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가을 해결사' 재비어 스크럭스(사진=NC)
NC 다이노스 '가을 해결사' 재비어 스크럭스(사진=NC)

[엠스플뉴스]

l NC 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가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스크럭스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쾅!’

NC 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가 때려낸 공이 경쾌한 소리과 함께 잠실야구장 왼쪽 하늘을 갈랐다. 빨랫줄처럼 날아간 타구는 잠실야구장 좌측 외야석 하단에 꽂혔다.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 36.1이닝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보유한 ‘가을의 전설’ 더스틴 니퍼트를 완전히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스크럭스가 그린 아름다운 아치는 KBO리그 플레이오프에서 6,579일 만에 터진 만루 홈런이기도 했다.

*스크럭스의 만루홈런은 플레이오프 역사상 3번째, 종전 만루홈런은 1999년 10월 13일 한화 이글스 장종훈이 기록한 바 있다.

‘전임자’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스크럭스는 ‘새로운 전설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조금 늦었지만, 그래서 더 짜릿했던 ‘공룡군단 4번 타자 대관식’이었다. 전직 'NC 4번 타자’ 테임즈는 벌떡 일어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스크럭스 시대’의 시작을 축하했다.

스크럭스의 숙제, 테임즈의 그늘

3년간 124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초토화한 에릭 테임즈. 테임즈는 스크럭스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3년간 124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초토화한 에릭 테임즈. 테임즈는 스크럭스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테임즈를 다시 데려와야지. 스크래치인가 뭔가 걔는 안됩니더.”

10월 5일 마산의 한 택시 운전사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취재를 위해 마산야구장으로 이동하던 기자에게 ‘테임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테임즈가 미국에 돌아간 다음부터, 마산 야구 열기가 시들합니다. 테임즈가 마산에서 인기도 많은데, 왜 미국으로 갔는지 너~무 아쉽습니다” 택시 운전사의 말이다.

기자가 "스크럭스도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말하자, 택시 운전사로부터 "그래도 테임즈만 하겠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 운전사 뇌리엔 '테임즈의 강렬함'만이 새겨져 있었다.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마산 야구팬은 테임즈를 잊지 못했다. 그 정도로 '테임즈'란 그늘은 스크럭스가 반드시 극복해내야 할 숙제이자 부담이었다.

스크럭스는 데뷔 첫 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KBO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사진=엠스플뉴스)
스크럭스는 데뷔 첫 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KBO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7시즌 초반 ‘테임즈’란 단어는 NC 더그아웃의 금지어였다. ‘전임자’ 테임즈로 인해 부담을 느낄 스크럭스를 위한 NC 김경문 감독의 배려였다.

그런데도, 테임즈란 꼬리표는 항상 스크럭스를 따라다녔다. 스크럭스가 가는 곳마다 테임즈와 관련한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이젠 스크럭스가 테임즈 관련 질문을 “테임즈가 누구냐”란 농담으로 받아칠 여유가 생겼을 정도다.

사실 스크럭스는 올 시즌 타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0.997/ 35홈런/ 111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테임즈의 KBO리그 첫 시즌과 비교해도 전혀 아쉬울 것 없는 활약을 펼쳤다.

*테임즈 KBO리그 데뷔 첫 시즌(2014) 기록: 타율 0.343/ OPS 1.111/ 37홈런/ 121타점/ 11도루

하지만, 스크럭스가 테임즈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강렬함’이 필요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스크럭스에게 가장 절실했던 부분이다.

역전 만루홈런, ‘스크럭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터진 만루홈런은 '스크럭스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사진=NC)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터진 만루홈런은 '스크럭스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사진=NC)

스크럭스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강렬함’은 가을이 돼서야 뿜어져 나왔다.

스크럭스는 10월 11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선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10월 17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가을의 수호신’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가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스크럭스다.

스크럭스의 홈런에 환한 웃음을 보이는 테임즈(사진=엠스플뉴스)
스크럭스의 홈런에 환한 웃음을 보이는 테임즈(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전임자’ 테임즈 앞에서 터뜨린 만루 홈런의 의미는 특별했다. 이 장면이 마치 ‘공룡군단 4번 타자 대관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홈런을 터뜨린 뒤 스크럭스가 포효했다. 이 포효는 '스크럭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날 경기 스크럭스는 6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맹활약을 펼치며, NC를 '포스트시즌 두산전 6연패' 수렁에서 건져냈다.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로 뽑힌 스크럭스는 “테임즈가 있었기에, ‘한국 야구에서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내 좋은 친구 테임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럭스는 “어제 테임즈가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나와 통화를 했다. 내가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어 달라’고 얘기했고, 테임즈가 ‘다 잘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테임즈가 보낸 기운이 정말 내게 온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 타자는 더이상 '오른손 테임즈'가 아닌, NC의 중심 타자 스크럭스다(사진=엠스플뉴스)
이 타자는 더이상 '오른손 테임즈'가 아닌, NC의 중심 타자 스크럭스다(사진=엠스플뉴스)

테임즈는 분명 NC 구단 역사 남을 ‘전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2017시즌 NC의 4번 타자는 스크럭스다. 테임즈가 NC의 전설이라면, 스크럭스는 NC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거행된 ‘공룡군단 4번 타자 대관식’은 '스크럭스 시대'의 진정한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란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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