헤치고, 순조롭게 재활을 진행 중인데요.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 생각이 부상 회복에 큰 도움이 됐고요. 지금도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합니다.

잊지 못할 '첫 등판' 그리고 달라진 김민우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와 김범수(사진 맨 오른쪽부터)(사진=한화)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와 김범수(사진 맨 오른쪽부터)(사진=한화)

스프링캠프 때보다 살이 조금 빠진 듯싶습니다.

요즘 그런 소리 듣긴 하는데(웃음). 실제로 체중계에 올라가 보면 몸무게는 그대로예요.

확실히 2015년 데뷔해보다 몸은 더 좋아 보입니다.

아프고 나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부상 방지를 위해 요즘도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있어요. '보강, 마무리, 근육 코어 훈련' 등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런 운동들이 힘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주는 거 같아요.


2015시즌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신인 드래프트' 때가 기억납니까.

(환하게 웃으며) 당연히 기억나죠. 처음에 제 이름이 불렸을 땐 별 느낌이 없었어요.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마산 용마고 김성훈 감독님이 계셨어요. 딱히 칭찬은 하지 않으셨지만(웃음). 감독님이 갑자기 제 손을 딱 잡으시면서 "(김)민우야. 고생했다"고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그때를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김민우가 1군 무대에서 투구하는 장면(사진=한화)
김민우가 1군 무대에서 투구하는 장면(사진=한화)

2015년 4월 1일 1군 데뷔 때가 생생합니다. 고졸 투수치곤 1군 데뷔가 빨라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첫 등판 땐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그때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그 정도로 1군 데뷔 무대 때 부담이 컸어요(웃음).

2015시즌엔 1군 선수단과 줄곧 동행했습니다. 또래 선수들보다 1군 등판 기회도 빨리 찾아왔고.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데뷔 시즌 땐, 1군에 있을 실력이 아니었어요. 어쩌다 보니 운 좋게 기회가 온 거죠. 그때 선배들한테 조언도 많이 듣고, 느끼는 참 많았어요.

'당시 김민우'와 '현재의 김민우', 무엇이 달라졌다고 봅니까.

예전엔 자신감보단 올라가서 '막' 던지기에 바빴어요. 지금은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하고 던집니다. 타자를 쳐다볼 여유가 생겼고요(웃음). 물론 지금도 여전히 긴장합니다. 그럴 때마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걸 빼면 마크게 변한 건 없어요. 전 아직 프로 3년 차 선수에 불과합니다.

김민우, "포기? 반드시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를 것"

김민우의 목표는 간명하다. 1군 무대에 다시 올라 꿈을 던지는 것이다(사진=한화)
김민우의 목표는 간명하다. 1군 무대에 다시 올라 꿈을 던지는 것이다(사진=한화)

큰 부상 이후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스프링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다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귀국하고 말았는데요. 아쉬움이 컸을 듯싶습니다.

병원에선 "한동안 쉬라"고 했어요. 갑자기 힘을 쓰는 바람에 근육이 부어 혈관을 눌렀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아쉬웠지만, 그때도 제겐 확신이 있었습니다.

확신이요?

(고갤 끄덕이며) 네. 다시 시작하면 마운드에 꼭 오를 수 있단 확신 같은 게 있었어요.

스프링캠프에서 부상 당하고서 김민우의 복귀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 몸이 아플 때도 포기하고 싶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복귀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었어요.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를 그날만 꿈꿨죠. 처음부터 남들의 평가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제 역할만 충실히 하면 반드시 꿈은 이뤄질 거라고 수없이 생각했어요.

이제 그 인내가 조금씩 빛을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첫 해 성적만 보면 지금 1군에 있는 젊은 선수들과 비슷해요. 제가 봐도 제 성적은 내세울 만한 게 없어요. 승도 1승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이닝만 조금 많은 정도? 에이스가 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한화팬들이 거는 '영건 김민우'에 대한 기대는 여전합니다. 지금 흐름만 본다면 다음해 1군 마운드 복귀가 확실한 듯한데요.

팬들께서 저를요? 에이, 아닐 겁니다(웃음). 그렇게 평가해주시면 저야 당연히 감사하죠. 팬들께는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인치곤 많은 경기에 등판해서 그런지 팬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화는 현재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기용이 부쩍 느는 추세인데요.

저와 친한 (김)범수가 1군에서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어요. 당당하게 공을 던지는 걸 보니 제 기분도 좋아지더라고요. 내심 부럽기도 했고요(웃음). 많은 선수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오랜 시간, 어둠을 뚫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김민우가 꿈꾸는 야구,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래 목표를 멀리 잡지 않는 편이에요.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에만 집중하죠.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1군 등판'입니다. 일단 그 꿈 먼저 이루고, 그게 이뤄지면 다시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팬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팬들의 성원과 저에 대한 걱정과 기대, 항상 가슴속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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