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는 KBO리그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 가운데 몸값이 가장 낮다. 하지만, 전지훈련 기간 몇 번의 불펜 투구를 거치며 100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수 못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제구력은 발군'이란 호평을 듣는 중이다. 과연 휠러는 '제2의 앤디 벤헤켄'이 될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오키나와]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 2m(198cm)에 가까운 한 외국인 투수가 미디어룸에 들어왔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등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자 이내 위압감은 사라지고, 친근함만이 느껴졌다. 그의 이름은 제이슨 휠러.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다.

휠러는 올 시즌 한화와 총액 57만5000 달러(6억 2천만 원)에 계약했다.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계약액이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현장에서 휠러를 지켜본 정민철 MBC SPORTS+ 해설위원은 “낮은 코스를 찌르는 제구가 인상적이다. 투구 밸런스도 나쁘지 않았다. 어깨가 조금 일찍 열리는 단점만 보완하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첫 불펜 투구를 지켜본 한화 한용덕 감독도 “휠러는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구가 되는 투수다. 큰 키 덕분에 공이 나오는 각도도 좋다. 우리 팀 수비수들이 잘 뒷받침한다면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휠러는 준비된 선발 투수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선발 투수로 뛰었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해마다13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제구력 면에선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보다 낫단 평가다.

휠러는 엠스플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평소 침착한 성격 그대로였다. 휠러는 "요즘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며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언어부터 익히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주경야독' 휠러, "언어는 한국 야구와 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

매일 밤늦게까지 한국어 공부에 열중한다고 들었다.

땡큐(Thank you)는 ‘감사합니다’. 굿 잡 투데이(Good job today)는 ‘수고하셨습니다’. 음, 다음 단어는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공부를 조금 더해야 할 것 같다(웃음).


공부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매일 밤 숙소에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공부한 내용은 킴(한화 김희준 국제스카우트)에게 매일 검사받는다. 한국어는 정말 어렵다(웃음).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투수에게 통역을 지원한다.

통역도 중요하지만, 팀 동료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기본적인 언어는 선수 스스로 익혀야 한다. 언어 습득은 한국 야구와 문화 적응을 위해선 필수다.


이제 한화 이글스 소속이다. 팀에 합류했을 때, 한화 첫인상이 궁금하다.

굿(Good). 지금도 기억난다. 뜨겁게 환대해 줬다. 여기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 오기 전부터 KBO리그에 대해 많이 들었다. 실제로 와서 보니 기대 이상이다.

KBO리그에 대해선 누구에게 들었나.

박(박병호)에게 들었다. 박병호와는 마이너리그 시절 잠시 한 팀에 있었다.

박병호가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

KBO리그를 "아주 재밌는 리그"라고 소개했다. "KBO리그에서 뛸 날이 온다면 마음껏 즐기라"는 말도 해줬다. 조만간 그와 맞붙을지 모른다(웃음).

'학구파' 외국인 투수 휠러, 메이저리그 단장 꿈꾼다.

휠러는 전지훈련 기간 불펜 투구에서 뛰어난 제구로 코칭스태프의 극찬을 이끌어냈다(사진=한화)
휠러는 전지훈련 기간 불펜 투구에서 뛰어난 제구로 코칭스태프의 극찬을 이끌어냈다(사진=한화)


'공부하는 야구선수'로 알려졌다. 늘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웃음). 물론 내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학습을 통해 어떻게든 알아내는 게 내 스타일이다.

한국 야구에 대해서도 알아낸 게 많은 듯하다.

지금은 한국 야구와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단계다. 아직 다른 팀 타자들을 만나지 못해 판단할 게 없다. 시즌이 시작되면 면밀하게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스타일 파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엔 우리 팀 타자들 배팅을 지켜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KBO리그의 장, 단점이 아주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웃음). 어차피 타자는 치는 사람, 우리 투수는 아웃 시키는 사람이다. 이런 분석은 언제나 즐겁다(웃음).

올해로 만 27세다. 아직 젊은 나이다. 메이저리그(MLB) 도전 기회도 충분했을 텐데.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누구나 MLB를 꿈꾼다. 나라고 예외일 순 없다(웃음).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보는 것도 MLB에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큰 기쁨이라고 판단했다. 특히나 KBO리그같이 좋은 리그에서 오퍼가 들어온다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한화 제안을 받고서 "많은 사람에게 찾아올 기회는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난 그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 진심인데, 난 인생의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어서 시즌이 시작되길 바라고 있다.

휠러는 공부하는 야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매일 밤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을 공부하고, 연구한다. '컨트롤 아티스트' 휠러가 마운드에서 살아남는 법이다(사진=한화)
휠러는 공부하는 야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매일 밤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을 공부하고, 연구한다. '컨트롤 아티스트' 휠러가 마운드에서 살아남는 법이다(사진=한화)

벌써 많은 팬이 당신의 안정감 있는 투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캠프에선 '제구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구는 내 투구의 기본이다. 등판하면 양쪽 꽉 찬 코스를 집중 공략하고,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다. 조금 더 내 칭찬을 하자면 마운드에선 늘 일정한 감정을 유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한화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알렉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몸값과 성적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두 선수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은 나와 같았을 거다. 부상으로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았던 것 같다. 두 선수 부진이 내게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오히려 올 시즌 잘할 수 있단 자신감이 느껴진다. 매 시즌 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화는 오랜 기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젊은 야구 선수에게 인생의 최종 목적을 묻는다면 뭐라고 할 것 같나?

20승? 3할 타율? 30홈런?

그렇다. 내 동료들도 늘 20승, 2점대 평균자책, 3할 타율 등을 꼽는다. 하지만, 난 어린 시절부터 내 꿈을 묻는 말에 언제나 '팀 우승'이라고 답했다. KBO리그에서 그 꿈이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야구를 아주 오래 할 선수란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게 '그만두라'고 하기 전까지 계속할 생각이다(웃음). 그러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없인 30대 이후를 버틸 수 없다. 스포츠는 내 삶의 동반자다. 평생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선수가 아니라도 구단 프런트나 좋은 단장이 되는 게 내 꿈이다. 혹시 아나. 내가 정말 MLB 구단의 단장이 될지(웃음).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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