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영원히 베어스맨으로 남을 것 같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두산 베어스를 떠났다. ‘은퇴 갈림길’에 섰던 니퍼트는 천신만고 끝에 kt 위즈에 새 둥지를 틀면서 현역 생활을 잇게 됐다. 캠프에서 '부활'을 꿈꾸는 니퍼트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추운 겨울을 난 뒤 따뜻한 햇살 아래 다시 선 kt 외국인 투수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추운 겨울을 난 뒤 따뜻한 햇살 아래 다시 선 kt 외국인 투수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투산]

'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2017년 겨울은 '결빙의 계절'이었다.

7년간 몸 담았던 두산 베어스를 떠나면서 니퍼트는 가슴 한쪽이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고, 자신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에 남은 가슴의 반쪽마저 얼어붙는 걸 경험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 2018시즌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kt 위즈가 니퍼트의 얼어붙은 심장을 어루만져줬다. kt의 따뜻한 손길에 얼어붙었던 니퍼트의 심장엔 이내 온기가 흐르기 시작했고, 지금 니퍼트는 8월의 정오보다 뜨거운 심장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엠스플뉴스가 니퍼트의 '담담한 진심'을 들었다.

"은퇴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때 kt가 내게 기회를 줬다."

2017년 겨울 자신을 둘러싼 무성했던 이야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7년 겨울 자신을 둘러싼 무성했던 이야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습니다. 비시즌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듯합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공을 던질 팀을 찾지 못할 뻔했어요. KBO리그에 진출한 뒤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은퇴를 수도 없이 생각했어요. 마음이 참 추웠던 겨울이었습니다.

은퇴를 고심하던 가운데 kt에서 영입 제안이 왔습니다. kt 입단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구단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을 즈음 kt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겐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팀을 찾지 못하던 지난해 12월 "kt 김진욱 감독과 직접 통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김 감독과의 통화가 kt행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봅니까.

(인상을 찡그리며) 미디어에서 왜 그런 보도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김진욱 감독과 통화한 적이 없어요.

그래요? "두산이 니퍼트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두산이 거짓말을 한 겁니다. 마음이 불편했어요. '없는 일'을 만들어낸 거니까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더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요. 두산이 뭐라든 간에 저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입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억울했던 경험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제 얘기뿐 아니라 여러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와전될 때가 많아요. 미디어에선 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야 하니까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말을 녹음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번 인터뷰에선 제가 한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줬으면 좋겠어요.

니퍼트 “kt 젊은 투수들의 고충, 나도 겪어봤던 것”

이젠 kt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좋습니다. 제가 기다리던 이야기에요. 지나간 일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건설적이죠(웃음).

그간 ‘마법사 사냥꾼(니퍼트 kt 상대 통산 전적 11경기 8승 1패 평균자책 2.69)’으로 불릴 만큼 kt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왔습니다.

제가 잘했다기보단 두산 동료들이 좋은 활약을 해준 덕분입니다. kt는 최근 3년간 KBO리그 1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입장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운 좋게도 kt를 상대로 좋은 투구를 펼친 것뿐입니다.

kt를 내부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떤 팀'이란 생각이 듭니까.

열정적인 팀이에요. kt는 조금씩 완성이 돼가는 팀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야구에 눈을 뜨고 있어요. 올 시즌이 정말 기대됩니다.

이제 니퍼트는 마법사 군단의 일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이제 니퍼트는 마법사 군단의 일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가 당신을 영입한 배경에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아직까진 팀 적응에만 힘쓰고 있습니다. 짜인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다른 투수들의 투구를 유심히 볼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kt 투수들이 제게 자문을 구한다면, 성심성의껏 도울 생각입니다.

실제로 kt 젊은 투수들을 만나 보니 하나같이 “니퍼트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젊은 투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저도 그 나이 때 모두 경험한 것들입니다. 누구든지 그런 문제에 대해 질문한다면 제 경험을 살려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제가 이 팀에 온 이유이고, 팀을 절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스프링캠프에서의 루틴, 두산 때와 똑같은지 궁금하군요.

아니요. 루틴에 살짝 변화를 줬습니다. '더 많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충만해요. 하지만, 이제 저도 나이가 들었습니다(웃음).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건네준 제 운동 계획에 따라 열심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공을 던지기 위한 몸을 만들고 있어요.

"이지풍 코치가 제시한 새로운 운동법. 신세계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만난 뒤 스프링캠프 루틴에 변화를 준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만난 뒤 스프링캠프 루틴에 변화를 준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와 호흡은 어떤가요.

잘 맞습니다(웃음). 이 코치는 늘 똑같은 운동을 해왔던 제게 완전히 새로운 운동법을 제시했어요. 신세계에요(웃음). 네, 궁합이 잘 맞습니다.

KBO리그 두 번째 팀에서 맞는 첫 시즌입니다. kt에선 어떤 가치를 생산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팀이 바뀌어도, 목표는 변하지 않아요.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도 제 새로운 목표일 수 있겠군요(웃음).

당신을 그리워하는 두산 팬들과 니퍼트를 환영하는 kt 팬들에게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회한에 잠긴 듯 잠시 침묵했다가) 두산 팬 여러분. 올 시즌엔 잠실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지 못해 미안합니다. kt가 잠실 원정을 가면, 많이 보러와 주세요. 항상 여러분을 기억하고, 여러분의 환대와 친절을 잊지 않을 겁니다. kt 팬 여러분께는 반갑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 시즌을 kt와 함께해 기쁩니다. 팬 여러분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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