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성심학교 야구부는 지속적인 학생수 부족과 학교 측의 소극적 자세로 해체 위기에 몰렸다. 새해가 밝은 지금, 과연 성심학교 야구부는 어떻게 됐을까.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선수에게 야구는 '희망'이자 '꿈'이다. 이들은 고교 졸업 후 대부분 생계 일선에 뛰어든다. 고교 시절 야구부 활동은 인생의 큰 추억이자 꿈일지도 모른다. 야구부의 존폐는 이들의 꿈을 짓밟는 것과 같다(사진=MBC)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선수에게 야구는 '희망'이자 '꿈'이다. 이들은 고교 졸업 후 대부분 생계 일선에 뛰어든다. 고교 시절 야구부 활동은 인생의 큰 추억이자 꿈일지도 모른다. 야구부의 존폐는 이들의 꿈을 짓밟는 것과 같다(사진=MBC)

[엠스플뉴스]

“성심학교 야구부, 기억하시나요?”.

청각 장애인 학생선수들로 구성된 충북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는 창단 때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TV·영화·신문 등이 앞다퉈 성심학교 야구부의 감동 스토리를 전했다.

창단 1년 만인 2003년 8월 13일, 성심학교 야구부가 전국고교야구대회인 ‘봉황대기’에 출전하자 감동은 배가 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그간 성심학교 야구부는 온갖 풍파에 시달렸다. 급감한 야구부원과 사춘기 학생 선수들의 일탈 등으로 성심학교 야구부는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학교 측도 야구부 존속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 탓에 지난해 성심학교 야구부는 주말리그와 전국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는 ‘출전 선수 부족’이었다. 당시 성심학교 조용남 교감은 “최근 몇 년간 성심학교 전체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부원도 줄었다"며 "지금은 경기를 치를 수 없을 만큼 야구부가 축소된 상태"라고 안타까워 했다.

사실이었다. 지난해 성심학교 야구부원은 12명에 불과했다. 12명 가운데 5명은 ‘중등부’ 학생들이었다. 전국고교대회에 참가가 가능한 ‘고등부 학생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경기 출전은 고사하고, 선발 라인업도 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엠스플뉴스는 지난해 7월 31일, <[엠스플 기획] '해체 위기' 성심학교 "정말 글러브 벗어야 하나요?">를 통해 성심학교의 위기 상황을 알렸다. 이에 많은 야구인이 우려를 나타냈고, 어떻게 하면 성심학교를 도울지 고민했다. 성심학교 역시 보도가 나간 뒤 야구부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엠스플뉴스가 다시 현장을 찾았다.

전지훈련 떠난 성심학교 야구부, '새 지도자와 함께 주말리그 출전 꿈꾼다'

1월 19일을 끝으로 전지훈련을 마친 성심학교 야구부(사진=성심학교)
1월 19일을 끝으로 전지훈련을 마친 성심학교 야구부(사진=성심학교)

최근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선수들은 전라남도 순천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난해만 해도 전지훈련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성심학교 사정을 잘 아는 한 이는 “엠스플뉴스 기사가 나가기 전만 해도 학교 측이 야구부를 동아리 형태로 축소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가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야구부 존속을 결정했다"며 "야구부가 전지훈련을 떠난 것도 야구부를 바라보는 학교 측의 시선이 전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심학교 야구부원도 10명으로 늘었다. 빡빡하지만, 주말 리그 출전이 가능한 상태까지 됐다.

최근 성심학교는 고양 원더스 출신 김재현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 감독을 "젊고, 열정적인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 부임 후, 야구부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단 후문이다.

김 감독은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하루 8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팀 분위기가 밝아져 정말 다행”이라며 “앞으로 학교 측과 주말리그 참가와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관련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폐쇄적인 성심학교 수뇌부,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

야구부 후원금 전달식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는 성심학교 홍향순 교장수녀(사진=동부화재)
야구부 후원금 전달식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는 성심학교 홍향순 교장수녀(사진=동부화재)

야구부 존속이 결정되고, 새 감독까지 선임되면서 성심학교 야구부는 긍정적 변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학교 수뇌부의 폐쇄적 자세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성심학교 홍향순 교장 수녀는 1월 18일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남들이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수 유지든, 야구부원 모집이든. 학교가 할 일이다. 언론이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다"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덧붙여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후원금이 끊겼다"는 볼멘소릴 냈다.

하지만, 홍 교장 수녀의 불만엔 모순이 많았다. 먼저 홍 교장 수녀는 "언론 관심 때문에 학교 운영이 힘들다"고 불만을 터트렸지만, 언론과의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언론 때문에 학교 운영에 어떤 지장을 받았는지와 관련해선 아예 말이 없었다.

"언론 때문에 후원금이 줄었다"는 불만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야구부 창단 초기 성심학교엔 1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웬만한 야구 명문고 부럽지 않은 탄탄한 후원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성심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 후원금이 3분의 1도 안 된다. 한해 야구부 운영에 수천만 원이 쓰이지만, 지금은 그 돈을 감당하기조차 벅차다. 후원금이 줄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라고 고갤 떨궜다.

야구부 후원금 감소의 주된 이유는 학교 내부 문제에서 기인했다. 성심학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학교가 꾸준히 후원자를 관리하고, 관계 유지에 적극적이었다면 지금도 후원 행진이 이어졌을 것”이라며 “후원금 감소 이유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엠스플뉴스와 만난 한 후원자는 “해마다 성심학교 야구부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담당자와 연락이 끊겼고, 학교에 전화해도 ‘저는 잘 모르니 홈페이지 안내사항을 따르라’는 말만 들었다"며 “그 후엔 기분이 상해 후원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홍 교장 수녀가 후원금 감소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교장 수녀는 “그만 관심을 꺼달라. 이젠 취재도 허용치 않겠다. 행사가 있으면 그때나 오시라. 학교 일은 내가 알아서 하는 거지,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또 한 번 언론을 향해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지역사회의 우려 "성심학교가 폐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사진=엠스플뉴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사진=엠스플뉴스)

성심학교의 폐쇄성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의 선행을 막은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연고 구단인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성심학교 아이들을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이를 거부하며 행사가 취소됐다.

한화 관계자는 “성심학교 야구부는 우리 지역권 팀이다. 당연히 우리가 챙겨야 하는데 행사가 무산돼 무척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 마케팅팀은 '야구 수어'를 새로 만들어 청각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한화 야구 교실이나 대전구장 초청 등은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지역민들은 "과거 성심학교는 지역사회에 밀착해 많은 가치와 감동을 생산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가 자꾸 벽을 쌓아 다가서기 힘든 존재가 됐다. 성심학교의 폐쇄성에 대해 교계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10월 세계농아인야구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전 세계 13개국 400여 명이 참가하는 야구 축제다. 대한농아인야구협회장인 조일연 회장은 “성심학교 야구부는 청각 장애인 야구선수들에게 의미가 크다. 많은 청각 장애인이 성심학교 야구부를 보면서 용기를 갖는다. 그 상징성만으로도 성심학교 야구부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힘줘 말했다.

성심학교 야구부 학생 선수들은 지금도 그들만의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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