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8일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상벌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3월 28일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상벌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경기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에게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이번에도 엄중 경고다. KBO의 ‘임창용 엄중 경고’는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운영팀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확인됐다. 특히나 KBO는 어떤 기준에 따라 엄중 경고를 결정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O가 상벌위를 거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엄중 경고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 14일에도 KBO는 상벌위 개최를 생략한 채 김풍기 심판위원장에게 ‘엄중 경고’라는 말뿐인 징계를 내렸다.

당시 김 심판위원장은 “시즌 전, 심판진이 모여 ‘배트에 공이 두 번 맞는 것도 비디오판독 대상에 넣자’고 포괄적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동료 심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고백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술 더 떠 나광남 심판은 “시즌 전, 심판뿐만 아니라 규칙위원들과도 모여 '배트 투 터치'를 비디오판독 대상에 넣기로 했다”며 새로운 ‘포괄적 합의자’로 규칙위원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역시 규칙위원 대부분이 “처음 듣는 소리”라고 부인하면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청렴, 정직, 공정성이 생명인 심판들이 ‘거짓말 퍼레이드’를 벌였음에도 KBO는 이들을 상벌위에 회부하지 않았다. 대신 ‘엄중 경고’라는 전혀 엄중하지 않은 징계만을 내렸다. 이때도 KBO는 왜 엄중 경고를 내렸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KBO가 상벌위를 열지 않는 이유

KBO 야구회관(사진=엠스플뉴스)
KBO 야구회관(사진=엠스플뉴스)

일반적으로 KBO의 징계와 제재는 상벌위 회의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KBO는 상벌위 개최를 건너뛴 채 자의적인 엄중 경고만을 남발하고 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과 임창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어째서 KBO는 상벌위를 열지 않는 것일까.

KBO의 한 관계자는 “‘최규순 사건’ 여파로 상벌위의 정상 가동이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규순 사건’을 상벌위가 유야무야 덮은 게 아니냐는 비난이 많았다. 그렇게 덮어서 결국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 이유에선지 일부 상벌위원은 KBO에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상태다. 무엇보다 최규순 사건을 직접 다룬 모 상벌위원의 경우 본인이 최규순에게 돈을 송금해준 것 때문에 검찰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벌위를 개최한다손 쳐도 누가 상벌위 징계 결과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최규순 사건 여파로 상벌위 개최가 어렵다는 KBO 주장과 관련해 한 구단 관계자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구단 관계자는 “최규순 사건 여파로 상벌위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몇몇 상벌위원이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상벌위를 새로 구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KBO는 새 상벌위 구성에 일체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KBO 입장에선 거추장스러운 상벌위를 두는 것보단 자신들이 바로바로 징계를 내리는 지금의 시스템이 더 마음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벌위 소집을 생략하면서 KBO는 부담 없이 ‘엄중 경고’를 남발하고 있다.

이런 KBO의 행태에 대해 한 원로 야구인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과 사무국은 문제가 터지면 원칙에 의거해 엄정하게 처리하고, 언론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의혹이 생길 여지가 거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면 KBO는 어떤가. 무슨 일만 터지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바쁘다. 언론 보도가 나가야 바삐 움직이는 척한다. 하지만, 결론은 아무 실효성 없는 ‘엄중 경고’뿐이다. KBO에 대한 야구계와 팬들의 불신은 KBO가 자초한 결과다.”

덧붙여 이 원로 야구인은 “KBO가 이토록 뻔뻔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엔 10개 구단 수뇌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묵인이 있기 때문”이라며 “KBO가 엄중 경고를 남발하면 할수록 결국 구단만 이익인 지금의 현실에선 KBO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개탄했다.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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