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LG 트윈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찾은 황재균(사진=조미예 기자)
올해 초 LG 트윈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찾은 황재균(사진=조미예 기자)

[엠스플뉴스]

| '황재균과 접촉' 보도에 "우리도 상식이 있다"고 항변한 LG 송구홍 단장. 그러나 황재균과 만나 계약 논의 주고받은 것은 확인된 사실, 전력 보강은 구단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 과연 LG가 말하는 '상식'은 무엇일까.

“우리도 상식이 있지 않겠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다. 여기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벌써 FA 선수 영입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는 게 말이나 되겠느냐.”

9월 21일, LG 트윈스 송구홍 단장이 ‘황재균 접촉설’에 대해 한 언론을 통해 내놓은 해명이다. 엠스플뉴스는 앞서 20일 ‘황재균 만남’ LG “꼭 필요한 선수, 계약 논의는 아직…”이란 제목의 기사로 황재균과 LG 송구홍 단장의 계약 논의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송 단장은 이에 대해 ‘시즌 중에 FA 선수와 협상하는 건 비상식적’이란 논리로 반박에 나선 모양새다. 또 황재균과 만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거짓 해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엠스플뉴스’가 확인한 결과, 송 단장의 해명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이다. 송 단장은 이미 황재균 관련 수차례 말을 바꿨다.

처음엔 ‘잘 모른다. 우연히라도 절대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엔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말 바꾸기를 했고, 결국엔 김광환 홍보팀장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송 단장은 마치 ‘최순실을 모른다’던 청문회 증인처럼 현란한 말 바꾸기 솜씨를 발휘해 보였다.

‘우연히 마주쳤다’는 송 단장의 해명도 거짓말이다. 황재균 본인의 말로 반박할 수 있다. 12일 잠실구장에 나타난 황재균은 LG 클럽하우스로 향하면서 취재진에게 “송구홍 단장을 만나고 갈 계획”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런 만남이 ‘우연’이라면, 오늘 대구에서 LG가 삼성 윤성환과 만나 상대하는 것도 우연이다.

무엇보다 LG는 황재균의 에이전트인 GSI 이한길 대표가 17일 잠실구장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전혀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황재균 에이전트의 잠실 방문에 대한 엠스플뉴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력 보강은 구단의 의무, FA 선수 접촉이 '죄'인가?

올해 초 LG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황재균이 박용택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사진=조미예 기자)
올해 초 LG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황재균이 박용택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사진=조미예 기자)

송구홍 단장은 “우리도 상식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사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다’는 송 단장의 발언이야말로 비상식 그 자체다. 구단 프런트의 의무와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 구단 운영 총책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다.

전력 보강은 구단 프런트의 의무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정상적인 프런트는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스토브리그 기간은 물론 시즌 중에도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늘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게 프런트가 할 일이다. 선수단이 가을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프런트는 항상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위치다.

구단 프런트는 정규시즌 중에도 꾸준히 아마추어 선수들을 체크하고, 국외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 대상자를 물색하고, 다른 구단 2군을 돌아보며 팀 전력을 강화할 방법을 찾는다. 팀에서 FA로 빠져나갈 선수와 계약할 선수를 분류하고, 예상 FA 리스트를 추려 영입 작업을 준비하는 것도 프런트의 일이다.’

송 단장 말대로라면 ‘시즌이 끝나지도 않아서 집중하기 바쁜데’ 당장 올 시즌과 무관한 신인 드래프트는 왜 참여하고, 2차 드래프트 준비는 뭣 하러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게 비상식이라면, 당장 1군 경기 지원 외에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구단 전 직원이 1군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는 게 상식인가?

지방구단 핵심 관계자는 “스토브리그 기간 외부 영입은 하루아침에 덜컥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전부터 꾸준하게 교감하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탬퍼링 방지’를 위한 원소속팀 우선협상 기간 제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황재균은 완전 FA 신분이라, LG가 접촉하는 데 아무런 절차상 문제도 없다. 관심이 있는 구단이라면 지금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 협상을 시작하는 게 상식적이다.

LG의 황재균 접촉 사실이 보도된 뒤, 다른 구단 관계자 사이에선 “LG가 부럽다”라거나 “부지런히 움직인다”며 칭찬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LG 팬들 역시 대부분 ‘LG가 전력 보강 의지를 보여준다’며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하지만 송 단장은 이를 스스로 ‘비상식’으로 격하했다.

진짜 비상식은 구단이 당연히 할 일을 해놓고도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거짓말로 감추는 것이다. LG 구단은 지난 6월 신인 1차 지명 당시 엠스플뉴스가 “LG가 덕수고 양창섭이 아닌 선린인고 김영준을 지명할 것”이라 보도하자, 내부 정보원 색출에 나선 바 있다. 희극적이게도 그 정보를 제공한 이는 LG가 아닌 다른 구단 인사였다.

구단 관계자가 최규순에게 돈이라도 줬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아선 안 될 선수를 지명하기라도 했나? 소속 선수가 승부 조작으로 소환조사라도 받았나? 그런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꽁꽁 감추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심히 싸우는 LG 선수단,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열심히 싸우는 선수단을 위해 제임스 로니를 영입한 LG 구단. 로니와 LG의 인연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열심히 싸우는 선수단을 위해 제임스 로니를 영입한 LG 구단. 로니와 LG의 인연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송구홍 단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LG 김광환 홍보팀장도 본지 기자에게 “지금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한데 이러는 이유가 뭐냐”며 마치 언론이 ‘구단 흔들기’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데 정작 열심히 싸우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흔드는 세력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 퇴출건이 대표적이다. 로니 영입 당시 일각에선 “올해 로니의 실전경험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현장에선 루이스 히메네스의 복귀를 기대하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송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강한 의지로 로니 영입이 성사됐다. 역설적으로 로니가 한 달 만에 팀을 떠나면서, 가장 큰 피해는 ‘열심히 싸우는’ 코치진과 선수단이 떠안게 됐다. 로니 영입 당시 ‘내가 주도했다’던 송 단장과 구단 관계자는, 로니가 퇴출당하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야구계에선 “LG 구단이 계약 마지막 해인 양상문 감독을 도와주긴커녕, 오히려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단 안팎에서 ‘차기 감독설’이 나돌고 있지만, 구단은 이를 진화하려는 어떤 말이나 제스처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된 코치와 공개된 장소에서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소문에 부채질하는 중이다.

다른 구단 감독은 “LG가 지금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양 감독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대외적으로 광고하는 듯하다”며 “감독의 지위가 굳건하지 않으면,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선수들이다. 그때부터는 팀이 가라앉는 건 순식간”이라고 질타했다.

송 단장 말대로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다. 여기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열심히 싸우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방해하고, 사기를 꺾고, 팀 전력을 떨어뜨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송 단장과 LG 구단이다. “우리도 상식이 있다”는 송 단장의 항변을 보며, 상식이란 말을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취재 후+

LG 송구홍 단장의 거짓 해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엠스플뉴스가 차우찬 FA 영입 관련 단독 보도를 내놨을 때도, 송 단장은 '사실무근'이라 부인했지만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차우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총액을 놓고도 엠스플뉴스는 95억원이 아닌 110억원이라고 단독 보도를 내놓았고, 송 단장은 '하늘이 두 쪽나도 95억'이라 부인했으나 결국은 엠스플뉴스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미 멀쩡한 하늘을 두 쪽 낸 송 단장이 황재균 영입 관련해서 무너진 '상식'을 어떻게 복원할지 궁금하다.

배지헌, 강윤기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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