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마무리 임창민을 비롯한 불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NC 마무리 임창민을 비롯한 불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지난 한 주간 6경기 77실점으로 마운드 붕괴를 겪은 NC 다이노스. 결국 김경문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불펜 보직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6경기 77실점.
지난 한 주(9월 12~17일) 동안 NC 다이노스 마운드가 남긴 기록이다. 77점은 한화 이글스 배영수가 시즌 23경기 115.1이닝 동안 내준 것과 같은 점수다. NC는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으로 이 부문 불명예 신기록(종전 4경기)도 작성했다. 그야말로 마운드가 ‘거덜 난’ 한 주를 보낸 NC다.
선발투수진이 6경기 23이닝 43실점(ERA 14.87)으로 크게 무너졌다. 에릭 해커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제프 맨쉽마저 4이닝 9실점으로 난타당한 가운데, 이재학-장현식-구창모 등 국내 선발들도 채 5회를 버티지 못했다. 여기다 철옹성 같던 불펜마저 35이닝 동안 34실점(ERA 8.49)으로 녹아내렸다.
경기 후반 다 잡은 승리를 날린 것도 여러 차례. 12일 두산전에선 13-8로 앞선 8회초 대거 6실점 해 13-14 역전패를 당했다. 원종현이 등판해 주자 두 명을 쌓고 강윤구가 올라와 홈런을 맞고 3실점. 이어 마무리 임창민을 투입했지만 역시 안타와 볼넷에 홈런을 얻어맞고 3실점 해 패전투수가 됐다.
14일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10-8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임창민을 투입했지만, 볼넷과 내야안타에 이어 다린 러프에 2타점 2루타를 맞고 10-10 동점을 내줬다. 결국 연장까지 간 경기는 11-11 무승부로 끝났다.
임창민은 16일 넥센전에서도 14-10으로 앞선 9회초 올라왔지만 볼넷과 2루타를 허용한 뒤 교체됐다. 경기는 연장 10회 혈투 끝에 15-14로 NC가 이기긴 했지만, 좀 더 일찍 끝낼 수 있는 경기였단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경문 감독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지난 시즌 막판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은 이민호. 그러나 올해 구위는 지난해만큼 압도적이지 않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 시즌 막판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은 이민호. 그러나 올해 구위는 지난해만큼 압도적이지 않다(사진=엠스플뉴스)

투수진의 부진 속에 악몽 같은 한 주를 보낸 NC 코칭스태프는 정규시즌 잔여 경기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NC 김경문 감독은 17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불펜 투수진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감독은 “팀을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된 것 같다”며 “마무리 투수 임창민을 당분간 좀 더 편한 상황에서, 앞쪽에서 기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한 주 세 번 등판해 모두 구원 실패한 임창민의 보직을 변경해 부담을 줄여 주겠단 얘기다.
김 감독은 “(임)창민이 그동안 정말 마무리로 역할을 잘 해줬다. 특히 20세이브를 할 때까지는 구위가 정말 좋았다”면서도 “최근에는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8월까지 평균 143~4km/h대를 유지하던 임창민의 속구 구속은 9월 들어 140km/h 초반대로 떨어졌다. 16일 경기에선 평균 139.9km/h에 그쳤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잇단 구원 실패로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임창민은 지난해에도 전반기(ERA 1.19)보다 후반기(ERA 4.18)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NC는 시즌 막판 이민호, 원종현 등을 교대로 마무리로 투입해 임창민의 부담을 덜어줬다. 구위를 회복한 임창민은 포스트시즌부터 다시 마무리 투수로 복귀해 좋은 투구를 펼쳤다.
문제는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임창민을 대신해 기용할 마무리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엔 이민호와 원종현의 후반기 구위가 워낙 뛰어나, 누굴 마무리로 기용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민호의 경우엔 김경문 감독이 올 시즌 마무리 투수 기용을 검토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그러나 올해는 임창민뿐만 아니라 불펜 필승조 전원의 시즌 후반 페이스가 좋지 않은 상태다. 12일 두산전 대역전패는 임창민이 아닌 원종현의 구원 실패에서 시작됐다. 원종현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정규시즌 많은 투구의 여파로 후반기 ERA 7.43의 부진을 겪고 있다.
이민호 역시 시즌 내내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향한 뒤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등판하는 경기마다 오르내림이 심하다. ‘10승 투수’ 김진성도 9월 들어 ERA 4.63으로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다.
NC 불펜의 최근 부진을 전반기 무리한 등판이 가져온 여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원종현은 42경기에 나와 53이닝을 던졌고 김진성도 40경기 51.1이닝을 투구했다. 한화 송창식(45경기 55이닝)에 이은 전반기 불펜투수 최다이닝 2, 3위 기록이다.
이민호도 전반기 불펜과 선발 합쳐 50이닝을 던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4.56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친 선발투수진의 부담을 고스란히 불펜이 뒤집어써야 했다. 후반기 들어 선발진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평균 5.19이닝), 여전히 NC 불펜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195.2)을 책임지는 부담을 안고 있다. 후반기 페이스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으로 무너진 NC 마운드는 18일과 19일 이틀간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 기간을 가졌다. NC는 22일 이후 해커가 1군에 복귀하면 선발진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이제부턴 한 주에 2~3경기씩만 치른다. 선발 운용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녹아내린 불펜의 원상복구다. 많은 투구로 페이스가 떨어지고, 잇단 구원 실패 충격을 겪은 불펜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제가 남았다. 일단 NC는 마무리를 포함한 불펜 자리이동으로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시즌 내내 리그 최강 자리를 지킨 NC 불펜이 정규시즌 종료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배지헌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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