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을 야구의 열쇠를 쥔 '안방마님'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롯데 가을 야구의 열쇠를 쥔 '안방마님'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부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NC 다이노스가 먼저 웃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승부처마다 실수를 연발하며 팀 패배를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자책할 시간은 없다. 지금 '거인 군단'엔 강민호가 필요하다.

10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날 경기는 연장 11회 7점을 몰아친 NC가 롯데를 9대 2로 제압하며 끝났다. 롯데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8회 박헌도의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며 롯데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박진형-조정훈-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대량 실점에 실망한 부산 팬들은 구장 안으로 소주병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라운드 안에 던져진 소주병 하나가 이날 부산 팬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한 선수는 평생 잊지 못할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바로 강민호였다.

'부진' 강민호, 타격-수비 모두 흔들렸다.

고개 숙인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고개 숙인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이날 팬들이 실망한 건 경기 결과뿐만이 아니었다. 그토록 믿었던 ‘롯데 안방마님’ 강민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쏟아냈다. 경기 후, 롯데 조원우 감독은 “연장 11회에 (강)민호가 공을 놓친 부분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타석에서도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경기 시작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결국 땅볼 3개와 삼진 2개만을 기록했다. 5번 타자 강민호의 부진은 롯데 공격력엔 치명타였다.

NC 선발투수 해커는 ‘천적’ 이대호를 상대로 '맞춤 전략'을 구사했다. 체인지업 위주의 낮은 코스 공략으로 이대호의 장타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반면, 올 시즌 NC전에서 타율 0.186로 처참했던 강민호를 상대론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해커는 이대호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이대호에겐 단타 2개를 허용했을 뿐이다. 대신 후속 타자 강민호를 상대론 탈삼진 2개를 기록했다. 모두 이대호가 루상에 나가 있던 상황이었다. 강민호가 두 번의 삼진으로 물러나며 롯데 공격 흐름은 끊기고, 말았다.

연장 11회. 무사 2루에서 박시영의 낮게 깔린 공을 블로킹하지 못하고, 뒤로 빠뜨린 강민호.
연장 11회. 무사 2루에서 박시영의 낮게 깔린 공을 블로킹하지 못하고, 뒤로 빠뜨린 강민호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장시환이 던진 공을 놓친 강민호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장시환이 던진 공을 놓친 강민호

수비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연장 11회 강민호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이날 승부를 갈랐다. 여기다 강민호는 NC의 빠른 발을 막는데 실패하며 도루 4개를 내줬다.

특명: 강민호, 주전 포수의 부담감을 이겨내라

'거인이여 다시 일어서라'(사진=엠스플뉴스)
'거인이여 다시 일어서라'(사진=엠스플뉴스)

“저만 잘하면 됩니다.”

10월 7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강민호가 한 말이다. 5년 만에 다시 선 가을야구 무대. 부산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강민호라고 모를 리 없었다.

강민호는 경기 전부터 9이닝을 혼자 버텨야 한단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실제로 롯데엔 백업 포수가 마땅치 않다. 후반기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까닭에 강민호를 마음 편히 쉬게 할 수 없었다. 팀백업포수로 김사훈, 나종덕 등이 있지만, 강민호의 자리를 대신하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롯데 장재중 배터리 코치는 “(강)민호는 대체할 수 없는 포수다. 올 시즌도 민호가 없었다면 팀 운용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백업 포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민호를 대신할 순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강민호는 잦은 부상에도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손목이 다쳐도, 무릎이 좋지 않아도 포수 마스크를 썼다. 부산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몸은 쓰러질지언정 후배 포수들을 다독이고, 투수들에게 격려하는 일엔 소홀함이 없었다.

강민호는 투수들 사이에선 ‘유일신’으로 통한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올 시즌 인터뷰 때마다 강민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강민호 선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늘 감사하다.”

베테랑 송승준도 “민호 덕분에 올 시즌 다시 재기할 있었다"며 강민호를 "좋은 후배이자 든든한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올 시즌 강민호는 130경기에 출전해 포수로만 497타석에 들어섰다. KBO리그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타석이었다. 그리고 리그 포수 중 가장 많은 홈런(22홈런)을 기록했다. 그 어떤 포수보다 노력했고, 좋은 기록을 남겼다.

부산에서 강민호는 곧 ‘롯데’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승패가 바뀐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살아나야 할 이유다. 비록 1승을 내줬지만, 아직 4경기가 남아있다. 결국, 롯데가 승리하려면 강민호가 필요하다.

‘홈플레이트 위의 지배자’ 강민호의 어깨에 롯데 가을야구 향방이 달려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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