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은 5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와 마주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사직구장은 5년 만에 다시 가을 야구와 마주할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벌써 가을이다. 치열했던 여름이 가고 포스트 시즌을 알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야구의 윤곽도 어느 정도 가려졌다. 가을과 마주한 감독들의 다양한 생각을 엠스플뉴스가 들었다.

‘144경기의 긴 레이스’가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를 제외하면 각 팀별로10경기 채 남지 않은 상황.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팀은 SK 와이번스(140경기)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다(139경기). 반면, 가장 적은 경기를 소화한 팀은 LG 트윈스다(133경기). LG는 리그 최고의 투수력(펑균자책 4.22)을 앞세워 잔여 경기 대반전을 노린다.

상위권 팀이라고 안심할 순 없다. KBO리그 1위 팀 KIA와 2위 두산 베어스의 경기 차는 2.5경기. 후반기 승률 1위(0.698) 두산이 뒷심을 발휘한다면 한국시리즈 직행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쫓기는 건 KIA뿐만이 아니다. 3위 NC 다이노스는 4위 롯데에 1경기 차로 추격당했다. NC가 남은 경기(2경기)에선 앞서지만, 방심할 수 없다. 롯데는 남은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해도 최소 5위는 확보하게 된다.

이제 남은 건 '5위' 자리다. 9월 20일 기준 리그 5위는 SK다. 6위 LG와는 2.5경기, 7위 넥센 히어로즈완 3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다. 3팀 모두 남은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가을 야구가 임박한 7개 팀 감독들 모두 초긴장 상태다. KIA 김기태 감독은 “1위 자리도 참 쉽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을 야구에 도전하는 감독들의 속마음과 비책(祕策)은 무엇일까.

'쫓는 자' 롯데와 '쫓기는 자' NC

3위 자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

올 시즌 NC를 잡겠다던 이대호의 시즌 개막 전, 공약은 현실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올 시즌 NC를 잡겠다던 이대호의 시즌 개막 전, 공약은 현실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올 시즌 '롯데'는 팀 역사를 다시 썼다.

롯데는 9월 20일 기준 75승 2무 62패로 리그 4위에 올라있다. 75승은 1999년에 나온 팀 역대 최다 승과 타이기록이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34승 1무 18패로 리그 2위. 후반기 상승세를 바탕으로 가을 야구행을 사실상 확정 지은 롯데다.

'거인 군단'의 진격은 계속 된다. 롯데는 9월 19일 두산전에서 패했지만, 3위 NC와 1경기 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NC는 점점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후반기 들어선 선발진(평균자책 5.40)마저 흔들리며 졸전을 거듭했다.

롯데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원래 ‘쫓기는 자’보단 ‘쫓는 자’가 마음 편한 법이다. 여기다 처음부터 3위 자리에 집착하지 않았던 롯데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3위 자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높은 순위에 집착하면 정상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다. 부상이나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현재 컨디션을 유지하는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또 한 번 용단을 내렸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체력 안배를 위해 예정돼 있던 선발 등판을 취소시킨 것이다. 3위 탈환에 욕심이 컸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세웅이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선발 등판을 거른 적이 없습니다. 코칭스태프가 판단했을 때, 조금 지쳐있는 것 같아 휴식을 줬어요.” 조 감독의 말이다.

그렇다고 3위 탈환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다. 조 감독은 “16일 NC와 넥센의 연장 혈투를 끝까지 지켜봤다”며 “꾸준히 따라가다보면 순위는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간 NC는 ‘롯데 천적’으로 통했다. 지난 시즌엔 롯데를 상대로 16경기에서 15승 1패를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엔 6승 9패로 3년 만에 우세 시즌을 내주고 말았다. NC의 3위 자리가 위태로운 이유다.

NC에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이다. 후반기 들어 젊은 투수들이 일제히 난조를 보였다. 7월 18일부터 9월 19일까지 선발로 나섰던 구창모(평균자책 5.53), 장현식(5.69), 이재학(5.04), 강윤구(6.14) 등은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여기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4.85)과 에릭 해커(5.57)마저 무너졌다.

NC 관계자는 큰 문제 될 건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팀이 큰 위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팀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경험이 풍부합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그 경험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NC 관계자의 말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적어도 비싼 돈을 들여 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프로다운 경기로 보답해야 한다”며 3위 수성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SK·LG·넥센, 마지막 '5위 자리'의 주인공은 누구?

'내게 안녕이라 말하고, 멀어져 간 롯데여'(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내게 안녕이라 말하고, 멀어져 간 롯데여'(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SK는 5위 경쟁에서 가장 앞선 팀이다. 그래서인지 SK 트레이 힐만 감독도 남은 시즌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달라진 SK 선발진을 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의 호투까지 더해져 '원, 투 펀치'가 완성됐다. '영종도 잠수함' 박종훈도 데뷔 첫 10승에 성공했다.

힐만 감독은 “가장 안심이 되는 건 선발 투수 켈리와 박종훈, 이아몬드의 마인드다. 시즌 막판 마운드에서 긴장할 법도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세 투수 모두 부담을 내려놓고 편하게 경기에 임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활약이 유지된다면 팀 전체가 안정권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SK는 남은 경기에서 세 투수 모두 등판 시킬 예정이다. 힐만 감독도 “좋은 분위기는 팀에 전염된다. 우리 선발진이 지금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LG 양상문 감독은 남은 경기 필승(必勝)을 다짐했다. 더는 피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단 점은 LG만의 장점이다.

“잔여 경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남은 경기를 살펴보면 순위 경쟁권 팀들과의 경기가 많지 않아요. 물론 그런 걸 의식하기보단 남은 경기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감독의 말이다.

평소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대비책도 이미 마련돼 있다. 양 감독은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7일까지 5위 자리를 유지했던 넥센은 갑작스런 투수진 난조로 리그 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가을 야구와 멀어진 상황이다.

'초보 감독' 장정석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솔직히 9월에 많이 이겼어야 했는데. 잡아야 할 경기를 너무 많이 놓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장 감독의 얘기다.

올 시즌은 막판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 상위권 팀들도 쉬어가는 경기가 없을 정도였다. 하위권 팀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을 야구와 멀어진 팀들은 젊은 선수 위주의 라인업으로 부담없이 경기에 나섰다. 갈 길 바쁜 넥센엔 악재 아닌 악재였다.

장 감독은 “우리처럼 순위경쟁에 치열한 팀들은 긴장한 채로 경기하는데 하위권 팀들은 오히려 편안하게 경기하더라.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가려지게 마련이다. 누군가에겐 슬픔이, 또 누군가에겐 환희가 따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치열한 순위 경쟁에 야구팬들은 호재를 맞았단 것이다. 가을은 이미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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