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가 만든 규정으로 '셀프 특보'에 오른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 2년에 3억 원 연봉도 양 전 총장이 직접 정해

+ 스스로 '셀프 특보'에서 내려오거나 정운찬 총재가 '양해영 특보'를 인정하지 말아야

+ 스포츠적폐청산위원회에서 KBO 전 수뇌부를 조사한다는 소식 들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과 구본능 전 총재. 이 자리에서 구 전 총재는 의원들의 질타 속에도 양 전 총장을 감쌌다. 야구 원로 사이에선 구 전 총재가 양 전 총장을 감싸는 데 말못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과 구본능 전 총재. 이 자리에서 구 전 총재는 의원들의 질타 속에도 양 전 총장을 감쌌다. 야구 원로 사이에선 구 전 총재가 양 전 총장을 감싸는 데 말못할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 총재 특보. 말 그대로 총재를 특별보좌하는 이다. 사안에 따라 총재에게 조언을 들려주는 게 특보의 주역할이다. 때론 총재 특명을 받고서 막후에서 조용히 일을 진행하는 것도 특보의 일이다. 총재가 특보를 직접 임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재가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이가 특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 신임 정운찬 총재는 직접 특보를 임명하지 못했다. 총재가 1월 2일 KBO에 첫 출근했을 때 이미 총재 특보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정된 총재 특보는 다름 아닌 KBO 양해영 전 사무총장이다.

양 전 총장은 2017년 12월 31일까지 KBO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나고, 이틀 만인 새해 1월 2일 총재 특보 자격으로 KBO에 복귀했다.

기가 막힌 건 양 전 총장이 특보로 내정된 과정이다. 지난해 3월 KBO 관리팀은 ‘KBO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은 총재 특보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양 전 총장이 지시해 만든 규정이었다. KBO 직원 대부분이 이런 규정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이 이 규정은 구본능 전 총재 결재를 받고서 명문화됐다.

이 규정은 누가 봐도 양 전 총장 개인을 위한 것이었다. 사무총장 퇴임 후 ‘총재 특보’로 타이틀만 바꾸고서 계속 KBO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양 전 총장의 이기적 욕망이 만들어낸 규정이었다. 특히나 양 전 총장은 자기 손으로 ‘2년에 3억 원’이라는 공기업 사장급 특보 연봉까지 책정해놨다. 10개 구단이 힘들게 번 돈을 ‘내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감히 실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술 더 떠 양 전 총장은 ‘퇴임 후, 자기가 사용하던 KBO 관용차를 헐값에 사려다 언론 취재가 시작하자 슬그머니 돌려놨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KBO 관용차들 보험을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에 몰아줬던 양 전 총장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다른 걸 다 떠나 양 전 총장이 신임 총재에게 무슨 조언을 들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 게 우선일 것이다. 2번의 승부조작 사건들과 심판 비위행위, KBO 직원의 입찰비리 등 수없이 많은 각종 사건, 사고는 전부 양 전 총장 재임 시절 터진 일들이다.

항간엔 양 전 총장의 총재 특보 선임이 KBO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KBO 관계자는 "구단 사장들도 모르는 이사회 승인이 있을 수 있느냐"며 "그 워딩은 순전히 양 전 총장의 개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 전 총장은 일말의 양심과 부끄러움이 있다면 ‘셀프 특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신임 정 총재가 ‘셀프 특보 양해영’을 인정해선 안 된다. KBO가 양 전 총장 그늘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내부 혁신과 개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구본능-양해영 체제에서 벌어졌던 각종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정부가 ‘스포츠적폐청산위원회’를 발족했다고 한다. KBO 전 수뇌부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양 전 총장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섰을 때마다 일관된 전략을 유지했다. ‘모르쇠 전략’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전략이 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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