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에서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 현장을 취재하던 엠스플뉴스는 SK 투수들로부터 묘한 제보를 받았다. ‘SK 투수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김성민이 사라졌다'는 실종(?) 제보였다.

'SK 투수진 단체 대화방'에서 자취를 감춘 넥센 좌완투수 김성민(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SK 투수진 단체 대화방'에서 자취를 감춘 넥센 좌완투수 김성민(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플로리다, 애리조나]

“(김)성민이가 SK 투수진 단체 대화방에서 말이 없어요. 형들이 ‘성민이 살아있냐’며 걱정이 많습니다.”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Historic Dodger Town). SK ‘전천후 투수’ 김주한이 엠스플뉴스에 흥미로운 사실을 귀띔했다.
2017년 5월까지 SK 소속이던 넥센 히어로즈 좌완투수 김성민이 ‘SK 투수진 단체 대화방에서 사라졌다’는 제보였다.
좌완 김성민은 지난해 5월 22일 넥센 투수 김택형과의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넥센으로 팀을 옮긴 바 있다. 김주한은 “지난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김)성민이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선배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보를 받은 엠스플뉴스는 애리조나 넥센 캠프에서 ‘김성민 단체 대화방 실종사건’을 탐문했다.

SK 투수들 "김성민이 사라졌다" 한 목소리

“단체 대화방에서 김성민이 사라졌다“고 증언한 SK 투수 (사진 왼쪽부터) 김태훈-박종훈-최진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단체 대화방에서 김성민이 사라졌다“고 증언한 SK 투수 (사진 왼쪽부터) 김태훈-박종훈-최진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SK 좌완 투수 김태훈은 겨우내 체중을 9kg나 빼고서 캠프에 참가했다. 살을 뺀 뒤 몰라볼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김태훈의 새 별명은 ‘날쌘돌이’. ‘날쌘돌이’ 김태훈은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가볍지 않은 듯 보였다. ‘SK 투수진 단체 대화방’에서 ‘아끼는 동생’ 김성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태훈은 “시즌 끝나고서 김성민이 대화방에서 여태껏 말이 없다”며 “‘성민아.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난다. 어서 연락하길 바란다’”는 눈물의 메시지(?)를 엠스플뉴스에 전했다.

그때였다. 불펜투구를 마친 뒤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던 ‘KBO리그 대표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갑자기 “김성민이 단체 대화방에서 사라진 이유를 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박종훈은 “성민이가 서운해하는 게 있다. 난 그 이유를 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정확한 내용은 알려주기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
박종훈은 한껏 궁금증을 증폭시킨 뒤 “올 시즌 성민이가 그토록 바랐던 빠른 속구 구속, 날카로운 제구 등을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는 훈훈한 메시지를 전하고서 홀연히 사라졌다.
한편, 캠프에서 SK 손 혁 투수코치로부터 ‘올 시즌 주목할 투수’로 꼽힌 우완 최진호는 ‘김성민이 단체 대화방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몹시 분개한 표정이었다. 최진호는 “성민이가 보고 싶지 않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제 성민이는 우리 ‘패밀리’에서 아웃입니다. 성민이가 트레이드 될 때 ‘언제나 마음은 SK에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모양입니다. 성민이를 만나시면, ‘정말 마음이 멀어진 건지 꼭 해명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하지만, 최진호는 이내 “연락을 지속하다, 갑자기 말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이라며 김성민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김성민 “SK 만나면, 꼭 이길 것. 넥센 히어로즈 파이팅!”

엠스플뉴스 취재진은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넥센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김성민을 찾아 나섰다. 과연 김성민은 잘 있을까. SK 투수진의 걱정대로 못 지내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아니었다. 누가 그랬던가. 연예인 돈 걱정과 야구선수 팀 적응 걱정은 하지 말라고. 넥센 캠프에서 찾은 김성민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훈련을 마친 김성민에게 엠스플뉴스는 플로리다에서 찍은 SK 투수들의 가슴 시린 영상 메시지를 보여줬다. 김성민은 “SK 형들이 진짜 내게 영상 메시지를 보냈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 메시지를 보는 김성민 표정엔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김성민은 김태훈, 최진호의 메시지에 촉촉해진 눈을 반짝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순전히 모함입니다.” 엥?? 모함??
“잠시 단체 대화방에서 말하는 걸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 제가 단체 대화방을 나갔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변도 잠시. 김성민은 박종훈의 훈훈한 격려 메시지에 “(박)종훈이 형에겐 앞으로 더 잘하도록 하겠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을 표했다.
그리고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김)태훈이 형, (최)진호 형이 날 모함한 것에 대해선 반드시 ‘보답’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가 스파이냐'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사진 왼쪽부터) 김성민과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누가 스파이냐'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사진 왼쪽부터) 김성민과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김성민이 SK 선수들이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이를 지켜보던 넥센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는 “성민이가 우리 팀 스파이인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성민이가 SK에 우리 팀 정보를 모두 빼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성민이 새로운 의혹으로 한현희의 의혹에 맞섰다.
“형이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배와 연락하는 걸 봤습니다. ‘이승엽 선배 은퇴 경기’에서 형이 속구만 던진 걸 알고 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김성민의 폭로에 일순간 ‘삼성 스파이’로 몰린 한현희는 모든 걸 체념한 듯 “그래, 내가 스파이”라고 혼잣말을 한 뒤 김성민과의 추가 대화를 포기했다.
“‘친정’ SK를 만나면 무조건 이길 겁니다. SK뿐만 아니라 그 어느 팀을 만나도 마찬가집니다. 마운드에 오르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이기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제가 그렇게 해서 더 좋은 투수가 될 때 SK에서 절 아껴주신 형들도 흐뭇하고,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성민은 “간만에 SK 형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종훈이 형, 태훈이 형이 보고 싶다”며 한껏 신이 난 표정으로 숙소를 향해 뛰어갔다.
누군가를 정말 아낀다면 때론 아무 말 없이 그 누군가의 안녕만을 빌어주는 게 좋다. 그 안녕을 바라는 무언의 기도 속에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남겨만 있으면 된다. SK 선수들의 김성민에 대한 마음이 딱 그렇지 않았을까. 중요한 건 김성민이 그 진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