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첫 신인왕은 1992년 투수 염종석이었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에 입단한 기대주 한동희와 이승헌은 명맥 끊긴 롯데 신인왕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와 투수 이승헌(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와 투수 이승헌(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1982년부터 2017년까지 KBO리그가 배출한 ‘신인왕’은 총 35명이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신인왕을 시상했다.

KBO는 표창 규정 제7조(KBO 신인상)의 자격 요건에 따라 올해 입단 또는 처음 등록한 선수를 비롯해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2012년 이후 입단 및 등록 기준) 이내 기록이 투수 30이닝, 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모든 선수에 해당한다. 단, 국외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된 적이 있는 선수들은 제외된다.

역대 수상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초대 신인왕 박종훈(OB 베어스)을 비롯해 이순철(해태 타이거즈), 이정훈(빙그레 이글스), 양준혁(삼성 라이온즈), 박재홍(현대 유니콘스) 등 수많은 레전드가 신인왕을 거쳤다. 2000년대 이후론 김태균(한화 이글스), 오승환(삼성), 류현진(한화) 등 최고의 스타들이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을 안았다. 2017시즌엔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신인왕을 차지했다.

신인왕을 가장 많이 배출한 팀은 두산과 삼성 그리고 현대다. 팀당 6명씩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 뒤를 LG 트윈스가 잇고 있다(5명). NC 다이노스는 신생팀임에도 2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막내 구단 kt 위즈는 아직 신인왕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원년 멤버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해태 포함)는 무수한 역사에도 신인왕은 한 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KIA는 1985년 해태 시절 이순철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했고, 롯데는 1992년 평균자책 1위에 오른 영건 염종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순탄치 않았던 롯데의 ‘신인 선수 잔혹사’

1992년 염종석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됐다. 신인왕 수상에 그친 것이 아쉬울 정도다(사진=롯데)
1992년 염종석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됐다. 신인왕 수상에 그친 것이 아쉬울 정도다(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는 애초 ‘신인왕’과는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2017년까지 한 시즌도 빠지지 않았지만, 신인왕은 단 한 명뿐이다.

1992년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투수 염종석은 ‘구도(球都)’ 부산을 발칵 뒤집어놨다. 투구 내용부터 압도적이었다. 그는 데뷔 첫해 2점대 평균자책(2.33)과 200이닝(204.2)을 동시에 석권했다. 염종석은 그해 리그 MVP(최우수선수) 빙그레 타자 장종훈(7.74)보다 높은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 8.40을 기록했다.

당시 염종석은 신인임에도 태평양 돌핀스 박은진, 해태 타이거즈 조계현 등 국내 최고의 투수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았다. 그리고 롯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롯데는 제2의 최동원을 다시 만난 듯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롯데는 이후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물론 우승과의 인연도 1992년을 끝으로 멀어졌다. 손민한, 이대호, 최준석, 조정훈, 장원준, 손아섭 등 쟁쟁한 스타들을 배출했음에도 유독 신인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신인왕 기현상(奇現象)은 팀 성적과 직결됐다. 2001년부터 시작된 롯데 암흑기는 2007년까지 이어졌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진 4년 연속 리그 최하위(8위)를 기록했다. 기존 선수들의 노쇠화와 맞물려 신인들의 성장이 더딘 까닭이었다. 세대교체의 중심이었던 김대익, 조경환, 박지철, 박현승, 김사율 등의 부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 이왕기, kt 위즈 최대성(사진=엠스플뉴스)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 이왕기, kt 위즈 최대성(사진=엠스플뉴스)

롯데는 이후 ‘제2의 염종석’ 찾기에 나섰다. 이왕기, 나승현, 최대성 등을 지명하며 미래의 프랜차이즈를 꿈꿨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예상 밖이었다. 유망주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1차 지명 선수였던 손용석, 이재곤, 이상화, 장성우, 오수호도 실패로 끝났다.

지역권 프로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이에 대해 “롯데가 그간 선수를 못 뽑은 건 아니다. 순번에 맞게 최상의 선수를 항상 지명해왔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신인 지명이다. 롯데가 신인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 이대호, 손아섭, 강민호 같은 대선수들을 키워내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한 코치는 “부산 팬들의 열정적인 야구 사랑도 이에 한몫을 할 것”이라며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기와 함성은 베테랑들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랬다. 신인 선수들에겐 오죽하겠냐”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후 전망은 어떨까. 롯데는 2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할 수 있을까. 그 정답은 'YES'에 가깝다.

거인 군단의 전설은 이제 막 시작됐다.

윤성빈, 이승헌은 신인왕과 더불어 롯데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사진진=엠스플뉴스)
윤성빈, 이승헌은 신인왕과 더불어 롯데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사진진=엠스플뉴스)

롯데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파이어볼러’ 윤성빈(부산고)을 지명했다. 여기다 그 해 포수 최대어였던 나종덕(마산 용마고)과 다재다능한 내야수 김민수(제물포고), 대졸 투수 강동호(원광대)를 품에 안았다. 부상으로 한 해를 쉰 윤성빈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선수 모두 지난 시즌 1군 무대를 경험했다.

2017년 드래프트에선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제2의 이대호’로 불리는 한동희(경남고)와 190cm가 넘는 장신 투수 이승헌(마산 용마고)를 지명했다. 대학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정성종(인하대)과 김동우(연세대)는 즉시 전력감으로 손꼽힌다.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은 “라운드마다 최고의 선수를 뽑겠단 원칙을 기준으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원했던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결실을 볼 시간이다. 올 시즌 1군 데뷔를 앞둔 윤성빈은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신인왕 수상이 유력하다. 195cm에서 내리꽂는 150km/h 광속구는 프로 선수들도 공략하기 쉽지 않단 평가다. 특히 올 시즌을 부상으로 쉬면서 입단 동기 이정후의 맹활약을 지켜만 봐야 했다. 윤성빈에겐 이보다 큰 자극제가 없다.

포수 나종덕도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그는 강민호의 뒤를 이을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가을 야구를 경험한 것도 나종덕에겐 큰 힘이다. “올 시즌엔 매일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종덕의 다짐이다.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포수 나종덕, 투수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좌로부터) 롯데 자이언츠 포수 나종덕, 투수 윤성빈(사진=엠스플뉴스)

신인 한동희는 올 시즌 다크호스 가운데 한 명이다. 특출난 타격과 부드러운 송구 동작이 인상적이다. 여기다 고교 시절 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파워를 증명했다. 타격 능력에 있어선 kt 위즈 강백호 못지않단 평가다. 출루율 역시 0.451로 상당히 높았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스윙이 정말 부드럽다. 지금 당장 1군에서 뛰어도 통할 타자”라고 극찬했다. 롯데 3루 포지션이 비어 있단 점도 한동희에겐 호재다.

이승헌은 당장 1군 대비가 쉽지 않다. 롯데 선발진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박세웅, 송승준, 김원중이 버틴다. 롯데는 이승헌의 1군 데뷔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김 팀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김원중·윤성빈·이승헌으로 이어지는 ‘선발 트리오’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명 모두 신인왕 경쟁이 가능한 선수다. 과거의 신인 잔혹사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리고 26년 전과도 상황이 다르다. 롯데가 신인 염종석의 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염종석과 협력할 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는 신인 선수들이 많다. 꾸준함이 부족했던 롯데 선수단의 단점을 씻어낼 기회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다. 새 시대가 열렸다. 그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가 좋다. 올 시즌 그리고 미래의 롯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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