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세부터 시작하는 FA 계약에 성공한 KIA 타이거즈 김주찬. 이로써 김주찬-이범호는 2018시즌 KIA 소속으로 37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과연 두 노장 선수는 37세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엠스플뉴스]
확실히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엔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한다. 2009년에도 그랬고,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엔 김상현 트레이드가 대성공을 거뒀고, 지난해엔 김민식-이명기를 데려온 대형 트레이드로 큰 수확을 거뒀다. 최형우-로저 버나디나-팻딘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도 하나같이 큰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KIA와 함께 한 또 다른 천운도 있다. 2017시즌 나란히 ‘36세 시즌’을 보낸 베테랑 듀오 김주찬과 이범호가 한 시즌을 무사히 좋은 성적으로 완주한 것이다.
지난 시즌 KIA 전력에서 김주찬과 이범호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김주찬은 팀 내 1루수 가운데 가장 많은 75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636.2이닝을 소화했다(2위 서동욱 56경기 511.2이닝). 타율 0.309에 12홈런 70타점을 올렸고 팀 내 타자 중에 6번째로 높은 2.00의 WPA(추가한 승리확률)를 기록했다.
이범호도 팀 내 3루수 중에 최다인 105경기에 선발 출전해 867.2이닝을 수비수로 활약했다. 김주형(18경기 192.2이닝)과 최원준(10경기 89.1이닝) 등이 백업으로 나서긴 했지만 공수에서 이범호의 활약에 비견할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김주찬과 이범호가 부상 혹은 부진으로 장기간 자릴 비웠다면, 내야 백업이 두텁지 못한 KIA는 큰 전력 공백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김주찬은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2년 연속 활약했다. 2011년 이후 김주찬이 2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한 건 지난 2년이 처음이다.
이범호도 시즌 초반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시즌을 마지막까지 완주했다. 두 베테랑의 활약에 힘입어 KIA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시즌이 끝난 뒤 김주찬은 장기간 협상 끝에 새로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김두한을 능가하는 ‘협상왕’다운 배짱으로 2+1년에 총액 27억 원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첫해인 올해 김주찬은 37살 시즌을 맞는다. 동갑내기 이범호도 2016년부터 시작한 FA 4년 계약의 3년째 시즌에 접어든다.
동갑내기 베테랑 듀오 김주찬-이범호의 2017시즌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화려한 영광으로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2018년, 두 선수의 37살 시즌은 어떨까.
역대 ‘37세 이상’ 선수의 운명, 김주찬-이범호는 다를까
KBO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코너 내야수가 37살 이후에도 건강하게 전성기 활약을 이어간 사례는 흔치 않다. 37세 이상 1루수가 연간 1승 이상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를 거둔 예는 2008년 로베르토 페타지니(3.16승)를 비롯해 총 5명뿐이다. 3루수 가운데는 WAR 1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아예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내야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하며 장기 레이스를 완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부상과 체력 저하, 순발력 저하에 따른 수비력 하락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37세 이후에도 올스타급 활약을 펼친 선수는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 포지션에 몰려 있다. 2007년 양준혁(WAR 6.72승)을 필두로 펠릭스 호세, 박용택, 홍성흔, 이승엽이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역대 KBO리그에서 37세 이상 나이에 WAR 1승 이상 올린 지명타자는 총 19명이나 된다.
김주찬-이범호의 수비 출전을 줄이고 지명타자 출전을 늘리는 게 해법일까. 그러나 KIA엔 ‘붙박이 지명타자’ 나지완이 버티고 있다. KIA는 나지완과 2017년부터 시작하는 4년 FA 계약을 맺었다. 나지완의 수비 포지션인 좌익수 자리엔 FA로 영입한 최형우가 있다.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가동하기 쉽지만은 않은 선수 구성이다.
경기 후반 백업 선수를 적절히 활용해 휴식을 주는 방법도 있다. 2017시즌의 경우 KIA는 내야 백업 자원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만능 내야수 서동욱과 신예 최원준, ‘애증’의 김주형이 2018시즌 좋은 활약으로 김주찬-이범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KIA 관계자는 “2018년 과제는 이범호의 후계자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젊은 내야수들의 분발에 기대를 걸었다.
다행인 건 최근 프로야구에서 30대 후반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손시헌은 37살 나이에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고, 정성훈도 3할대 타율을 때려내며 역대 37세 이상 내야수 WAR 3위(1.57승) 시즌을 보냈다. 김주찬과 이범호라고 못하란 법은 없다.
김주찬은 나이를 먹을수록 원숙해진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다. 20대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30대 중반 이후 야구에 새롭게 눈을 떴다. 2015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2016년엔 데뷔 첫 20홈런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지난해도 12홈런 타율 0.309로 3년 연속 3할 타율-두 자릿수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해마다 꾸준히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김주찬은 2015년 이후 도루를 줄이고,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면서 롱런을 준비했다. 이범호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이후 해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애를 먹으면서도, 꾸준히 100경기 이상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부상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요령을 터득한 모습이다.
김주찬과 이범호. KIA의 37세 베테랑 듀오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두 선수는 KBO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그건 KIA가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의 면모를 유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통계출처=스탯티즈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