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좌완 투수 이승관(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좌완 투수 이승관(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 야구가 좋아 프로까지 온 소년이 있다. 이제 소년은 한화 이글스 선수이자, 주황 유니폼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희망'으로 떠오른 이승관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한화의 선택은 분당 야탑고 좌완 투수 이승관이었다.

9월 11일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는 1라운드 4순위로 이승관을 지명했다. 예상치 못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야구 관계자가 여럿 보였다. 그도 그럴 게 한화는 상무 전역을 앞둔 투수 김선기와 장충고 에이스 성동현 등 검증된 선발자원들을 뒤로하고, 올해 처음 투수로 뛴 이승관을 지목했다.

예상치 못한 지명이었지만, 다른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화 선택을 두고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스틸 픽'"이란 평을 내놨다. 이승관의 가치를 한화가 제대로 평가했다는 뜻이었다.

한화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속구 힘이 좋고, 타자를 윽박지를 줄 아는 투수다. 속구 최고 구속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드래프트 좌완 투수 가운데 ‘넘버 원’”이라고 이승관을 칭찬한 뒤 “이승관을 지명한 건 우리 팀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무명(無名) 투수 이승관은 어떻게 드래프트 최대어 가운데 한 명이 된 것일까.

이승관을 바꾼 '클레이튼 커쇼'

한화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한화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승관의 원래 포지션은 외야수다. 야탑고 입학 후에도 줄곧 외야수로 활약했다. 야탑고 김성용 감독은 이승관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했다.

“외야수 가운데 어깨가 가장 좋았어요. 타고난 강견이었죠. 제가 하루는 '투수해보지 않을래?'하고 권유했어요. 처음엔 뿌루퉁하더군요(웃음). 그후엔 더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흥미를 붙이지 못했고요. 중학교 때 팔꿈치를 조금 다쳐서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가을부터 이승관의 자세가 바뀌었다.

“지난해 가을로 기억합니다. (이)승관이가 어느 날부터 투수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몸에 근력이 붙으면서 공 던지는 재미를 알게 된 거죠. 투수 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속구 구속을 재니까 145km/h까지 나왔어요. 많은 프로 스카우트가 제게 '이승관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김 감독의 말이다.

이승관의 투구폼은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비슷하다. 커쇼가 공을 던지는 자세처럼 약간 섰다가 팔을 크게 벌려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이승관에게 '창 던지기' 선수들처럼 팔을 크게 뻗어 던지는 자세를 추천했고, 이승관이 김 감독의 조언을 따르면서 지금의 투구폼이 탄생했다.

(좌) 클레이튼 커쇼 (우) 이승관 (사진=중계화면 캡쳐)
(좌) 클레이튼 커쇼 (우) 이승관 (사진=중계화면 캡쳐)

“처음엔 (이)승관이가 외야수처럼 공을 던졌어요. 투구폼이 굉장히 짧았죠. 동작이 불안하니 변화구나 투구 밸런스가 일정치 않았습니다. 하루는 승관이에게 창을 던지듯이 투구폼을 크게 해서 공을 던져보라고 조언했어요. 본인에게 꽤 잘 맞는 투구폼이었나 봐요. 잘 따라 하더군요. 투구 밸런스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김 감독의 얘기다.

투수 경력이 짧은 이승관은 '손목으로만 공을 던진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다 투구폼에 변화를 준 뒤 광배근이나 경갑골 등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속구 구속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승관은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까진 고민이 많았다. 구속은 구속대로 안나오고, 마운드에선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잘 안되는 부분을 감독님과 상의하다 투구폼을 바꿨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구속이 늘고, 변화구도 더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승관의 장점으로 ‘성장 가능성’을 꼽았다. “승관이의 장점은 투수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단 점입니다. 고교 시절 공을 많이 던지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예요.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정말 좋습니다. 롱런할 수 있는 투수고, 변화구까지 완벽해지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겁니다."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 역시 “이승관은 앞으로 더 좋아질 투수다. 올가을에 관리만 잘해주면 다음 시즌 한화 1군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단점을 굳이 꼽으라면 골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통해 유연성 강화에 초점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관 "이글스인이 된 것에 정말 자긍심을 느낍니다.”

신인투수 이승관과 그의 가족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신인투수 이승관과 그의 가족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승관은 여전히 얼떨떨하기만 하다.

“아직 얼떨떨합니다. 사실 3라운드 이후에나 지명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제 이름이 불리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한화 유니폼을 받아 들곤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라운드 지명은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예요(웃음).”

과거 한화는 신인선수들 사이에서 '절망의 팀'이었다. 한화에 지명되자 통한의 눈물을 흘린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관은 다르다.

“한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투지가 생겨요. 지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팀이 바로 한화입니다. 이글스인이 된 것에 정말 큰 자긍심을 느낍니다.” 이승관의 말이다.

한화는 에이스의 산실로 불린다. KBO리그 최다승(210승) 투수 송진우를 시작으로 정민철, 한용덕, 이상군, 류현진 등 당대 최고의 투수를 키워냈다.

“위대한 선배님들을 떠올리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설레는 감정도 느끼고, '나도 선배님들처럼 잘해야 하는데'하는 걱정 비슷한 게 들기도 해요. 일단 부딪혀 볼 생각이에요. 프로에서 모든 걸 이겨내고, 살아남는다면 제게도 분명 노력의 대가가 찾아오리라 봅니다."

이승관의 롤모델은 투수가 아닌 타자다. 한화 정근우를 좋아한다는 이승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투수는 커쇼를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닮고 싶은 선수는 정근우 선배입니다. 제가 투수이긴 하지만, 정근우 선배의 투지와 특유의 끈질긴 승부욕, 뜨거운 열정을 꼭 배우고 싶어요. 제가 추구하는 야구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제 막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 투수 이승관. 그의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그가 마침내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는 것이다.

“사실 중학교 때까진 제가 프로야구 선수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어요. 네, 꿈을 이뤘습니다. 프로 첫해 목표요? 무조건 신인왕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신인왕을 노리겠지만, 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두산 베어스 투수 장원준 선수처럼 정말 꾸준한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승관이 장원준처럼 꾸준한 투수가 된다면 한화 역시 꾸준히 상위권을 노리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간만에 당찬 신인이 등장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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