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송승준(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 투수 송승준(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준플레이오프 3차전. 베테랑 투수 송승준이 선발 등판한다. 5년 만에 다시 나선 가을 야구. 송승준은 ‘후회없이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겠다’고 다짐했다. 호빵맨의 가을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승 5패 평균자책 6.63’.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의 포스트시즌 성적이다. KBO리그 통산 104승 1527.2이닝을 소화한 송승준에겐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가을 야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에게도 쉽지 않은 무대였다.

송승준에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10월 11일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게 된 것. 롯데 조원우 감독은 ‘안경 에이스’ 박세웅 대신 경험 많은 송승준을 3차전에 내세웠다. 젊은 패기보단 베테랑의 관록을 선택했다.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준PO. 이미 1승씩을 나누어 가진 양 팀에게 3차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NC도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을 선발투수로 예고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송승준은 올 시즌 NC전에 강했다. 불펜으로 5이닝 소화해 평균자책 3.60을 기록했다. 특히 NC 중심타자 나성범에게 강했다(18타수 3안타). 송승준에게 NC는 나쁘지 않은 상대다.

3차전 선발투수 송승준에게 NC전 출사표를 묻자 “출사표? 그런 건 없다. 정규시즌 가운데 1경기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던질 계획”이라며 “2차전처럼 팽팽한 승부로 끌고 가는 게 내 목표”라고 다짐했다.


송승“올해 가을 야구는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임할 것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서는 송승준. 그의 가을은 지금 막 시작됐다(사진=롯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나서는 송승준. 그의 가을은 지금 막 시작됐다(사진=롯데)

혈투 끝에 1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가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첫 경기를 내주고, 선수들에게 ‘이제 한 경기 졌을 뿐이다. 개의치 말고 집중하자’고 말했는데 다행히 2차전을 잡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저희 팀엔 천만다행이죠.

팀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이전 포스트시즌보다 더 좋은 듯해요.

분위기는 정말 좋습니다. 이제 관건은 3, 4차전을 어떻게 치르냐는 거겠죠. 3차전부턴 원정 경기로 펼쳐집니다. NC 홈 관중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됩니다. 최대한 상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야구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1차전 패배 이후 후배들을 다독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후배들에겐 선배들의 격려는 큰 힘이 됐을 듯합니다.

저도 포스트시즌 첫 등판(2008년 준PO 1차전 삼성 라이온즈전 2.2이닝 6실점)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잔뜩 긴장해서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형들이 괜찮다며 위로해주는거예요.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때 한 선배가 ‘다 이렇게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말해주셨어요. 당ㅅ 생각도 났고, 저 또한 후배들에게 그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미국 시절엔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싱글A에서 우승을 경험해봤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가을 야구와는 비교 자체가 힘들죠.

그렇다면 KBO리그 포스트시즌 첫 등판은 어떠셨나요. 흔히 ‘셀레임’에 밤잠을 못 이뤘다고 합니다.

저도 물론 그랬죠(웃음). 그땐 밤에 잠도 못 자고,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요?

그간 가을 야구에서 보여준 것도 없고, 더 내려갈 곳도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젠 팬들에게 뭔가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정말 신기한 게 올핸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합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겠습니다.


'나성범 킬러’ 송승준, “이전 결과보단 내 야구에 집중할 것

송승준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후배들도 송승준을 신뢰하고 따른다. 올 시즌 불펜으로 포지션을 옮긴 박진형은 “(송)승준이 형은 제 투수 인생의 교과서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사진=롯데)
송승준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후배들도 송승준을 신뢰하고 따른다. 올 시즌 불펜으로 포지션을 옮긴 박진형은 “(송)승준이 형은 제 투수 인생의 교과서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사진=롯데)

많은 선수가 송승준을 ‘야구 교과서 혹은 ‘인생 멘토’라고 부릅니다. 후배들의 가을 야구 문의가 많을 듯해요.

보통 가을 야구는 어떻냐 떨리지 않느냐등을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양 팀 선수 모두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에요. 신인, 베테랑 할 것 없이 모두 긴장합니다. 그게 가을 야구아닐까요. 평정심을 잃지 않고, 평소처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젠 팀 내에서 ‘최고 선임’이 됐습니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사뭇 궁금합니다.

생각을 단순화 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겁니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내일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쏟아 붓잔 각오예요. 지금부턴 앞을 내다볼 겨를이 없습니다.


상대가 하필이면 지난 시즌 롯데에 참패를 안긴 NC예요. 두 팀은 서로 사연이 참 많은 구단입니다. 이젠 지역 라이벌이란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단 부담감이 생길 법도 합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제겐 수많은 경기 가운데 한 경기일 뿐이에요. 그런 부담감보단 제 자신을 컨트롤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동안 NC를 대표하는 타자 나성범에게 아주 강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단기전에서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그런 기록을 잘 모르고 던지는 경우가 많아요. 3차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긴장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투구에 임할 것입니다. 경기 초반 대량실점하지 않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가을이 될지도 모릅니다.

올 시즌 늘 마지막이란 각오로 공을 던졌습니다. 3차전도 마찬가지예요.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제 몫을 다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부산 팬들을 위해 정말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 오겠습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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